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권 세계증시 속 홀로 나는 日 증시.."이번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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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권 세계증시 속 홀로 나는 日 증시.."이번엔 다르다"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3.05.17 1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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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증시, 1989년 이후 33년래 최고치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낮은 지정학적 리스크 긍정적 
글로벌 증시가 박스권에 갇혀 지지부진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단연 일본증시가 돋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증시가 박스권에 갇혀 지지부진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단연 일본증시가 돋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글로벌 증시가 박스권에 갇혀 지지부진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단연 일본증시가 돋보이고 있다. 

일본 증시는 거품 경제 붕괴 당시인 1989년 이후 33년래 최고치를 기록중이다. 전문가들은 수십년간 지지부진했던 일본 주식시장에 대해 추가적인 상승 흐름을 전망하고 있어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투자에 있어 가장 위험한 말은 '이번에는 다르다'라는 말"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다를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박스권 갇힌 글로벌 증시...日 증시는 33년래 최고치

글로벌 주식시장은 최근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미 증시는 경기에 대한 우려와 동시에 통화정책 및 부채한도 협상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확산되면서 상당 기간 횡보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US뱅크웰스매니지먼트의 빌 메리츠는 "지난 11월 중순부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3800~4200선 사이에서 거래되고 있다"며 "우리는 그 곳에 갇혀있는 듯 하다"고 지적했다. 

국내증시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코스피 지수 또한 지난해 11월 이후 2400선대를 중심으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17일 오전 11시 현재 코스피 지수는 2480선대로, 지난해 11월과 같은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일본 증시는 단연 돋보이는 상승 흐름을 유지중이다. 

토픽스 지수는 시가총액 기준 일본의 버블이 붕괴된 1989년 말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섰다. 특히 올해 들어서만 14% 이상 상승했는데, 이는 세계 시장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이다. 미 S&P500 지수의 연간 상승률이 7%에 그친다는 점과 비교할 때 상당히 견조한 흐름을 이어왔음을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 증시의 견조한 흐름의 배경이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관계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1989년 버블 붕괴 이후 미 주식시장이 10배 이상 상승하는 동안 일본 주식시장은 제자리 걸음을 이어왔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2012년 금융완화와 기업 구조개혁 등을 골자로 하는 '아베노믹스'라고도 불리는 경제 정책을 내놨는데, 당시 시작된 기업 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이제야 결실을 맺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가장 두드러진 결과는 주주 친화적 태도가 증가하고 있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 언론에 따르면, 지난 3월로 끝난 2022 회계연도의 일본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및 배당금 합계는 23조6000억엔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앞서 2021년에는 19조엔에 그쳤고, 2014년에는 11조2000억엔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WSJ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어닝시즌을 지켜보면 2023 회계연도의 자사주 매입 및 배당금 합계는 또다른 기록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WSJ은 제프리스 자료를 인용해 2023 회계연도에는 자사주 및 배당금 합계가 26조9000억엔, 2024 회계연도에는 27조9000억엔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日 기업, 교차 소유 축소 등 기업가치 개선 노력

일본 기업들의 교차 지분 보유 관행이 축소되고 있는 점 또한 긍정적이다. 지분을 교차 보유할 경우 소유 구조가 복잡해짐은 물론 궁극적으로 자기자본 대비 이익률(ROE)이 떨어지며, 이는 기업의 가치 평가를 떨어뜨린다. 

최근 야마지 히로미 도쿄증권거래소 사장은 기업들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도록 하기 위해 더욱 강력한 입장을 취할 의도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골드만삭스의 일본 주식 전략가인 브루스 커크는 "거래소의 이러한 변화로 회사들은 자사주 매입에 더욱 적극적이며, 교차 지분 보유를 풀고 주주들과 더욱 밀접한 관계를 맺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언급했다. 

WSJ 역시 "올해 초 도쿄증권거래소는 기업들에게 자본 수익률을 개선할 계획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며 "일본 기업들이 비생산적인 교차 소유를 줄이고 자사주 매입에 나섬에 따라 투자자들은 일본 기업들을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할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낮은 지정학적 리스크도 긍정적...버핏도 선호 

지정학적 리스크가 낮다는 점도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는 긍정적인 모멘텀으로 작용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5주 동안 일본 주식과 선물 시장에 투자했다. 이 기간 동안의 순유입액은 약 300억달러 수준이며, 이는 지난 10년 간 가장 큰 규모다. 

FT는 "투자자들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기대감 뿐만 아니라 일본이 중국의 경제 성장에 이익을 볼 수 있는 반면 지정학적 위험이 낮다는 점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가치투자의 대가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지난 6일 진행된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 당시 "(대만을 둘러싼 미-중) 긴장 고조를 감안할 때 대만보다는 일본에 투자하는 것이 더 편안하다"고 언급했다. 

제프리스의 일본 주식 전략가 슈리칸트 케일은 "일본은 대만 등과 같은 지정학적 위험이 없이 중국의 경제 회복으로부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곳"이라며 "일본은 아마도 글로벌 투자자들에게는 최고의 옵션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난 4월 일본을 방문했을 당시 버핏 회장 또한 "일본 종합상사들에 대한 투자가 미국 이외 기업 중 가장 많다"며 "일본 기업들에 대한 지분 보유를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언급, 일본 기업에 대한 신뢰감을 시사한 바 있다. 

M&G인베스트먼트의 아시아 태평양 주식 공동 책임자인 칼 바인은 "워런 버핏의 일본 방문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지만, 해외 투자자들은 그 사실이 일본기업들 투자에 대한 근본적인 배경을 바꾼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며 "버핏은 그저 다른 사람들이 보고 있는 것을 관찰했을 뿐"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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