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환상)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현실의 세계에서 불가능한 것들이 이뤄진다. 소외된 자, 힘 없는 자는 환상을 꿈꾼다. 너무나 절박한 현실의 벽을 넘고 싶은 욕망은 환상의 세계에서 길이 열린다. 꿈과 희망을 현실에서 실현하지 못한 사람은 환타지 세계로 들어가 실현하고 싶어 한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The Shape of Water, 2017)가 그린 세계는 판타지다.

 

 

배경은 미국과 소련이 우주개발 경쟁이 한창인 1960년대, 미 항공우주연구센터의 비밀 실험실에 언어장애를 지닌 청소부 엘라이자와 수다쟁이 동료 젤다가 서로를 보살펴 주며 일한다. 가난한 이웃집 화가 자일스는 그림을 팔아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어느 날 실험실에 온몸이 비늘로 덮인채 인간 모양을 한 괴생명체가 수조에 갇힌 채 들어오고, 엘라이자는 신비로운 그에게 이끌려 조금씩 다가간다. 괴생명체는 엘라이자가 건넨 음식을 나눠 먹고 음악을 함께 들으며 서로 교감하게 된다. 그 모습을 목격한 호프스테틀러 박사는 그 생명체에게 지능 및 공감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실험실의 보안책임자인 스트릭랜드는 괴생명체를 해부해 우주 개발에 이용하려 한다.

 

벙어리로 주변사람들에게 놀림을 당하는 엘라이자, 인간에게 잡혀온 괴동물이 만남은 로맨스 판타지로 이어진다. 괴생명체는 미국이 소련에게 우주 경쟁에서 뒤쳐질 위기에 처하자 실험체로 쓰기 위해서 아마존에서 잡아온 양서류 인간으로, 일부 아마존 원주민들에게 신으로 숭배 받던 생명체라고 한다.

엘라이자는 상처투성이가 된 양서류 인간이 사슬에 묶여서 잡혀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녀는 미국인 보안책임자 스트릭랜드가 실험실에 들어와 괴동물을 전기충격기로 고문하면서 곧 해부할 것이란 얘기를 듣게 된다. 호프스테틀러 박사도 미국이 양서류 인간을 해부할 것이란 얘기를 알게 된다.

미소 냉전이 치열하던 시절에 소련 첩자인 호프스테틀러 박사가 괴동물에 우호적인 입장에 서고, 미국인 보안책임자 스트릭랜드가 무시무시한 고문기술자로 등장한다. 냉전체제가 무너진지 30년 되니, 미국에서 이런 영화도 가능한가 보다.

주인공 엘라이자와 흑인 친구 자일스, 그리고 소련 스파이 호프스테틀러 박사는 양서류처럼 생긴 인간형 동물을 탈출시키는데 성공한다. 엘라이자는 자신의 집 욕조에 인간형 괴동물을 숨겨두고, 비가 오는 날 부두에서 풀어주기로 마음을 먹는다.

엘라이자와 괴동물 사이에 교감은 사랑으로 승화된다. 인간과 동물의 성적 결합이 현실의 세계에선 불가능할지라도, 판타지에선 가능하다. 엘라이자와 인간을 닮은 동물은 물을 가득 채운 욕실에서 포옹을 하며 사랑을 나눈다. 하지만 양서류를 풀어줄 날이 다가오자 그녀는 슬픔을 느낀다.

탈출한 괴동물을 추적하던 스트릭랜드는 젤다의 남편으로부터 양서류 인간의 위치를 알아낸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지면서 엘라이자와 인간형 양서류는 바다로 떠난다.

이후 엘라이자의 이웃집 남자 자일스의 내레이션이 나온다. “그렇게 그들은 사라졌고, 아마도 그들은 사랑에 빠져서 행복하게 살았을 것”이라고….

판타지성 극적 장면도 나온다. 자일스의 대머리에 머리털이 나오고, 엘라이자의 어릴 때 상처가 사라지고 말을 하게 된다.

몸과 마음에 난 상처가 사라지고, 제스추어와 음악을 통해 소통하던 사람이 말을 하게 되고, 사랑을 하지 못한 사람이 인간이 아닌 괴생명체와 사랑을 나누고….

 

 

여주인공 엘라이자 역할을 한 배우 셀리 호킨스의 연기가 압권이다. 그녀는 2016년에 개봉된 「내 사랑」(My Love)에서도 장애인 화가 모드 루이스 역할을 맛깔나게 연기했다. 대사 없이도 훌륭한 연기를 할수 있음을 셀리 호킨스가 보여주었다.

74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고, 제43회 LA비평가협회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촬영상을 받았다. 제75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7개 부문 최다 노미네이트된 데 이어 감독상과 음악상을 수상했으며, 90회 아카데미에서도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여우주연상 등 총 13개 부문 최다 노미네이트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