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연예인 향한 간섭과 참견, 지켜야 할 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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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연예인 향한 간섭과 참견, 지켜야 할 선이 있다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5.06 09:3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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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 칼럼니스트] 연예인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타인이 전문가로 불러주는 범주와 거기에 속하지 않은 비전문가로 나뉜다. 전문가와 비전문가는 나름의 시각으로 연예인을 평가하거나 지적하며 연예인의 연예 활동을 소비하거나 간섭한다. 

평가나 지적은 당하는 이에게 불편하거나 아프게 느껴질 수 있지만, 때론 당사자가 아닌 지켜보는 이에게도 그렇게 느껴질 수 있다. 신동엽에 대한 대중들의 간섭과 박은빈을 향한 어느 전문가의 참견이 그랬다. 

방송인 신동엽을 향한 대중의 간섭

신동엽은 ‘동물농장’ 아저씨로 불린다. 그는 2001년 5월 6일 방영을 시작해 이번 일요일 방송 22주년을 맞이하는 SBS의 <동물농장>에서 첫 회부터 MC를 맡아온 터줏대감이다. 

하지만 <동물농장> 하면 떠오르는 신동엽이 일부 대중으로부터 <동물농장> 하차를 요구받고 있다. 매주 일요일 오전에 방영돼 어린이 등 온 가족이 보는 프로그램의 MC인 신동엽이 성인문화를 다룬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 이유에서다. 

문제의 프로그램은 넷플릭스 예능 <성+인물: 일본 편>이다. 성(性)을 아이템으로 한 문화와 산업이 발전한 일본의 적나라한 모습을 소개해서일까, 이 소식을 들은 대중들의 비판이 일고 있다. 현재 ‘동물농장’ 시청자 게시판에는 신동엽의 하차를 요구하는 글로 빽빽하다. 물론 신동엽을 옹호하는 글도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지만.

‘손님이 왕’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지점이다. 연예 산업에서 중요한 매출을 담당하는 대중의 지위가 올라가더니 연예인들의 생사여탈 여부까지 관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데 평소 이미지와 다른 배역을 맡았다고 해서 배우에게 영화나 드라마에서 하차를 요구하는 사례가 있었을까? 물론 범죄를 저지르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배우가 하차를 결정한 전례가 많았고, 역사를 오도했다는 대중의 비판에 중단된 드라마도 있었다. 

하지만 (현명한) 대중은 맡겨진 배역을 연기하는 배우와 그 배역을 떠나면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인물로 돌아오는 자연인으로서의 그를 혼동하지 않는다. 예능 프로그램과 거기에 출연하는 예능인도 이와 같은 잣대로 볼 수는 없는 것일까? 

신동엽은 맡겨진 프로그램에서 MC나 출연자로 충실한 연예인일 뿐이다. <동물농장>에서는 동물의 일상에 웃고 우는 진행자이면서 tvN의 <놀라운 토요일>에서는 MC가 아닌 후배 연예인들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출연자이기도 하다. <미운우리새끼>에서도 그렇고 <SNL 코리아>에서도 그렇다.

그런 신동엽은 지난 4월 28일 열린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저는 호기심이 많아서 다양한 것들을 하는 걸 좋아한다”며 “재밌는 것도 좋아하고 야한 것도 좋아한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분히 이번 논란을 의식한 발언이다. 연예인의 의견이나 소신과는 상관없이 정체성을 재단하려는 대중의 간섭을 완곡하게 비판한 표현으로 읽힌다. 

백상예술대상에서 수상소감을 말하는 배우 박은빈. 사진=jtbc 화면 캡쳐

문화평론가 김갑수의 잔소리

연예인에게 전문가의 지적은 대중의 그것과는 다른 무게감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대중의 지적이 감정 호소에 가깝다면 전문가의 그것은 이성적 비판, 즉 고민해야 할 지점이 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화평론가 김갑수의 배우 박은빈을 향한 지적은 전문가의 그것이라 하기에는 낯 뜨거웠다.

시인이면서 다양한 매체에서 문화평론가에서 소개되는 김갑수는 5월 1일 유튜브 채널 ‘정영진 최욱의 매불쇼’에 출연해 지난 4월 28일 개최된 제59회 백상예술대상에 대해 언급했다. 김갑수는 상을 받은 배우들의 자세를 지적하면서 “쓴소리”라며 배우 ‘박은빈’을 콕 집었다.

그는 박은빈 등 배우들이 상을 받으면서 감정을 그대로 표출하며 정리되지 못한 수상 소감을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필자가 느낀 박은빈의 수상 소감은 진솔했다. 그가 맡은 배역, 사회적 약자를 연기하며 혹시 ‘자폐스펙트럼’ 장애인과 그 가족들에게 누가 될까 봐 고민했던 마음과 드라마로 인해 세상이 조금이라도 달라지고 사회적 약자를 ‘다름이 아닌 다채로움’으로 바라봤으면 하는 바람이 느껴졌다.

하지만 김갑수 문화평론가에게는 박은빈의 수상 소감이 감정을 지나치게 표출하는 등 준비가 소홀한 것처럼 보였던 거 같다. 

그런데 문제의 방송들, 박은빈의 수상 소감과 김갑수의 발언이 나온 방송을 재차 봐도 김갑수 문화평론가의 자세가 거슬렸다. 거기엔 전문가의 지적이 아닌 (나이 많이 먹은 사람인) 어른의 잔소리가 있었을 뿐이었다. 마치 맘에 들지 않는 부하 직원을 질책하는 상사나 뭘 해도 얄미운 며느리를 타박하는 시부모와 같은.

평론가는 자기 나름의 렌즈를 통해 특정 분야를 들여다볼 수 있는 전문가를 의미한다. 비전문가들이 미처 바라볼 수 없는 영역까지 능히 볼 수 있는 식견을 가진 이들이 평론가로서 자격이 있다. 다만 사회에서 평론가라고 인정해준 이들은 정제된 언어로 자신의 성찰을 (대중과 같은) 비전문가에게, 특히 (연예인과 같은) 소비자에게 전달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평론가로 불리는 전문가들은, 최소한 공식적 통로를 통한 말이나 글이라면, 정제해서 표현해야 할 것이다. 전문가한테서 나왔다고 해서 모든 글과 발언이 옳거나 권위를 갖는 건 아니니까.

말의 무게감, 전문가와 비전문가 모두에게 필요go

김갑수는 자신의 발언을 두고 비판이 일자 한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소명했다. 오해의 소지가 있었고 당시 말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는 취지였다. 

미디어를 통해 내뱉은 전문가의 발언이, 연예인에게 공인으로서의 ‘준비’를 강조했던 문화평론가로서의 발언이, 사실 정제되지도 않고 준비되지도 않은 발언이었음을 고백한 셈이다. 주어가 빠졌다거나 해석에 오해가 있었다는 정치판의 변명 수준과 다를 바 없게 들렸다.

대중문화를 만들어가는 한 축인 대중들 또한 말의 무게감을 느껴야 할 필요가 있다. 때로 그들의 의견이 대중의 이름으로 포장된 간섭이라는 걸, 그래서 익명 속에 숨은 다수의 힘으로 무장한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만약 연예인을 향한 의견이나 지적이 대중과 전문가들에게 주어진 특권으로 생각한다면 최소한 그 지위를 남용하지는 말아야, 무엇보다 편견에 사로잡힌 간섭과 참견은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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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가없네 2023-05-07 07:16:42
신동엽이 지금 왜 욕먹는지 모르세요? 무작정 대중들만 까시네 왜 욕먹는지 이유도 모르시고 글쓰시는것 같은데 그러는 님이야말로 편견에 사로잡혀서 무작정 일반 시청자들 욕하고있는데요? 님도 똑같은 행태를 하고있는걸 모르시나요? 내로남불이라고 아시죠? 본인도 지금 글에 쓴것처럼 똑같은 짓을 시청자한테 하고있다는것을 제발좀 인지하시길 바랍니다....신동엽씨가 왜 욕먹고있는지는 좀 찾아서 보시고 글좀 쓰세요 아무리 같은 연예인편이라고해도 내용을 아는거랑 모르는거랑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박보성 2023-05-06 10:42:47
딴따라는 욕 처먹어도 된다 닥쳐라 기레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