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증권發 '수상한 하한가', 주가조작 의심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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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G증권發 '수상한 하한가', 주가조작 의심되는 까닭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5.01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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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간 8개 종목서 시총 8조 원 증발
▲장기간 상승 ▲적은 유통량 ▲신용거래
시장, 특정 세력의 '통정거래' 의심
당국, 주가조작 의심 업체 압수수색
SG증권 매물폭탄 사태로 주가조작 의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br>
SG증권 매물폭탄 사태로 주가조작 의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수상한 하한가다. 외국계 SG증권사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가 4월의 마지막주를 뜨겁게 달궜다. 8개 종목에서 증발한 시가총액만 8조원을 웃돈다. 당연하게도 주가조작 의혹이 따라 붙는다. 금융당국은 압수수색에 나섰과 관련 수사는 속도를 내고 있다. 

4월 24일 선광, 하림지주, 세방, 삼천리, 대성홀딩스, 서울가스, 다올투자증권, 다우데이타 등 8개 종목이 하한가로 직행했다. 이들 모두 이날 프랑스계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을 통해 매물이 쏟아지면서 하한가로 곤두박질했다. 이후 4월 27일까지 나흘간 모두 8조2083억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8개 종목 중 대성홀딩스, 서울가스, 선광은 이날까지 나흘 연속 하한가(-30%)를 쳤다. 가격제한폭이 ±30%로 확대된 2015년 6월15일 이후 코스피 시장에서 연속 하한가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성홀딩스와 선광의 경우 하한가 매도잔량이 100만주가 넘을 정도로 투매가 이뤄져 추가적인 하한가 랠리 가능성도 여전하다. 삼천리 역하 하루 만에 27.2%가 빠지며 하한가에 근접했다. 나머지 네 종목(다올투자증권, 다우데이터, 세방, 하림지주) 중 반등에 성공한 건 세방이 유일하다. 

금융당국은 주자조작을 의심하고 있다. 4월28일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총괄은 서울 강남구의 한 투자업체 사무실과 주요 혐의자들의 주거지 등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금융감독원, 서울남부지검, 한국거래소 등 인력이 투입된 전방위적 압수수색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금융당국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가장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사태를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역시 "지위고하나 재산의 유무 또는 사회적 위치 고려 없이 신속하고 엄정하게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주가조작 의심하는 이유

시장 안팎에서 이번 사태를 주가조작으로 의심하는 이유는 ▲주가가 장기간 꾸준히 상승했고 ▲유통주식수가 적어 주가조작이 수월한 편이며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투자하는 신용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을 꼽는다. 

8개 종목 모두 연초부터 주가가 조금씩 상승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4월 24일 주가가 급락하기 전까지 천천히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지점에서 사모펀드 시세조종 의혹이 불거진다.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높고 유통주식 수가 적은 점도 사모펀드 자금이 몰렸을 이유로 풀이된다. 단적으로 대성홀딩스는 최대주주 지분율이 72.74%에 달한다. 유동주식 수도 적어 소수 지분만으로도 주가를 움직이는 게 가능하다. 서울가스도 최대주주 등에 묶인 지분이 75.86%에 달한다. 나머지 종목들도 대부분 최대주주 지분율이 40% 수준이며 유동주식 수 역시 적다. 유동주식 비율로 보면 선광(38.31%), 하림지주(35.07%), 세방(49.45%), 대성홀딩스(27.26%), 서울가스(24.14%), 다올투자증권(71.75%), 다우데이타(33.08%) 등이다. 

특히 8개 종목의 신용거래 비율이 높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최대주주 지분이 높고 유동주식 수가 적은데도 신용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매물폭탄이 시작됐던 4월24일 기준 선광의 신용 비율은 12.49%, 다우데이타 10.98%, 하림지주 7.50% 등으로 높았다. 

SG증권 매물폭탄 사태로 주가조작 의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SG증권 매물폭탄 사태로 코스피가 하락세를 보였다. 사진=연합뉴스

하한가 직행 주범 'CFD'

시장 안팎에선 주가조작 세력이 차액결제거래(CFD) 계좌를 활용해 장기간 주가를 끌어 올렸다가 대량 매도하면서 이번 사태가 촉발됐고, 반대매매가 추가 하락을 부추겼다고 지적한다. 이런 분석은 외국계 증권사 창구에서 연일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더한다. 국내 증권사들은 2015년부터 CFD를 도입했지만 단순 모객 역할을 했고, 실제 CFD를 거래한 건 외국계 증권사다. 

CFD는 실제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채 진입 가격과 청산가격 간 차액에 CFD 계약 수량을 곱해 이익·손실 금액을 정한다. 최소 40%의 증거금으로 2.5배의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다. 애초 10%로 10배 레버리지가 가능했지만 2021년 10월 금감원은 CFD에 대한 투자자 신용공여와 동일한 수준의 증거금률 최저한도를 40%로 확대했다.

가령 ㄱ씨가 증권사에 증거금 40만원을 내고 A기업 주식 100만원어치를 구매했다고 하자. 이후 A기업 가치가 청산시점에 120만원이 됐다면 ㄱ씨는 20만원, 수익률 50%의 이익금을 얻는다. 같은 기간 증권사는 중개수수료를 취득한다. 반대로 청산 시점에 A기업의 가치가 같은 비율로 하락한다면 ㄱ씨는 추가적인 증거금을 투입해야 한다. 마진콜 이후에도 추가적인 증거금을 투입하지 못한다면 증권사는 반대매매에 나선다. 이 경우에도 증권사는 중개수수료를 취득한다. 결국 고수익·고위험 투자 상품으로 위험을 투자자가 모두 지는 반면 증권사는 안정적으로 중개수수료를 취할 수 있다.  

위험부담이 높아 금융지식이 일정수준 이상인 전문투자자만 CFD 거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전문투자자 자격 요건은 대폭 완화됐다. 2019년 금융감독당국은  ▲금융투자상품 잔액 기준을 5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하향하고 ▲재산가액 10억원 이상에서 순자산(주택 제외) 5억원 이상 또는 변호사·CPA(공인회계사)·금융관련 자격증 소지자 등으로 요건을 크게 낮췄다. 이번 사태에서 의사, 변호사, 연예인 등 고액자산가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주식 거래 없이 차익만 거래한다는 점에서 공매도와 비슷한 효과를 낸다. 이런 이유로 공매도 활용에 제약이 있는 개인투자자들이 주로 CFD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2015년 이후 증권사들도 경쟁적으로 서비스를 도입했고, 2021년 기준 전년 대비 거래 규모는 두 배로 늘면서 70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CFD 거래는 증권사가 대신 주식을 사고파는 '차명 거래'에 가깝기 때문에 주가 조작 세력들도 노출을 피하기 위해 CFD를 노린다. 실제 한국거래소가 2020년 적발한 사례 중 자신이 보유한 종목의 주가가 떨어지자 CFD 계좌를 이용해 대거 시세 조종성 매수를 해 주가를 끌어올린 사례도 있다. 

주가조작 세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가조작 세롁, 실체는

이번 사태로 주가조작 세력의 일면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게 됐다. 

이번 사태에서 코스피 상장 기업의 유력 기업 회장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여기에 이들을 비호하는 유력정치가의 이름도 새어 나온다. 이들은 흔히 '쩐주' 등으로 불리며 작전세력 최상단에 자리한다. 이어 '기술자'들이 주가조작을 시행한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스피커'를 섭외한다. SG사태에서 가수 임창정 등이 스피커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명인 아무개도 투자한다' 등으로 투자자를 모집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 작전세력은 리딩방 등을 통해 개인투자자에게 물량을 떠넘기는 구조로 범행을 이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가수 임창정은 주가조작 의혹을 받는 세력에 자신과 아내 신분증을 맡겨 대리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고 했다. 그는 한 방송 인터뷰에서 "애초 30억원을 맡겼는데 투자 규모가 한 때 최대 80억원대까지 갔다가 빚이 60억원이 생겼다"며 자신도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임창정에게 투자를 권유하고 다른 투자자 수백 명도 적극적으로 끌어모았다고 지목된 투자전문업체 대표 라덕현은 한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자신도 40억원 이상 손해를 봤며 "이익 본 세력은 따로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을 지목했다. 

공교롭게도 김 회장은 지난 4월20일 시간외매매로 다우데이타 140만주(3.65%)를 주당 4만3245원에 처분해 605억원을 확보했다. 매매 시점은 거래일 기준 폭락사태가 발생하기 이틀 전이다.

다우키움그룹은 '사실무근'이라고 강력하게 반박했다. 황현순 키움증권 사장은 "공교롭게도 그때 매각을 했던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황 사장은 "사실은 (김 회장이) 그전부터 팔려고 했다"며 “키움증권에서 거래 정보를 줘서 매각 타이밍을 잡은 것 아니냐고 하지만 차액결제거래(CFD) 반대매매는 실시간으로 나오기 때문에 그런 정보를 우리는 알 수가 없다"고 해명했다. 라 대표가 '이익을 본 사람'이 배후라며 김 회장을 지목한 데 대해 "라 대표는 저희도, 회장님도 알지 못한다"며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고 그냥 엮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이어 "(라 대표와) 전혀 일면식도 없다"며 “0.00001%의 가능성도 없고 직을 걸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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