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노인 영화'는 또다른 장르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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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노인 영화'는 또다른 장르가 될 수 있을까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5.1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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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 칼럼니스트] 한국에서 노인은 노인 아닌 세대로부터 환영받지 못할 때가 많다. 심지어 노인은 뭔가로부터 배제되기도 한다. 그것은 사회적 역할일 수도, 바뀌는 세상의 문물일 수도 있다. 때로는 식당이나 카페에서도 배제될 수 있다. 

어버이날이었던 지난 8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 '노시니어존'이라는 제목의 사진이 화제였다. 
 
거기에는 '노 시니어 존', '60세 이상 어르신 출입 제한'이라는 문구가 적힌 카페의 출입문 사진이 담겨 있었다. 그 문구 옆에는 '안내견을 환영합니다'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고.

수년 전 서울의 한 식당에 ‘49세 이상 정중히 거절합니다’라는 안내가 붙어 있어 논란이 일었는데 또 다른 ‘노 시니어 존’이 또 등장했다.

안내견은 환영, 노인은 사절

물론 SNS에 돌아다니는 사진 한 장으로 전후 맥락을 파악할 수는 없다. 다만 노인 아닌 세대들이 ‘노인’을 불편해하거나 환영하지 않는 분위기는 느낄 수 있다. 대중문화에서도 그런 세태가 느껴질 때가 있으니까.

특히, 드라마에서 노인을 만나기 힘들다. 나오더라도 가정이나 사회의 중심을 잡아주는 어른 역할이 아니라 분란의 중심에 서는 노욕(老慾)의 인물로 나올 때가 많다. 그나마 트렌디한 드라마에는 노인 역할을 단역으로라도 찾아보기 힘들다. 

50~60대 중견 배우들이 소속된 매니지먼트 회사의 한 관계자는 “젊은 배우들의 출연료가 많이 올라가 제작비 절감 차원에서 원로급 배우들이 배제”될 때가 많다고 전했다. 왕년의 인기 드라마 <전원일기> 출신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tvN STORY의 <회장님네 사람들>에서도 지금의 드라마 제작 경향에 푸념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노인이 중심이 되는 ‘서울국제노인영화제’의 존재가 특별해 보인다. 

‘노인 영화’를 장르로 구분할 수 있을까. ‘멜로’나 ‘코미디’, 혹은 ‘호러’나 ‘SF’ 같은 범주로 묶을 수 있는 단순한 분류는 아닌 듯싶다. 그렇다면 노인이 주인공이라거나 혹은 노인 문제를 다루면 노인 영화인 것일까? 아니면 노인이 만든 영화를 일컫는 것일까.

2023 서울국제노인영화제는 노인 영화에 관한 여러 질문에 답을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제는 지난 2008년에 노년 세대의 다양한 이야기를 영상으로 담기 위해 시작해 올해로 15회를 맞이했다. 

이 영화제는 노년의 삶을 영화로 이해하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세대가 함께 어우러지는 영화 축제를 목표로 한다. 그러기 위해 노인 감독에게 영화 제작의 기회를 만들어 주고, 청년 감독에게도 노년 세대에 대한 다양한 시선과 고민을 담을 기회를 제공해 주는 영화제다. 

이 영화제는 국내 출품 영화로만 운영하다 2019년부터 해외에서도 출품받기 시작했고, 국제영화제로 발돋움한 2022년부터 5월에 열고 있다.

이번 영화제의 콘셉트는 ‘일상의 회복, 과거와 현재의 공존’으로 잡았다. 또한, ‘새로운 시대는 과거의 모든 것을 포함한다, 과거와 현재는 조화롭게 어울려 함께함으로써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게 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이번 영화제는 지난 11일부터 5일간 열리는데 서울의 대한극장에서 모든 출품작을 상영한다. 영화제 전용 온라인 플랫폼인 ‘온피프엔’을 통해서도 감상할 수 있다. 

개막작 '라스트 버스'를 포함한 11개의 단편 경쟁 섹션과 초청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세계 각국의 다양한 시선을 통해 노인에 대한 국제적 관심과 노년의 삶에 대해 고루 고민할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라스트 버스'는 죽은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영국을 종단하는 노인이 여정을 통해 그의 일상을 도전과 희망이라는 단어로 채워가는 로드무비 형식의 작품이다. TV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도 소개된 이 영화는 아름다운 영상과 인상 깊은 메시지로 영화 팬들의 기대를 모은 작품이기도 하다.

서울국제노인영화제의 개막작 '라스트 버스'

노인에 대한 편견을 깨는 영화제

서울국제노인영화제의 주최자는 ‘서울노인복지센터다. 센터가 제공한 영화 관련 교육을 통해 영화 제작에 흥미를 느낀 노인들이 직접 작품을 만들게 되었고, 그들 중 일부는 영화제에 출품할 수 있는 수준의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고.

지난달 19일에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집행위원장 희유스님은 “서울국제노인영화제를 통해 노인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었으면 한다. 과거에도 그랬듯 우리 영화제는 그 편견을 깨기 위한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가 들어가듯 어떻게 나이 들어갈 것인가를 사료하며, 청년과 노인이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세대공감의 장이 되기를 희망해본다.”라고 전했다. 

‘서울노인복지센터’ 관장이기도 한 그는 여가 차원에서 영화 교육을 시작했는데 노인들의 살아온 삶 자체가 다양한 이야기가 되어 영상에 담기는 노인 영화의 매력을 넓게 펼치기 위해 영화제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영화제 주최 측 자체가 노인복지를 실행하는 단체이기 때문에 평소 노인 문제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런 그들은 노인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한 방법론 중 하나로 ‘노인 영화’를 제시해 왔다. 

그 연장선에서 ‘서울노인국제영화제’는 ‘노인 영화’에 대한 정의를 만들어 가는 중이다. 노인이 직접 자신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기도, 젊은 세대가 자신들의 시각으로 노인을 바라본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기도 한다. 무엇보다 다채로운 시각과 다양한 주제의 노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의미가 크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 노인은 ‘노 시니어 존’ 스티커가 붙인 곳에서만 배제되는 건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노 시니어 존’ 스티커가 붙어 있는 곳이 한국 사회에는 많다. 한편으로는 노인들이 모인 곳에 노인 아닌 세대가 가기를 주저하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영화제가 노인 세대와 노인 아닌 세대가 소통할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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