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빠진 中 증시..."경기 공포에 짓눌린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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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빠진 中 증시..."경기 공포에 짓눌린 시장"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3.06.01 1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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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셍지수 한 때 약세장 진입...MSCI 중국 지수도 고점대비 20% 빠져
미미한 경기회복세에 미-중 갈등 격화도 하락세에 일조
월가 "경기부양책 나올 가능성은 높아졌다"
중화권 증시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화권 증시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중화권 증시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 초만 하더라도 제로 코로나 정책 철회에 따른 경기회복 기대감에 랠리를 펼쳐왔으나, 기대에 못 미치는 부진한 경제지표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홍콩 항셍지수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중국 지수는 이전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며 일시적으로나마 기술적 약세장에 진입한 가운데, 부진한 중국 증시의 흐름이 국내증시를 포함한 주요국 증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항셍지수, 한 때 약세장 진입...中 경기 우려 확산

지난 31일 기준 홍콩항셍지수는 장중 1만8044.86선까지 떨어졌다. 이는 지난 1월27일 2만2688.9까지 오르며 기록했던 52주 최고치 대비 20.5% 하락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전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할 때 기술적 약세장으로 진입한 것으로 간주한다. 

항셍지수는 1일 오전 중 1만8400선대까지 회복해 직전 고점 대비 낙폭을 20% 미만으로 줄여내 약세장에서 간신히 벗어났으나 여전히 세계 주요국 증시 중 가장 부진한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홍콩에 상장된 중국 본토기업들로 구성된 홍콩H지수(HSCEI) 역시 1월 말 한 때 7700선대까지 올랐으나, 현재 6200선에서 등락을 거듭중이다. 직전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한 것이다. 

MSCI 중국 지수 또한 1월 최고치 대비 20% 이상 하락하면서 약세장으로 진입했다. 

중화권 증시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경기회복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된 결과다. 

앞서 중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각종 정책들을 제시했고, 한 달 후인 12월에는 제로 코로나19 정책을 철회했다. 이에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중화권 주식시장은 1월말까지 랠리를 펼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를 언급하며 "당시 중국 주식을 사들이는 미국계 펀드로 20억달러 이상의 자금이 유입됐다"며 "그간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은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이 끝난 후 투자자들은 경기 반등에 베팅했고, 중국 주식시장은 호황을 경험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흐름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다. 

잇따라 발표된 중국 경제지표에서 회복과는 여전히 동떨어진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났고, 미국과의 갈등 등 지정학적 리스크는 중국 증시의 매력도를 빠르게 깎아내렸다. 

특히 최근에는 제로 코로나 수혜주로 거론됐던 알리바바와 JD닷컴 등 주요 기업들의 경영진이 중국 경제 회복에 대한 의구심을 표명하면서 경기에 대한 우려는 더욱 빠르게 확산됐다. 

장융 알리바바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소비자 신뢰와 소비력은 좀 더 탄력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JD닷컴의 샌디 수 최고재무책임자 역시 최근 "중국 소비자들이 거액의 지출에 대해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닛코 애셋 매니지먼트의 아시아 주식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에릭 카우는 "많은 투자자들이 실수한 것은 팬데믹의 흉터를 과소평가한 점이었다고 생각한다"며 "현재는 공포가 시장 심리를 지배하고 있는 듯 하다"고 평가했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지나쳤고,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면서 시장에는 공포로 다가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정학적 리스크에 위안화 약세 심화도 부담 

미국과의 깊어지는 갈등 또한 우려 요인이다. 

시티그룹 분석가들은 "중국과 미국의 관계가 악화되고 있다"며 "중국의 국가안보에 대한 집중은 정부 정책을 성장 친화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이끌 것"이라고 언급했다. 

기술기업들에 대한 강도높은 규제 또한 중화권 증시의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야누스 헨더슨 인베스트먼트의 아시아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샛 두흐라는 "중국 정부가 기술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마무리한 것으로 보이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중국 정부가 움직일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는 시장에 아무런 경고 없이 규제를 내놓았고, 투자자들이라면 이러한 상황에 직면할 때 자신감을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위안화 약세가 심화되고 있는 점 또한 부담 요인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 위안·달러 환율이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위안화 약세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올해 미국 등 선진국 경기 둔화의 완충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중국 경기의 모멘텀이 약화되고 있는 점은 고민거리"라고 지적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중국 경기 불확실성이 주요국 증시 전반에 걸쳐 지수 상단을 제약할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中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져...하락세 과도하다는 의견도 

월가에서는 최근 부진한 경제지표가 잇따라 발표되는 만큼, 중국 정부가 새로운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모건스탠리 분석가들은 "실망스러운 수치는 앞으로 더 많은 정부 부양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성장이 가속화되지 않는다면 사회 안정 위험은 높아지고, 이는 결국 더 의미있는 경기부양책을 촉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티그룹 분석가들은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올해 말까지 중기 대출금리를 20베이시스포인트(bp), 지급준비율을 50bp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들은 "중국 경제에 있어 결정적인 정책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중앙 정부와 중앙은행의 더 많은 노력을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최근의 중국 주식시장에 대한 공포가 과도하다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인베스코 애셋 매니지먼트의 데이비드 차오 시장 전략가는 "이 시점에서 성급한 투자자들은 (중국 증시를) 포기하는 것을 보고 있지만, 나는 최근의 매도세가 과도하다고 생각한다"며 "중국 경제는 경기침체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전략가들 역시 "중국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가 낮다는 것은 주식이 긍정적인 촉매제에 대해 의미있는 재평가를 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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