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 개미투자자 이탈 본격화하나…김익래 회장 사퇴에도 여론은 '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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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증권, 개미투자자 이탈 본격화하나…김익래 회장 사퇴에도 여론은 '싸늘'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3.05.08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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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증권 주가 SG사태 전 대비 14% 하락
올해 1분기 국내 리테일 점유율 30%대였으나 축소 불가피
투자자들 '영웅문' MTS 지우고 불매운동 나서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4일 SG증권발 주가 폭락 관련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키움증권이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에 휘말리면서 책임론이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단초를 제공한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지난 4일 전면 사퇴를 밝히면서 8일 주가는 소폭 반등했지만, 투자자들의 분노는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키움증권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2.81% 오른 9만1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12거래일 만에 반등해 상승세로 전환한 것이다. 

그러나 폭락 사태가 일어나기 전인 지난달 18일(10만7500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14.8% 가량 주가가 빠진 상태다. 특히 기관투자자들이 SG증권 사태 이후 키움증권을 대량 매도하며 주가가 지난달 19일부터 지난 4일까지 11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폭락이 시작된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4일까지 기관투자자들은 키움증권을 총 428억원 순매도했다. 특히 연기금은 해당 기간 동안 169억원을, 투신은 101억원을 팔아치웠다.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4일까지 키움증권 주가는 14.8% 가량 하락했다. 자료=한국거래소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4일까지 키움증권 주가는 14.8% 가량 하락했다. 자료=한국거래소

앞서 지난달 24일 SG증권을 통해 대규모 매물이 출회되면서 8개의 매물이 하한가를 기록했는데, 이 중에는 다우키움그룹의 지주사격인 다우데이타도 포함됐다. 다우키움그룹은 다우데이타→다우기술→키움증권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그런데 김 전 회장은 이러한 '무더기 하한가'가 나오기 직전인 지난달 20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을 통해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주(3.65%)를 주당 4만3000원대에 처분해 605억원 가량의 현금을 확보했다. 이후 다우데이타 주가는 폭락해 지난달 28일 1만7370원까지 내려갔다.

이에 주가조작 연루 의혹이 커지면서 김 전 회장은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어 회장직과 키움증권 이사회 의장직을 사퇴하고, 605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도 김 전 회장은 주가조작 수사 대상자인 라덕연 H투자자문업체 대표와의 관계, 과거 매매 시점에 대한 논란에 대해서는 답변을 피했다.

이러한 태도에 키움증권을 향한 투자자들의 분노는 점차 커져가는 모양새다. 김 전 회장이 사퇴한 것 또한 책임을 지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검찰의 수사를 회피하기 위해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불매운동을 하자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키움증권은 개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성장해온 회사인 만큼 이러한 여론의 움직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키움증권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제출한 작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키움증권의 2022년도 국내주식 시장점유율(누적)은 19.6%로, 여타 대형 증권사 점유율(8~10%) 대비 두 배 가량 높다. 

이번 사태 전까지 키움증권의 시장점유율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모습을 보여왔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키움증권의 올해 1분기 국내주식 리테일 시장 점유율은 30.6%로 나타났다. 지난해만 해도 키움증권이 리테일 수수료로 벌어들인 수익은 6613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 분노한 일부 개인 투자자들이 키움증권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영웅문'을 삭제하고 불매운동을 벌이면서 투자자 이탈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투자자들은 "김 전 회장이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믿고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입혔다"며 "영웅문을 지우고 다른 증권사로 갈아타겠다"는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아울러 연내 키움증권이 계획하던 초대형IB 인가 또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별도 기준 자기자본이 4조원을 넘기면서 초대형IB 발행어음 인가 요건을 갖췄으나, 최대주주인 김 전 회장에 대한 당국의 조사로 '오너 리스크'가 생기면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금융당국은 키움증권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차액결제거래(CFD) 반대매매에 대한 사전 정보를 키움증권이 확보했는지, CFD 거래 과정에서 불법적인 부분은 없었는지, 내부 임직원이 연루되지는 않았는지 등이 중점적으로 조사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남부지검과 금융위원회 합동수사팀이 현재 라 대표를 비롯한 사건 핵심 인물들을 입건해 수사 중이다.

이번 사태에서 주가조작의 뇌관으로 지목된 CFD 거래 역시 후폭풍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키움증권을 비롯해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DB금융투자 등 다수의 증권사들은 현재 국내 및 해외주식 CFD 계좌 개설을 일시 중단한 상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통상 대주주의 고점 매도는 하락의 시발점이 된다"며 "수사가 진행돼 봐야 알겠지만 김 전 회장의 블록딜이 '무더기 하한가' 사태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김 전 회장과 키움증권이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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