호주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U턴...연준 뒤따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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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U턴...연준 뒤따를까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3.06.07 1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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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BA, 5월 이어 6월에도 0.25%포인트 금리 인상
14일 FOMC 앞둔 연준에도 부담 요인될 듯
전문가들 "연준·한은은 호주와는 상황 다르다" 분석도 
호주 중앙은행(RBA)이 5월에 이어 6월에도 금리 인상에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호주 중앙은행(RBA)이 5월에 이어 6월에도 금리 인상에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호주 중앙은행(RBA)이 5월에 이어 6월에도 금리 인상에 나섰다.

RBA는 지난 4월 금리를 동결하며 투자자들로 하여금 긴축 장세의 마무리 국면을 예상하게끔 했으나, 예상외로 두 달 연속 금리를 다시 인상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통화정책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여타 중앙은행 대비 빠르게 움직였던 RBA의 '동결 후 인상 움직임'이 연준의 향후 통화정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RBA, 5월 이어 6월에도 0.25%포인트 금리 인상 

지난 6일(이하 현지시간) RBA는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3.85%에서 4.1%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RBA는 지난 2022년 5월 이후 올해 3월까지 10차례 연속 금리를 인상, 0.1% 수준이던 기준금리를 3.6%까지 끌어올린 후 4월에는 금리를 동결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긴축 행진이 마무리 국면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으나, 지난 5월에 이어 6월에도 각각 0.25%포인트 기준 금리를 인상한 것이다. 

주요 해외 언론들은 RBA가 추가 금리인상에 나선 근거로 호주의 4월 소비자물가가 여전히 7%에 육박하면서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는 상황을 꼽고 있다. 

호주통계청(ABS)에 따르면, 지난 4월 호주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대비 6.8% 상승했는데, 이는 지난 3월 상승률(6.3%)은 물론 시장 컨센서스(6.4%)보다도 높은 수준이었다. 

특히 RBA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직후 주택시장이 꿈틀댄 점 또한 추가적인 금리인상의 발판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됐다. 

전국 주택가격은 금리를 동결했던 4월 전월대비 0.5% 오르는 등 2개월 연속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호주의 법정 최저임금이 상향 조정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호주 공정근로위원회(FWC)는 오는 7월부터 법정 최저임금을 5.75% 올리기로 했는데, 임금 인상이 물가 부담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되면서 6월에도 금리를 한 차례 더 올렸다는 설명이다.

필립 로우 RBA 총재는 "임금 인상이 인플레이션을 직접적으로 부추길 것"이라며 "생산성 데이터에 의미있는 개선이 없다면 추가 인상의 발판이 마련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추가적인 금리인상 가능성도 열어뒀다. 

RBA의 동결 후 인상 움직임...연준에도 부담 

주목할 점은 RBA가 여타 중앙은행에 비해 선제적으로 통화정책을 조정해왔다는 점이다. 주요 국가들 중 금리를 선제적으로 동결했던 RBA가 재차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는 점은 오는 1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있는 연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오는 6월에는 연준의 금리 동결 가능성이 약 81.7%로 0.25%포인트 금리인상 가능성(18.3%)에 비해 월등히 높은 상황이다. 다만 7월 이후 금리인상 가능성은 60% 이상에 달한다. 

6월에는 연준이 금리를 동결한다 하더라도 7월 재차 인상으로 돌아서면서 RBA와 같은 길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가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재확인한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지난 5일 라가르드 총재는 유럽의회 경제·통화위원회에 출석해 "물가상승률 2%라는 중기 목표로 회복하기 위해 기준 금리가 충분히 제약적인 수준에 도달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라가르드 총재는 앞서 지난주에도 "금리인상 속도는 조절하되 인상 기조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금리 인상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에 ECB 역시 오는 15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영국 또한 4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대비 8.7% 상승해 여전히 뜨거운 인플레이션을 시사하면서 잉글랜드은행(BOE)이 오는 22일 예정된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RBA 뿐만 아니라 ECB, BOE 등 다른 메이저 중앙은행들이 긴축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와중에 연준만 긴축 중단 후 인하 사이클에 들어가는 것은 어려워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연준·한은은 호주와 상황 달라"

다만 호주와는 달리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통제 가능한 영역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발표된 8월 제조업 PMI상 가격지수는 4월 53.2에서 5월 44.2로 급락했고, 5일 발표된 ISM 비제조업 PMI상 가격지수 역시 59.6에서 56.4로 하락하는 등 실제 인플레이션에 선행하는 해당 지표들이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 

이와 함께 클리블랜드 연은의 인플레이션 나우에서 5월 CPI 전망치가 4.1%, 6월 CPI 전망치가 3.1%로 제시되고 있다는 점도 다른 중앙은행들에 비해 연준의 긴축 중단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한 연구원은 이를 언급하며 "여타 중앙은행들의 행보, 데이터에 따라 연준 긴축 종료 기대 강화, 긴축 지속 우려, 긴축 중단 가능성 재확대 등과 같이 시장의 초점이 수시로 이동할 것"이라면서도 "연준 긴축 중단을 베이스 경로로 설정하고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 또한 호주의 통화정책 환경과 차별점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앞서 5월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호주의 5월 금리인상 사례를 제시하며 한국 또한 상황에 따라 추가 인상을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한국은행이 다시 금리인상에 나설 명분은 낮다는 것이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질기준금리 측면에서 호주는 여전히 마이너스 3% 이상의 실질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5월 이후 실질기준금리가 플러스로 전환됐다"며 "실질기준금리 플러스를 통화긴축 구간, 마이너스를 통화완화 구간으로 정의한다면 물가 상승 억제를 위해 RBA는 통화 긴축이 추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질기준금리가 이미 플러스 구간에 있는 한국의 상황은 다르다는 것. 

그는 "이번 호주의 금리인상이 경제 여건이 유사한 국내 통화정책에 부담을 줄 수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현실적으로 국내 물가 및 펀더멘털 환경 등을 고려할 때 하반기 금통위에서 한국은행이 다시 금리인상에 나설 명분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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