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천안문사태 34주년 앞두고 '反시진핑' 시위장소 표지판 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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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천안문사태 34주년 앞두고 '反시진핑' 시위장소 표지판 철거
  • 이상석 기자
  • 승인 2023.06.02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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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두 등 지도 앱에서도 검색 안 돼···"당국 통제 나선 듯"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북서쪽으로 9㎞가량 떨어진 쓰퉁차오에서는 작년 10월 13일 코로나19 방역 통제와 시 주석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현수막 시위가 발생했다.
 

[오피니언뉴스=이상석 기자] 중국에서 6·4 천안문(天安門) 사태 34주년을 앞두고 작년 10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비판하는 시위가 발생했던 장소의 도로 표지판이 철거됐다.

베이징(北京) 도심의 고가도로인 '쓰퉁차오(四通橋)' 입구와 난간에 설치됐던 도로 표지판이 최근 사라졌다고 타이완(臺灣) 중앙통신사(CNA)가 2일 보도했다.

이곳에는 푸른색 바탕에 중국어와 병음(拼音·알파벳을 이용한 중국어 발음 표기)으로 쓰퉁차오를 알리는 표지판이 설치됐었다.

중국의 양대 위치 안내 애플리케이션(앱)인 바이두 지도와 가오더에서도 쓰퉁차오 위치를 표시하지 않고 있으며, 쓰퉁차오를 검색하면 '결과를 찾을 수 없다'는 문구가 뜬다.

이들 앱은 베이징 시내 다른 차량 전용 고가도로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위치를 표시하며, '쓰퉁차오 동정거장', '쓰퉁차오 북정거장' 등 쓰퉁차오 주변 시내버스 정거장들도 안내한다. 유독 쓰퉁차오만 노출이 안 되게 조치한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북서쪽으로 9㎞가량 떨어진 쓰퉁차오에서는 작년 10월 13일 코로나19 방역 통제와 시 주석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현수막 시위가 발생했다.

시위자는 쓰퉁차오 난간에 흰색 바탕의 긴 천에 붉은색 글씨로 '핵산(PCR) 말고 밥이 필요하다', '문화혁명 말고 개혁이 필요하다', '노비 말고 공민이 돼야 한다', '나라의 도적인 시진핑을 파면하자' 등의 과격한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시위자는 주변의 시선을 끌기 위해 현수막을 건 뒤 불을 피우기도 했으나 얼마 안 돼 현지 공안에 의해 제지당했다.

시 주석의 3연임을 결정지은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사흘 앞두고 벌어진 초유의 사태에 긴장한 당국은 인터넷에 퍼진 시위 관련 사진과 동영상 등 관련 게시물을 삭제했다.

또 검색 포털과 소셜미디어(SNS)에서 'Sitong Bridge(쓰퉁 다리)'와 'brave man'(용감한 남자), 'bridge'(다리), 'courage'(용기) 등 시위 관련 중국어·영어 단어의 검색도 차단했다.

때문에 쓰퉁차오 표지판 철거와 검색 차단이 천안문 사태 34주년을 앞두고 시위 재발 방지를 위한 당국의 조처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진핑 비난 현수막이 걸렸던 고가도로는 인민대학과 북경외국어대 부근이다. 

중국 당국의 통제를 받지 않는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는 "천안문 사태 34주년을 앞두고 '반 시진핑' 시위의 성지가 된 쓰퉁차오에 사람들이 집결하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라는 글들이 올라왔다.

대학생과 지식인 중심의 중국인들이 1989년 6월 4일 천안문 광장에서 부정부패 척결과 민주개혁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자 중국 인민해방군이 유혈 진압해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중국 공산당은 2021년 11월 채택한 제3차 역사 결의((당의 100년 분투의 중대 성취와 역사 경험에 관한 중국공산당 중앙의 결의)에서 천안문 시위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엄중한 정치 풍파'로 규정했다.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일 톈안먼 시위 사망자 유족에 사과하라는 국제 인권단체의 요구와 관련, "일찌감치 정론(사안에 대한 확정된 입장이나 결론)이 나온 일"이라며 "중국은 인권 문제를 빌미로 내정에 간섭하는 것에 일관되게 반대해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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