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칼럼] 교사 20%만 다시 교직 택하겠다는 '스승의 날'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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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칼럼] 교사 20%만 다시 교직 택하겠다는 '스승의 날'의 단상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 승인 2023.05.15 13: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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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스승의 날이다. 매년 5월 15일이 되면 선생님을 찾느라 야단법석이다. 스승의 날이니 기념해야 하고 다른 날은 몰라도 이날만큼은 스승을 기억하자는 좋은 의미로 이해한다.

그런데 다들 스승의 날의 기원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을까. 알려진 바로는 1965년 스승의 날에 대한 날짜를 다시 확정하면서 세종대왕의 탄신일인 5월 15일로 정해지게 되었다고 한다.

세종대왕 탄신일을 스승의 날로 정한 데는 적지 않은 의미가 담겨 있다. 옛말에 ‘군사부 일체’라고 하여 스승의 존재를 임금과 부모의 반열에 올려놓았는데 그 임금의 기준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스승이자 군주로 꼽히는 세종대왕과 비교한 셈이다. 그만큼 스승의 가치와 역할에 대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음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스승의 가치는 어디로 사라졌나

그런데 현실은 전혀 다르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포함해 초, 중, 고 그리고 대학에 이르기까지 스승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 스승이라는 존경의 의미와 전인 교육에 힘쓰는 스승의 가치는 온데간데없고 아이 성적을 올려주는 관리자 그리고 좋은 대학으로 학생들을 보낼 수 있는지 등에 교사들이 내몰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가장 중요한 교사 스스로 교직에 대한 자존감이 무너지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제 42회 스승의 날을 맞아 유초중등 교원과 전문직 그리고 대학교원 6,751명을 대상으로 지난 4월 28일~5월 8일까지 실시한 온라인 조사 결과다(표본오차95%신뢰수준±1.2%P). 

가장 핵심적인 설문 질문은 ‘다시 태어나면 교사를 선택할지’ 여부였다. 이 질문에 다시 교직을 선택하겠다며 긍정적인 답변을 한 응답자는 20%밖에 되지 않았다. 교직 5명 중 1명만 다시 교직을 선택하겠다는 응답 결과다. 교원들의 교직에 대한 인식은 역대 가장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현재 교직생활에 만족하고 행복한지에 대한 물음에 ‘그렇다’는 응답은 23.6%에 그쳤다. 2006년 첫 설문에서 ‘만족한다’는 응답이 67.8%를 기록한 이래, 총 11번의 설문을 통틀어 역대 최저이자 처음으로 20%대로 추락한 결과다. 이전 설문에서는 코로나19 첫 해로 교원들이 방역 업무까지 떠안은 2020년 32.1%를 나타낸 게 가장 낮았다. 

교원들의 사기는 최근 1~2년간 어떻게 변화됐나에 대해서는 87.5%가 ‘떨어졌다’고 응답해 2009년 같은 문항으로 처음 실시한 설문 이래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2009년 ‘떨어졌다’고 응답한 비율 55.3%보다는 무려 23%p 이상 부정 답변이 높아진 결과다. 학교 현장에서 교권은 잘 보호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는 답변이 69.7%로 나타났다. 2022년 55.8%, 2021년 50.6%와 비교할 때, 갈수록 부정응답이 높아지는 추세다. 반면 ‘그렇다’는 응답은 9.2%(2022년 16.2%, 2021년 18.9%)를 보여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교직생활 중 가장 큰 어려움에 대해서는 ‘문제행동, 부적응 학생 등 생활지도’(30.4%)를 가장 많이 들었다. 이어 ‘학부모 민원 및 관계 유지’(25.2%), ‘교육과 무관하고 과중한 행정업무, 잡무’(18.2%)를 주요하게 들었다. 지난 50여년 동안 학교 현장에서 꾸준히 지적되어온 문제지만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스승의 날인 15일 오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여자고등학교 3학년 6반 교실에서 담임 교사와 학생이 손으로 하트를 만들며 스승의 날을 기념하고 있다.
스승의 날인 15일 오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여자고등학교 3학년 6반 교실에서 담임 교사와 학생이 손으로 하트를 만들며 스승의 날을 기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사를 실시한 교총의 분석은 다음과 같다. “수업방해 등 학생 문제행동에도 제지할 방법이 없고, 괜히 적극 지도했다가는 무차별적인 항의, 악성 민원, 아동학대 신고만 당하는 무기력한 교권이 교원의 자존감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기에 학폭, 늘봄, 방과 후 학교와 관련된 비본질적이고 과도한 행정업무, 1%대 보수 인상에 따른 실질 임금 삭감, 공무원 연금 개편 논란까지 겹치면서 특히 젊은 교사들 사이에서 교직이 ‘극한직업’으로 전락했다”고 강조했다. 사교육 현장에서 수억 원 웃도는 강사료를 수임하는 일타강사들이 학생들의 존경까지 받고 있는 참으로 안타까운 스승의 날의 학교 현장에 대한 민낯이다.

학교 현장이 무너진 건 우리 사회의 책임

학교 현장이 이렇게 무너진 이유에 교사들의 책임도 있겠지만 더 큰 책임은 우리 사회에 있다. 학교를 이념 대결의 장으로 변질시켰고 교육 혁신이라는 말만 외쳤지 정작 실천은 하지 못했다. 결국 학교가 다 무너져가는 제 42회 스승의 날이 되어서조차 우리는 무엇이 잘 못되었는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 스승의 날 노래를 무한 반복으로 불러보아도 눈물만 눈동자를 가득 채울 뿐이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 볼 수록 높아만 지네/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다/아아 고마워라 스승의 사랑/아아 보답하리 스승의 은혜/태산같이 무거운 스승의 사랑/떠나면은 잊기 쉬운 스승의 은혜/어디간들 언제있든 잊사오리까/마음을 길러주신 스승의 은혜/아아 고마워라 스승의 사랑/아아 보답하리 스승의 은혜/바다보다 더 깊은 스승의 사랑/갚을길은 오직하나 살아 생전에 가르치신 그 교훈 마음에 새겨 나라 위해 겨레 위해 일하오리다/아아 고마워라 스승의 사랑/아아 보답하리 스승의 은혜”

 

●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주된 관심은 대통령 지지율과 국정 리더십이다. 한국교육개발원·국가경영전략연구원·한길리서치에서 근무하고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을 거친 여론조사 전문가다. 현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을 맡아 리서치뿐 아니라 빅데이터·유튜브까지 업무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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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 2023-05-15 13:53:39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 탄신기념일을 ‘스승의 날’로 정했다.

1965년 청소년적십자중앙학생협의회(RCY)가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 15일을 스승의 날로 정했다.

세종대왕은 태종과 원경왕후(元敬王后) 민 씨(閔氏)의 셋째 아들로 1397년 5월 15일(양력) 한양 준수방(俊秀坊) 잠저(潛邸)에서 태어났다.

원래 ‘스승의 날’은 1958년 5월 충남 강경여고 청소년적십자 단원이던 학생들이 현직 선생님과 은퇴하신 선생님, 병중에 계신 선생님들을 자발적으로 위문한데서 시작됐다.

청소년적십자 충남협의회는 1963년 9월 21일을 충남지역 '은사의 날'로 정하고 사은행사를 실시했다. 1964년부터 '스승의 날'로 불리기 시작했다. 날짜도 5월 26일로 변경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