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특별법 국회 소위 통과…여전히 뜨거운 전세 폐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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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특별법 국회 소위 통과…여전히 뜨거운 전세 폐지론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5.22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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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지원 특별법 국회 소위 통과…25일 본회의
폐지론 "주거 사다리 아닌 투기 수단으로 전락"
존치론 "시기상조…내 집 마련 기회 앗아갈 수도"
전세사기 피해지 지원 특별법안이 22일 국회 국토위 소위를 통과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전세사기 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여야는 22일 보증금 최우선 변제 대상에서 제외된 전세사기 피해자에게도 그에 해당하는 돈을 최장 10년간 무이자로 대출해주는 내용의 전세사기 특별법안에 합의했다. 그럼에도 전세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와 이를 반대하는 의견 사이 대립은 여전하다. 

국회 소위 문턱 넘은 특별법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22일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전세사기 피해 지원 특별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법안은 오는 24일 국토위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25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될 전망이다. 

전세 피해 보증금 회수 방안과 관련해 애초 여야는 '근저당 설정 시점'이 아닌 경·공매가 이뤄지는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최우선변제금을 최장 10년 동안 무이자로 대출하는 내용을 법안에 담았다. 최우선변제금이란 세입자가 살던 집이 경·공매로 넘어갔을 때 은행 등 선순위 권리자보다 앞서 배당받을 수 있는 금액이다.

특별법 적용 보증금 기준은 애초 4억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확대됐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경·공매를 대행하는 '경·공매 원스톱 대행 서비스'의 경우 정부가 경·공매 비용의 70%까지 부담한다. 아울러 특별법에는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해당 주택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고 피해자가 매수를 원하지 않을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우선매수권을 넘겨 받아 매입해 임대 사업을 하는 식으로 피해자의 주거권을 보장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전세 폐지를 언급하며 전세 폐지론에 불을 지폈다. 사진=연합뉴스

전세사기로 불거진 전세 폐기론

전세사기가 사회문제로 비화하면서 이른바 '전세 폐기'를 주장하는 목소리들이 새어 나온다. 한국의 주택정책을 총괄하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다. 원 장관은 "전세제도는 수명을 다한 것 같다"며 전세제도 폐지론에 불을 붙였다. 

전세 폐기를 주장하는 이들은 정부가 내놓은 ▲경·공매 참여 시 금융 및 세제 지원 ▲공공임대 전환 후 제공 ▲생계비 지원 등을 골자로 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방안' 등에 대해 미봉책이라고 평가한다. 이들은 집값이 급격하게 오르거나 내릴 때마다 세입자 피해가 발생하고 정부는 대책을 마련하느라 법석을 떨 수 밖에 없는 만큼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세 폐기론을 주장하는 대표주자 중 한 명인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교수는 "2002년 이후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전세 제도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들"이라면서 "전세를 '주거사다리'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쪽도 있지만 그만큼 좋은 부동산시스템이라면 다른 나라에서 따라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현시점에서 전세 제도는 '투기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대안으로 전세 제도를 모기지(주택담보대출) 등을 중심으로 한 선진형 주택금융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전세 제도가 유지되는 한 세입자 보호, 전세 사기 대책,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 대책이 계속 나와야 하며 이에 대응하는 편법도 계속 등장할 것"이라면서 "현재 전세 세입자들이 집주인으로부터 주택을 매입하면 양도세와 취득세를 면제해주는 등 4년 정도의 텀을 두고 세입자를 최소화하면서 전세 제도를 전환하는 방법 등을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임대인의 권리 관계나 세금 체납 여부 등을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더욱 꼼꼼하게 따져 기준에 미달할 경우 계약이 불가능하도록 조사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또 세입자가 집주인이 아닌 보증보험회사에 전세금을 먼저 전달하면 회사가 전세 계약이 안전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집주인에게 돈을 입금하는 '에스크로' 방식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김인만 부동산연구소장은 "공공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전체 주거 형태 중 전세 비중은 15.5%를 차지한다.

전세 제도 폐지에 맞서 전세 제도가 '주거 사다리' 역할을 수행하며 존치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사진=연합뉴스

폐지는 시기상조

전세 폐지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문제가 된 전세사기는 전세가율이 높은 일부 지역에서 갭(gap) 투자가 무분별하게 일어난데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업계에선 전세가율 80% 이상인 주택이 '깡통전세'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전문가들은 전세사기가 주로 발생하는 다세대, 연립 등 빌라에 대한 실거래가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갖출 것을 주문한다. 또 악성임대인에 대한 정보제공은 물론 임대인 변경시 세입자가 쉽게 알 수 있도록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세제도 존치를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서민 주거 안정이다.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은 지난 1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세제도 자체를 없애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전세는 한국에서 주거 사다리의 중요한 지름길로 제도 자체가 붕괴된다면 내 집 마련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 선호도를 파악해 약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정부가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면서 "전세 자체를 인위적으로 없애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제3기관에 전세보증금을 예치하는 에스크로 방식에 대해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를 방지하는데 효과적이나 집주인의 반발이 심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는다. 전세 제도가 현실적으로 임차인의 보증금을 들어오는 임차인이 주는 형식으로 유지된 점을 감안할 때 집주인의 적잖은 반발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 경우 반전세, 월세 비중이 높아져 결국 주거비 부담이 가중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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