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전세]① 독버섯처럼 퍼진 전세사기...안전장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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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전세]① 독버섯처럼 퍼진 전세사기...안전장치는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4.21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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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전세·무차입 갭투자, 전세사기로 이어져
인천·동탄·부산 등 전세사기 피해 전국으로 퍼져
이사 당일 확정일자·보증보험 가입 등 안전망 갖춰야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천 건축왕에게 전세사기를 당한 피해자 3명이 연이어 목숨을 끊었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과 경기 동탄, 구리 등 다른 지역에서도 전세사기 피해가 연이어 신고되고 있다. 피해자들이 받은 전세대출은 거대한 빚더미가 돼 이들을 짓누른다. 피해해 규모가 수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구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전세사기의 '깡통 전세'에서 시작한다. 깡통 전세는 주택 전세값이 매매값과 엇비슷하거나 더 높은 전세 매물을 말한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기 시작하면서 주택 매매값이 떨어졌고, 깡통 전세가 속출하고 있다.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까봐 세입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깡통 전세는 왜 생기나

흔히 깡통 전세는 집주인의 주택담보대축과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합한 금액이 집값의 80%를 넘어선 물건을 말한다. 가령 5억짜리 집이 주담대 1억원, 전세보증금 4억원으로 이뤄진 경우 사실상 '빚'만으로 이뤄진 깡통 전세다. 

이런 집은 보통 '갭투자' 매물일 가능성이 높다.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차이(갭·Gap)가 적은 매물을 사들인 뒤 추후 집값이 오르면 되팔아 시세차익을 남긴다. 갭투자는 전세가율을 크게 높여 전세보증금으로 집값 대부분을 치르는 방식으로 투자한다.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50~70%가 일반적이며 70%가 넘어서는 경우도 많다. 이런 집은 집값이 오를 땐 세입자 피해 우려가 적지만 그 반대의 경우 깡통으로 전략하기 일쑤다. 집값이 떨어지면 집주인은 집을 팔지도 못하고 다른 세입자를 구할 때까지 기존 세입자에게 돈을 돌려주지도 못한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전세값이 더 비싼 '역전세'도 깡통 전세의 한 유형이다. 대표적으로 빌라의 경우 거래량이 적어 정확한 시세를 확인하기 어렵다. 전세 사기범들은 이 점을 악용해 집값과 거의 동일하거나 더 높은 금액으로 임대를 주는 경우가 많다. 

깡통 전세의 피해는 고스란히 세입자에게 돌아간다. 집주인이 돈이 없기 때문에 다음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는 이상 임차인에게 제때 전세보증금을 반환하기 어렵다. 최악의 경우 집주인이 대출을 갚지 못해 집이 경매에 넘거간다. 

전세사기 피해사망자 A씨가 거주한 인천시 미추홀구 한 아파트 현관문 앞에 추모 조화가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늘어나는 사기행각

최근 두 달 새 전세사기 피해 청년 3명이 잇따라 세상을 등지 인천 미추홀구는 지난달 6일부터 지난 20일까지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전세사기 피해 가구는 2484가구에 이른다. 이 중 1531가구(61.5%)는 임의 경매(담보권 실행 경매)에 넘어갔고, 92가구는 이미 낙찰돼 매각됐다. 전체 피해액은 2002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인천 미추홀구 공인중개사의 공인중개사는 2017년부터 이 일대에 이상 조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미추홀구는 재개발 예정지가 200여곳이 넘었고 낙후지역이라 집값이나 땅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신축 빌라가 우후죽순 생겨났는데 분양가로 사려는 사람이 없으니 전세로 풀렸다"며 "행여 전세 매물을 놓칠까 가계약금을 걸기도 했고, 전세대출이 풀리면서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인천 전세사기 피해는 미추홀구 중에서도 인천지하철역과 가까운 숭의동(도원·제물포역)과 도화동(도화역), 주안동(주안역) 등에 집중돼 있다. 이른바 '빌라왕'으로 불렸던 사망한 김모 씨의 주택 3008채 중 80%에 육박하는 2532채가 이 지역에 집중돼 있다. 또 건축왕으로 불리는 건축업자 남모(62)씨가 대표로 있는 건설업체 주소지도 도화동이다. 결국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 역세권 신축 빌라 전세 매물에 청년과 신혼부부 등이 몰렸고, 피해를 키웠다. 

인천 이외에도 경기 화성시 동탄에서도 오피스텔 250채를 보유한 A씨 부부, 40채를 보유한 B씨 등으로부터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피해 신고가 줄을 잇고 있다. 부산에서도 부산진구, 강서구, 동구에 빌라와 오피스텔 4개 건물, 90호실을 소유한 C 부부가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잠적해 세입자들이 공동 대응에 나섰다. 

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전세 사기 피해 아파트 정문. 사진

전세사기 수법은

전세사기라고 할 유형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건 '무자본 갭투기', '깡통전세'에 속하는 수법이다. 특히 무자본 갭투기의 경우 매매가와 전세가가 같거나 매매가보다 높은 가격에 전세를 거래해 이익을 남기는 역전세를 말한다. 이 경우 집값이 하락하면 집주인의 체납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고 보증금을 반활할 여력이 없어 분쟁으로 이어진다. 계약 단계부터 보증금 반환 의무를 이행할 의지가 없는 경우도 늘고 있다. 

신축빌라의 경우 건축주가 자체적으로 임대 사업을 하는 것처럼 위장해 비싼 가격의 세입자를 들인 후 제3자에게 매각하는 방식으로 사기를 친다. 이 때 집에 사는 사람은 실제 주택 매수 의사는 없이 명의만 제공하는 '바지 집주인'인 경우가 다반사다. 

건축업자들이 분양이 잘 안 되는 빌라를 처분할 때 쓰는 사기수법도 있다. 만약 전세 계약 만료 시점에 다른 세입자를 구한다면 다행이지만 초기 전세금을 너무 높게 책정한 탓에 다음 세입자를 못 구하거나 집주인이 세급 체납 등을 이유로 빌라가 압류될 경우 세입자는 전세금을 돌려받기 어렵게 된다.

또 다른 수법은 전월세 보증금을 매매 대금보다 높은 가격에 책정하는 경우다. 매매가격이 2억원이라면 전세 보증금은 2억5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계약하는 것이다. 차액은 분양 대행사, 부동산 중개업자, 명의만 빌려준 '바지 집주인'에게 돌아간다. 이 같은 방식으로 수십에서 수백 채의 계약을 진행한다. 신축 빌라의 경우 시세 확인이 어렵다는 점과 "괜찮다", "보증금이 크지 않다" 등 미사여구로 청년들의 환심을 이용했다. 

현재 국회엔 악성 집주인의 명단을 공개하는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과 집주인이 세입자의 전입신고 당일 주택담보대출을 실행하는 걸 막기 위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전세 전입신고 당일 집주인이 소유권을 변경하는 유형의 전세사기를 막기 위함이다. 또 최근 발의된 부동산등기법 개정안은 임대인이 미납한 국세와 지방세 정보를 등기부등본에 기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계약 전 집주인의 체납 정보를 알 수 있다. 

전세사가 피해 상담 창구에서 상담을 하고 있는 시민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전세사기 막을 안전장치는 

전문가들은 전세사기 피해를 줄이려면 ▲시세 및 전세가율 확인 ▲전세보증보험 가입 ▲이사 당일 전입신고 및 확정일자 신고 등 안전 장치를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계약 전 등기부등본 상 근저당이 이미 잡혀있거나 저당 비용이 크다면 전세금 조정을 시도하거나 가능한 범주 안에서 전세금을 월세로 전환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또 내 보증금으로 근저당 말소를 제안하고 특약사항으로 반드시 '전액 말소'를 특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전세금 보증보험 가입을 적극 추천했다. 계약기간이 만료됐을 때를 대비해 일정 보증료를 내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서울보증보험(SGI), 주택금융공사(HF) 등 보증 기관을 통해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해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계약 시 주의할 점도 있다. 먼저 서율 상 소유자(임대인)와 계약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관리인 또는 대리인이라고 하면서 대신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대리 계약자가 임대인이 확인한 대리인이 맞는지 ▲대리인이 제시한 계약 조건, 특히 주소, 전세금, 입금계좌 등이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만약 보증금 규모가 클 경우 최대한 임대인 본인과 계약을 하거나 적어도 잔금을 지급할 때 임대인을 확인하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계약 시 또 주의할 점은 공인중개인의 중개사 자격과 공제 가입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또 중개대상물확인설명서에 고지된 '권리관계'가 사실과 일치하는지 점검해야 한다. 중개사가 '괜찮다'고 한 집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공제증서를 받아두면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계약 후 반드시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전세권 등기를 통해 전세권을 설정해야 한다. '전세권 등기'는 등기부 등본에 임차인의 전세 계약 정보(전세권)를 등기하는 것으로 전세권을 등기할 경우 임대한 집을 사고팔 수 있는 권한을 제외한 대부분의 권리와 책임을 세입자가 가져오게 된다. 다만 전세권 등기는 임대인의 동의가 있어야만 설정할 수 있다. 

계약 만료가 다가오는 시점이라면 넉넉잡아 세 달 전 쯤에 계약 해지를 통보할 것을 추천한다. 

인천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는 이모 씨는 "법적으론 임대차 기간이 만료되기 한 달 전에만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 되지만 임차인으로부터 계약 만료 날짜에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미리 준비해서 나쁠 건 없다"면서 "이 과정에서 모든 기록은 문자나 녹음 등으로 남겨두는 것이 추후 다툼의 소지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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