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달간 무역적자만 34조원‥"韓, 수출 구조 재편해야"
상태바
넉달간 무역적자만 34조원‥"韓, 수출 구조 재편해야"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5.03 17: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韓 수출 구조 '반도체·중국→차·미국'으로 변화
14개월 연속 무역적자…불투명한 수출 전망 여전
무협 "5대 신성장 사업 중심 수출 구조 변화해야"
선적을 기다리고 있는 컨테이너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 수출 전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올해 들어 지난 넉달 간 수출 감소의 여파로 34조원의 무역적자를 쌓았다. 반도체 등 특정 품목의 부진 차원을 넘어 코로나19와 미중무역 분쟁 등 수년간 이어온 글로벌 무역 환경의 변화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한국의 수출산업 구조를 신성장 산업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며 "수출 전략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기"라고 입을 모은다. 

반도체·중국→자동차·미국으로…포트폴리오 변화

산업통상자원부는 4월 수출이 지난해보다 14.2% 줄어든 496억달러(약 66조5000억원), 수입은 13.3% 줄어든 522억달러를 기록했다고 1일 발표했다. 무역수지는 26억달러 적자다. 반도체 수출은 작년보다 41% 줄어든 63억8000만달러였다. 9개월째 마이너스이고, 4월 전체 수출 감소액(82억달러)의 절반이 넘는 44억달러가 반도체 수출 감소액이다.

반면 자동차 수출은 작년보다 40% 급증한 61억5600만달러를 기록하며 수출액 2위에 올랐다. 반도체와 격차가 2억 달러에 불과했다. 자동차는 무역수지에서 이미 작년 4분기부터 월간·분기 기준으로 1위에 오르며 반도체를 크게 앞섰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자동차는 수출액에서도 반도체를 제치고 1위에 오를 전망이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반도체 수출이 급감하고, 자동차 수출이 탄탄하게 이어지는 추세를 감안하면 두 품목의 자리바꿈이 곧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가 수출액 1위에 오르면 2011년 6월 이후 12년 만이다. 반도체를 앞서는 것도 2013년 1월 이후 10년 반 만이다. 

지역으로 보면 4월 대미(對美) 수출은 자동차·일반기계·가전 호조에 힘입어 91억8000만달러를 기록해 4월 기준으로 2위에 올랐다. 반면 중국 수출은 전년보다 26.5% 급감한 95억2000만달러에 그쳤다. 이에 따라 대중·대미 수출 격차는 지난 1월 11억5000만달러에서 지난달 3억4000만달러로 크게 줄었다. 2003년 1월 이후 20년 동안 중국이 지켜온 지역 수출 1위 자리가 미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 부진이 지속되면서 한국 수출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사진=연합뉴스

여전히 불투명한 수출 전망

14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냈지만 적자 규모 추이만 놓고 보면 위안이 된다. 무역적자는 1월 125억달러에서 2월과 3월에는 53억달러와 46억달러로 감소했다. 4월에는 26억달러로 줄었다. 월간 무역적자가 20억달러대로 진입한 건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이다. 

일단은 무역적자 확대 원인이었던 국제 에너지 가격이 안정된 영향이 컸다. 4월 원유(-30.1%)·가스(-15.5%)·석탄(-21.1%) 등 에너지 수입은 지난해보다 25.8% 감소한 109억달러에 그쳤다. 이 여파로 전체 수입도 10% 넘게 줄었다. 다만 에너지 수입은 여전히 과거 10년 평균과 비교해 19억달러 높은 수준이다. 에너지를 뺀 반도체(-16%)·철강(-12.8%) 등 중간재를 중심으로 9.2% 줄었다.

수출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IT제품을 비롯해 석유화학, 석유제품, 철강 등 15대 수출 품목 중 자동차와 선박, 일반기계를 제외한 12품목이 모두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유럽연합과 중동 수출이 9.9%, 30.7% 증가했지만 중국과 아세안 등에선 20% 감소했다. 

한국 수출 산업 구조를 5대 신성장 산업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5대 신성장 산업 중심으로 재편해야"

3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5대 신성장 산업의 수출경쟁력 및 경제 기여 진단’ 보고서를 통해 "5대 신산업 수출은 양질의 일자리와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미래 핵심 동력"이라며 "5대 신성장 산업 중심으로 한국의 수출산업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5대 신성장 산업의 세계 교역이 급성장하고 있다. 5대 신산업 세계 교역 규모는 2016년 1조6000억달러에서 2021년 3조2000억달러로 1.8배 증가해 전 세계 수출액의 14%를 차지한다. 하지만 한중 수출점유율 격차는 2016년 6.4%포인트에서 2021년 8.1%포인트로 확대됐다. 2016년 이후 중국(1.6%포인트)의 세계수출 점유율은 증가하고 한국(-0.1%포인트)은 정체한 탓이다.

중국은 차세대 반도체·차세대 디스플레이·이차전지 등 3개 품목에서 세계 수출 점유율이 가장 높았다. 또한 중국의 전기차 수출 점유율은 2021년 9.5%를 기록해 한국(6.6%)를 제쳤다. 다만 우리나라의 차세대 디스플레이 및 이차전지 수출은 2016년 이후 점유율이 하락(각각 -3.3%포인트, -3.5%포인트)하고 수출 경쟁력지수도 소폭하락했다. 특히 이차전지 부문에서는 한중 수출 점유율 격차(2021년 중국 33.9%, 한국 8.7%)가 25%포인트로 확대됐다. 또한 바이오헬스는 한국의 점유율이 1% 수준에서 정체되고(2016년 0.9%→2021년 1.2%), 5대 신산업 중 유일하게 수출경쟁력 비교 열위가 지속되고 있어 국제경쟁력 개선이 가장 시급한 것으로 집계됐다.

보고서는 신성장 산업이 지난 10년 동안 한국 수출 성장을 주도하며 한국 경제 성장에 19.2% 기여했으며, 전체 수출 일자리를 33.4%(158만명) 책임질 정도로 우리 경제와 고용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5대 신산업의 3분의 2가 차세대 반도체에 편중돼 있어 반도체를 제외한 신산업 수출은 여전히 1∼3%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3일 '수출 부진 원인과 과제' 발표에서 '중국과 반도체'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수출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수출 부진 요인은 중국이 최대 무역 흑자국에서 최대 무역 적자국으로 바뀐 것과 반도체 부진때문"이라면서 "생산 유연성을 높이고 외국인 고용을 대폭 완화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이어 "무협은 최소한 경쟁국과 동등한 수출 기업 규제 개혁 방안을 건의할 계획"이라면서 "국회는 입법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