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尹 "넷플릭스 투자 환영"…'망 사용료' 논란 변수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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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尹 "넷플릭스 투자 환영"…'망 사용료' 논란 변수되나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5.02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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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넷플릭스 투자 환영"
업계 "'망 사용료 논란' 변수 될 수 있어"
국회·정부 소극적 대처 속 업계 속앓이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왼쪽)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영빈관 접견장에서 열린 글로벌기업 최고 경영진 접견에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2020년 4월. 넷플릭스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sk브로드밴드(이하 SKB)를 상대로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SKB는 넷플릭스에 망사용료 지급을 요구했고, 넷플릭스는 망사용료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며 맞섰다.

이후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폭발적 성공을 거두면서 넷플릭스 등 해외 콘텐츠 제공자(이하 CP)들이 막대한 수익을 챙기면서도 정당한 망사용료를 내지 않으려한다 비판 여론이 커졌다.

여야 국회의원들까지 나서 거대 CP들에게 망 이용계약 체결을 의무화하는 등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소위 '망 무임승차방지법'을 발의하기까지 했다.

논란의 시발점이 된 넷플릭스와 SKB의 1심 판결은 2021년 6월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넷플릭스의 청구를 각하 혹은 기각했다. 현재 사건은 서울고등법원에서 심리 중이며 오는 15일 제9차 변론을 앞두고 있다. 양사는 여전히 망 이용대가(사용료)를 두고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법적 공방이 팽팽한 가운데 변수가 생겼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각)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와 만났다. 윤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서랜도스 CEO는 앞으로 4년 간 K-콘텐츠에 25억 달러(약 3조3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2016년 한국에 진출한 넷플릭스가 지금까지 쏟아부은 전체 투자금(1조5000억원)의 2배가 넘는 규모다. 

서랜도스 CEO는 "앞으로 4년 간 한국 드라마, 영화, 리얼리티쇼 창작을 돕겠다"며 "한국 창작 업계에 대한 믿음이 있고 한국이 멋진 이야기를 계속 들려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콘텐츠 사업과 창작자 그리고 넷플릭스 모두에게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다만 윤 대통령은 현재 진행 중인 망 사용료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업계 vs 국회·정부의 동상이몽

통신 업계는 넷플릭스의 투자 약속이 망 사용료 소송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2021년 1심 재판부가 '대가를 금전으로 지급하라'고 명시하지 않고 합의에 따라 '다른 대가를 통해서도 가능하다'고 밝힌 점에 주목한다. 넷플릭스의 투자가 망 사용료에 대한 '다른 대가'로 해석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넷플릭스 역시 K-콘텐츠에 4년 간 3조3000억원을 투자하는 방법으로 망 사용료를 지급했다고 주장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가입자 정체기에 놓인 넷플릭스가 아시아 시장 등 시장 개척을 위해 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면서 "굳이 대통령이 나서지 않더라도 콘텐츠의 질이 높고 수익성이 증명된 한국 콘텐츠에 대한 투자는 당연한 수순이었다"고 지적한다. 

정부와 국회는 망 사용료 문제에 대해 소극적이다. 지난해 10월 국회를 중심으로 전 세계 최초로 망 사용료 관련 입법을 추진했지만 찬반 논란 속에 현재 중단된 상태다. 정부도 망 사용료에 대해 중립적이다. 망 사용료법이 사실상 미국 기업에 세금을 매겨 한국 통신사에 이득을 주는 것처럼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앞서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해 3월 발간한 '2022년 각국 무역 장벽 보고서'에서 넷플릭스 등에 망 사용료를 강제하려는 한국 정부의 움직임에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여기에 CP사 망 사용료 대신 콘텐츠에 투자하는 게 장기적으로 국내 콘텐츠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넷플릭스에 우호적인 목소리도 새어 나온다.  

넷플릭스의 조단위 투자 소속에도 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사진=연합뉴스

넷플릭스 투자에도 시큰둥한 콘텐츠 업계

"파격적인 투자"라고 환영의 뜻을 전한 윤 대통령과 달리 정작 콘텐츠 업계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업계의 설명을 종합하면 넷플릭스가 미국 작품에 비해 한국 작품에 들이는 제작비는 10~30%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수익성은 높다. 2022년 기준 세계 회원의 60%가 1편 이상 한국 작품을 시청했다. 단적으로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으로 8억9110만 달러(약 1조원)의 수익을 냈다. 제작비 253억원과 비교하면 40배 가량의 수익을 거뒀다. 

막대한 수익을 거뒀지만 추가 수익 분배에 있어 불공정한 계약 방식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재주는 한국이 넘고 돈은 넷플릭스가 챙긴다'는 비판이 거세다. 넷플릭스는 제작사에 제작비와 제작비 총액 15% 내외를 선지급한 뒤 향후 발생하는 모든 수익을 독식한다. 현행법상 콘텐츠 제작사로부터 저작재산권을 합법적으로 양도 받아서 가능한 일이다. 때문에 별도의 특약을 체결하지 않는 한 파생상품 등 2차저작물작성권을 통한 추가 수익은 모두 넷플릭스의 몫이 된다.

업계 관계자는 "OTT는 가입자가 언제든 이탈할 수 있는 월정액 모델을 가지고 있어 가입자를 유지하기 위해선 콘텐츠 제작에 자본을 투자해야 한다"면서 "특정 트래픽 이상이면 수익을 배분할 수 있는 플랫폼 사업자와 제작사가 공생할 수 있는 수익모델이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관심도 촉구했다. 그는 "매 정권마다 문화강국을 외치지만 거기에 걸맞은 예산이 투입되는지는 의문"이라면서 "K-콘텐츠를 반도체, 자동차, 바이오 등 중점 산업으로 삼고 예산 확대와 세제 혜택 등 콘텐츠 제작을 위한 투자 유인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속 한 장면. 사진=연합뉴스

넷플릭스는 어떻게 안방으로 송출되나

개인이든 CP든 인터넷에 들어가기 위해선 특정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로부터 접속 서비스를 제공 받아야 한다. 한국에선 유선방송사업자 등 중소 ISP도 있지만 KT, SKB, LG유플러스 등 3대 통신사가 ISP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문제는 이용자나 CP는 접속을 제공하는 ISP에만 접속료를 낸다는 점이다. 이용자가 CP의 콘텐츠에 접근할 때 실제로 여러 개의 망을 경유하게 된다. 예를 들어 미국 ISP 가입자가 한국의 SKB에 연결된 CP에 접속할 경우 미국 ISP와 SKB 사이 여러 ISP를 거쳐야 하지만 미국 ISP 가입자는 미국 ISP에, SKB에 접속된 CP는 SKB에만 접속료를 내면 된다. 트래픽이 미국 ISP의 망을 이용한다고 해서 별도의 비용을 미국 ISP에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배경에는 전 세계 ISP들끼리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동등한 규모의 ISP끼리 상호 비용 정산 없이 견결하는 것을 직접접속(혹은 피어링)이라고 하고 작은 ISP가 전체 인터넷에 연결되기 위해 큰 ISP에 연결되는 것을 중계접속(혹은 트랜시트)라고 한다. 이 때 작은 ISP는 큰 ISP에 중계접속 비용을 낸다. 망의 규모에 따라 티어(tier)를 구분하는데 한국 1티어 ISP가 SKB, KT, LG유플러스다. 세계적으로 미국과 유럽 통신사들이 1티어를 차지하고 있으며 아시아 지역에선 일본의 NTT와 홍콩의 PCCW만 1티어에 포함된다. 국내 이통 3사는 세계적으로 2티어 네트워크다. 따라서 세계 모든 지역과 연결되기 위해선 한국 통신사들은 1티어 네트워크에 비용을 지불하고 중계접속을 해야 한다. 

넷플릭스나 유튜브와 같은 해외 CP의 콘텐츠에 대한 국내 이용자의 접속이 많아지만 어떻게 될까. 해외 CP가 연결돼 있는 해외 ISP로부터 국내 ISP로 트래픽이 증가한다. 이에 따라 국내 ISP들은 더 높은 티어의 해외 ISP에 더 많은 중계접속 비용을 지불한다. 해외 CP 입장에선 서버가 해외에 있어 여러 단계 망을 거쳐야 한국 이용자에 전달된다면 서비스 질이 저하될 가능성이 크다. 동영상과 같은 고용량 콘텐츠의 경우 망 부하를 야기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지역 IPS에 캐시 서버를 설치하는 방법이 해결책으로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의 콘텐츠 중 한국의 이용자가 많이 사용하는 콘텐츠를 캐시 서버(원래의 서버와 같은 콘텐츠를 저장하고 있는 임시 서버)에 저장하고, SKB와 같은 국내 ISP에 직접 연결한다. 그럼 SKB 입장에서는 해외 ISP를 통해 콘텐츠를 가져올 필요가 없으니 중계접속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해외 CP는 한국 이용자와 가까운 곳에 자신의 서버를 두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또 트래픽이 여러 망을 경유하지 않아도 되므로 망의 효율성 면에서도 좋다. 캐시 서버는 넷플릭스나 구글과 같은 CP가 직접 운영할 수도 있고, 전문 캐시서버(콘텐츠전송네트워크, CDN)를 임대할 수도 있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두고 소송전을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SKB vs 넷플릭스 소송 쟁점은

SKB와 넷플릭스 간 분쟁의 핵심은 캐시 서버를 국내 ISP에 접속할 때 소요되는 비용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로 요약된다.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윈-윈이 되는 해법이지만, 소요되는 비용은 누군가 부담을 해야 한다. 이 비용은 통상적으로는 사업자간 자율적인 협상에 의해 정해지며, 요구가 큰 사업자가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SKB와 넷플릭스의 분쟁은 이 협상에서 협상력을 확보하기 위한 샅바싸움으로 볼 수 있다.

넷플릭스는 1심에서 ▲SKB와 망 사용료 협상을 공식적으로 진행하는 것 자체가 갖는 넷플릭스 권리와 지위에 대한 불안과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며 ▲비록 ISP를 통해 넷플릭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인터넷을 통한 콘텐츠 ‘전송’은 인터넷 기본 원칙에 따라 '무상'(전송의 무상성)이기 때문에 SK브로드밴드에 비용을 낼 필요가 없다 등을 주장했다. 이어 넷플릭스는 2심에서 전술을 수정해 ▲SKB와 넷플릭스는 ‘무정산 방식’을 전제로 연결 ▲무상 제공 넷플릭스 캐시서버 오픈커넥트(OCA)를 통한 비용 절감 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1심과 같이 '협상은 불필요하고 망 사용료를 낼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SKB는 일관되게 “2016년 협상 없이 연결을 이뤄졌다고 무정산에 동의했다고 볼 수 없다. 비용 정산이 필요하다는 입장은 그때도 같았다. 단지 협상을 유보한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아울러 피어링 무정산 관행은 말 그대로 관행으로 법적 효력은 없다고 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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