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중국은 세계의 패권을 쥘수 없는가」…대세론의 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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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중국은 세계의 패권을 쥘수 없는가」…대세론의 허구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8.03.24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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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낙관론 부정…빈민, 외동아이, 농민공, 범죄자, 독신남 등 5개 군단의 위협

 

7년전인 2011년에 출판된 서적이어서 약간의 시대 차이가 있지만, 중국의 현재와 미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왜 중국은 세계의 패권을 쥘 수 없는가」라는 긴 제목의 이 책의 원명은 'Fault lines on the face of China : 50 reasons why China may never be great'이다.

중국을 위험하게 하는 50가지 요인을 나열한 책인데, 국내 번역과정에서 31개로 압축했다. 중국에 대한 과도한 기대, 낙관론을 경계한 책이다.

책을 넘기다보면, 이런 나라가 어찌 세계의 패권을 쥐려고 하는지 의심이 된다. 땅덩어리가 크고 인구가 많고 제법 경제성장을 이루었다고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후진국이다. 힘은 있고, 돈은 있겠지만, 세계를 리드할 자격이 없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데이빗 매리어트(David Marriott)와 칼 라크루와(Karl Lacroix)라는 영국과 캐나다의 저널리스트들이 베이징에 오래 주재하면서 체험하고 수집한 내용을 정리한 글이다. 두 저널리스트는 중국에 관한 방대한 통계와 보도들을 분석하고, 모순되는 정보의 흐름을 정리해 중국 체제의 약점과 인민들의 점증하는 불만으로, 위태롭게 흔들리는 대륙의 실상을 생생하게 파헤쳤다. 책자는 중국이 제1의 경제강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았다.

이 책은 후진타오 시절의 자료를 내용으로 하지만, 시진핑 시대의 중국도 마찬가지다. 통계수치의 변화만 있을뿐 중국 경제 근저에 흐르는 원류는 조금도 변한게 없어 보인다.

 

▲ 책 사진/김인영

 

저자들이 중국을 위태롭게 하는 5개 군단을 정리한 것이 흥미롭다. 그 5개 부대는 ① 빈민 ② 외동아이 ③ 농민공 ④ 범죄자 ⑤ 독신남이다.

 

① 빈부 격차―농민공과 빈민문제

오늘날 중국 체제를 위협하는 가장 큰 위협요소는 커져가는 빈부격차와 이에 대한 인민들의 불만이다. 이미 중국의 지니계수는 0.5에 이르러 이른바 ‘남미형’ 실패한 국가의 그것과 별 차이가 없다.

이 책에서 빈부격차는 좌시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폭발을 예기하고 있는 잠재적 동란의 불씨라는 점을 강조한다. 중국은 한마디로 폭발 직전에 이른 인민들의 불만을 통제와 억압으로 간신히 짓눌러 유지하고 있는 체제일 뿐이다. 2010년 현재 약 2억 4,200만 명의 농민공들이 겪는 중국은 “제대로 된 의료혜택”이나 “주거 공간”이 없으며 “네 명 중 한 명이 임금을 지불받지 못하고 있거나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일상적으로 그들을 업신여기고 멸시하는 도시인의 편견”에 시달리며 “제대로 된 교육의 부재”로 인해 아이들마저 고향에 두고 와야 하는 참담한 현실에 처해 있다.

 

▲ 국내판 표지

② 싸구려와 짝퉁 양산하는 기업

중국은 그동안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하지만 오늘날 싸구려 브랜드와 짝퉁 상품을 양산하는 중국 기업의 경쟁력이 과연 경쟁력을 확보할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책은 중국 기업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단호히 부정한다. 중국산 짝퉁 상품의 현 주소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끝없이 나열되는 짝퉁 저질 식품들은 먹을거리라기보다는 “연쇄살인”에 사용되는 독물에 가깝다. “돼지 구정물 및 오물, 심지어 폐유까지 재활용해” 만드는 ‘식용’고체기름, “석고, 물감, 녹말가루”를 섞어 만든 두부, “실제 영양분은 거의 함유되지 않은” 가짜 분유(p259~261)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서점에는 “「해리포터와 용쟁호투」”와 같은 희한한 가짜 책들이 널려 있고, 약국과 병원에서 파는 “가짜 광견병 예방약, 가짜 ‘밴드에이드(Band-Aid)’, 가짜 ‘비아그라’와 가짜 ‘보톡스’와 같은 약들은 이제 세계로 수출되고 있다.

물론 이런 짝퉁 상품을 제조하여 파는 데는 이유가 있다. 중국 기업들은 이 이상의 제품을 생산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2006년도 「비즈니스 위크(Business Week)」가 뽑은 20대 최고 브랜드와 2010년도 「포브스(Forbes)」가 뽑은 글로벌 2000 내의 중국 기업과의 비교를 통해 우리는 중국을 대표한다는 기업들의 허실을 냉정히 파악할 수 있다. 그 기업들은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지만 아직까지 “세계 시장에서 알아줄 만한 브랜드를 가진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5위 내의 기업들과 p283~287에서 소개된 시노펙(Sinopec-China Petroleum), 페트로차이나(Petro China), 중국공상은행들은 그 거대한 규모와 엄청난 시가총액에도 불구하고 방대한 중국시장과 중국 정부의 강력한 후원에 힘입어 성장해 온 사실상의 국유기업임을 분명히 알 수 있다.

 

③ 소수민족 탄압

중국체제를 분석하는 데 가장 주요한 것 중 하나가 ‘민족문제’ 또는 ‘내부 식민지 문제’다. 이 문제는 시각에 따라 어떻게 보는가가 너무나 극명히 엇갈린다,

이 책은 티베트와 위구르가 내부 식민지이며 독립을 위한 투쟁이 끈질기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티베트인들과 위구르인들이 겪고 있는 참혹한 현실과 이에 맞선 기나긴 투쟁의 현 주소를 확인할 수 있다.

 

④ 국경분쟁

중국이 이미 지역 강대국이며 미래의 패권국가가 될 것이라는 일반적인 전망을 고려해본다면, 중국식 패권체제의 본질과 현재 진행중인 국경분쟁 역시 중요한 문제다.

중국과 인접국 사이에 벌어지는 육ㆍ해상 국경분쟁은 해결이 불가능해 보이는 오랜 영토 분쟁을 계속하고 있다. 14개국 22,117km의 육상 국경,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의 광대한 해역을 둘러싼 5개국과의 해상 국경을 둘러싼 갈등이 어떤 결과를 빚을지 그려본 구체적인 시나리오(p136~139)를 통해 우리는 Realpolitik으로서의 국제정치 메커니즘을 이해하게 된다.

또 중국식 패권체제가 의미하는 폭력적 본질과 그 수단으로서 군사력과 경제력의 결합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게 된다. 티베트와 중가르를 중국이 어떤 수단으로 압박했는지 본다면 우리는 이른바 ‘신조공체제’의 본질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⑤ 환경문제

중국의 환경문제는 중국의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을뿐더러 중국 인민들의 삶을 파괴하고 있는 최고의 주범이다. 중국 환경문제의 본질은 자본주의의 발전과 표리관계를 이루고 있으며 현재의 발전방식을 급속히 전환하지 않을 경우, 중국 체제를 파괴하고 나아가 인류의 미래를 위협할 시한폭탄과 같은 존재다.

저자들은 “한족의 정신과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황허는 (…) 지금 세계 어느 강도 겪어보지 못한 유래 없는 환경오염에 시달리고”면서 “강물의 66퍼센트가 식수로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오염되어 있으며, 3분의 1은 농업용수로도 사용하지 못하는 5급수 미만의 독물로 변했다”다고 지적했다. 황허와 함께 중국을 대표하는 강인 양쯔 강의 경우도 “오염이 끼친 영향은 ‘대부분 회복될 수 없는 지경’이며, 향후 10년 내에 양쯔 강 생태계는 완전히 붕괴할 것이다.”(p354) 이외에도 썩어가는 호수와 해변들, HCFC-22 배출과 건설업의 영향, 그리고 엄청난 석탄소비와 전력산업의 문제들을 통해 판단되는 중국의 환경문제는 인류 전체의 대재앙을 초래하기에 충분한 것이다.

 

▲ 해외판 표지

책자는 많은 자료를 제시하면서 중국 붕괴를 예고하는 치명적인 징후들 31가지로 요약했다. 그중 몇가지를 옮겨본다.

1) 전체 인구의 6분의 1에 가까운 2억 4,000만 명의 농민공들은 중국의 대도시와 산업지역 곳곳에서 거대한 슬럼가를 이루어 살고 있다. 임금 체불과 빈약한 사회안전망으로 인해 고통 받는 농민공들의 분노는 도시의 화려한 외양 속에 숨겨진 가장 큰 화약고다.

2) 국발 뉴스란 철저히 통제되고 세탁된 정보의 매트릭스일 뿐이다. 400억 부가 넘게 발행되는 신문과 1만 개가 넘는 정기간행물들은 당이 정한 기준 내의 정보만을 보도하고 게재한다. 그 기준을 깨려 한 의식 있는 언론인들은 소리소문없이 갇히거나 제거된다. 중국에서 언론이란 당이 뿌린 방부제로 가득한 통조림 생산 공장이며, 길들여진 중국인들은 이를 묵묵히 소비할 뿐이다.

3) 무려 4억 명이 넘는 네티즌이 인터넷을 사용하는 중국. 그러나 ‘황금방패작전’과 ‘사이버 공안’, 인터넷 실명제로 대표되는 통제정책은 당과 체제에 대한 공격을 철벽처럼 틀어막고 있다. 슬프게도 이러한 철벽은 국수주의와 자존심으로 무장한 인민 스스로에 의해 정당화되기 일쑤다. 자유로운 의사 표현과 주장을 외부의 음모와 위협으로 몰아가는 인민들의 모습은 기실 루쉰 선생이 그려낸 ‘아Q정전’의 사이버판을 연상케 한다.

4) 문제는 모두 ‘사이즈’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중국의 집권 공산당의 당원 수는 2010년 말 현재 8,000만 명을 돌파했다. 이 정당이 관료주의로 동맥경화에 걸리지 않을 비책이 있을 수 있겠는가. 또한 14억 인구를 지탱하기 위한 농작물들을 재배하기 위해 매년 120만 톤의 농약을 사용하고, 세계 비료 소비량의 35퍼센트를 쏟아 붇는다. 이러니 1억 2,000만 헥타르의 농지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물은, 지하자원은, 에너지는, 쓰레기는 또 어찌할 것인가?

5) 한 국가의 지도자란 단지 리더로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국가의 상징이자 아이콘이다. 버락 오바마가 보여주는 자신감과 매력은 실추되는 미국의 위상을 보완하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떠오르는 강대국이라는 중국의 지도자에게 그런 매력은 찾아 볼 수 없다. 누가 어떻게 뽑고 뽑히는지 전혀 짐작조차 가지 않는 그저 장기판의 졸과 같은 존재들. 우중충한 단색 양복에 근엄한 미소를 지을 뿐인 로봇 같은 Mr. China들.

6) 수백 년간 유럽 제국주의 국가들에 의해 식민지로 분할 지배된 아프리카 대륙. 오늘날 검은 대륙의 새로운 식민지배자로 떠오르는 중국은 광물자원과 에너지를 뽑아내기 위한 빨대를 대륙 곳곳에 꽂고 있다. 어느새 사하라 사막에서 남아공까지 세력을 넓혀 원자재를 획득하고 저가의 소비재를 판매하는 중국인들은 독재정권을 떠받치는 강력한 안전판이 되었다. 하지만 각성하는 아프리카인들이 “China! Go Home!"을 외칠 날이 오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7) 중국의 인구 정책이란 인류 역사상 초유의 강제 피임과 임신 중절수술이 뒤범벅된 거대한 실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결과로 탄생한 1억 명의 외동아이들은 마치 부서지기 쉬운 유리처럼 나약하고 이기적인 소황제, 소황녀 집단이다. 이 장에서 설명하는 가족계획의 변화는 정치지도자의 변덕이 어떤 식으로 개인의 일상과 생명을 유린하는 폭력이 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8) 빗발치는 탄광사고, 진폐증으로 죽어가는 수십만 명의 노동자들. 철강공장의 용광로 쇳물에 빠져 죽는 노동자들, 화학공장에서 독성 물질에 중독되어 죽어가는 노동자들. 이루 셀 수도 없는 사람들의 목숨이 파리 목숨에 지나지 않는다. 이유는 단 하나. 돈이다.

9) 추정에 따르면 적어도 20만 명의 어린이들이 매년 유괴되고 지난 10년간 찾지 못한 아이들은 6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아이들은 플라스틱 가방에 갇혀 아이 없는 가정에 밀매되고, 동냥과 구걸을 위한 도구가 되어 도시를 떠돌게 된다. 그런 불행을 겪지 않는 아이들 또한 안전규정 따위엔 관심이 없는 도로위의 난폭자들이나 교사라는 이름의 폭력범들, 잔인한 학교난입자들의 도끼질을 피하려면 행운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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