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한반도 정세를 돌아보게 하는 「오국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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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한반도 정세를 돌아보게 하는 「오국사기」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8.03.13 12: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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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백제·고구려에 수·당, 왜의 대결이 펼쳐지는 6~7세기 동북아 드라마

 

역사학자 이덕일이 쓴 「오국사기」라는 세권짜리 책이 있다. 2002년 출판되었으니, 벌써 15년전의 책이다. 소설처럼 평이하게 썼지만, 소설은 아니다. 딱딱한 역사 소재를 소설처럼 드라마틱하게 전개해 역사 대중화에 기여했다고 평가할수 있는 책이다.

고구려와 수나라의 전쟁, 중원의 정권교체, 신라의 흥기, 백제의 멸망, 고구려와 당나라 전쟁, 일본의 한반도 세력 집권과 분쟁, 고구려 멸망, 나당전쟁 등 6~7세기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전쟁을 정리한 일종의 대하드라마다.

10년전쯤 이 책을 읽을 때, 이덕일의 관점에 공감했다. 1,300~1,400년전에도 한반도의 정세변화가 중국, 일본등 주변 국가의 변화와 이해에 물려 전개되었다는 점이다. 김부식의 「삼국사기」, 일연의 「삼국유사」라는 고서에서 고착화된 한반도 내의 삼국분쟁의 틀에서 중국과 일본으로 외연을 시각을 넓혀 주었다. 이덕일이 「오국사기」라고 명명한 것도 신라·백제·고구려라는 박제화된 사고의 틀을 깨고 수와 당, 왜국까지 포함한 역사의 흐름을 짚어내자는 것이다.

 

언제 읽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 이 책을 펼쳐놓고, 오늘날 한반도에 불어닥친 현실이 1,500년전과 다를게 뭐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국사기」 시대의 한반도는 고구려와 신라, 백제 세나라로 나눠져 있었다. 지금 한반도는 남북으로 분단되어 있다. 굳이 비유해 한국이 지역과 이념 갈등으로 동강난 것을 감안한다면 한반도는 셋으로 갈라진게 아닐까.

「오국사기」에서 중국은 분열된 나라가 수나라로 통일되었다가 다시 당나라로 전환된다. 당나라의 이세민(태종)은 ‘강한 중국’을 원했다. 지금의 시진핑이 장기집권하면서 ‘중국몽’을 꿈꾸는 것처럼…. 1,500년전처럼 지금도 일본은 한반도 정세에 민감하게 움직인다.

미국과 러시아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하지만 근대사 이후의 일이고,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한반도에서 교차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후 1,000년후 임진왜란 때 왜의 침공에 명나라가 참전해 국제전으로 확전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한반도의 지정학적 입지 때문이다.

19세기 중엽 아편전쟁에서 시작되어 청나라의 멸망, 내란을 거쳐 경제발전을 도모하는 공산주의 중국, 메이지 유신이후 세계전쟁을 도발한후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일본, 조선의 멸망과 식믽, 분단, 전쟁을 거친 한국….

한반도를 둘러싼 이 200년은 「오국사기」의 시대보다 더한 격동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 /이덕일의 '오국사기' 3권 사진

 

「오국사기」는 동아시아 격변기인 6~7세기의 고구려, 백제, 신라, 그리고 당과 왜까지 다섯 나라의 격전을 소설 문체로 기록한 역사서다. 이덕일은 다양한 사료와 역사자료를 근거로 해서 특유의 문학적 상상력을 동원해 3권의 대하드라마를 썼다.

이덕일은 서문에서 이렇게 썼다.

"이 시대는 우리 민족에게 보다 넓은 세계로 나가 당당히 겨룰 것을 요구하고 있다. 좁은 반도를 동서로 갈라 죽자사자 싸울 것이 아니라 넓은 대륙과 해양으로 나가 가슴속의 이상을 실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역사에는 바로 그런 시절,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 넓은 대륙을 말달리고 푸른 파도 넘실대는 해양을 헤쳐나갔던 그런 역사, 그런 선조들이 우리에게 있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시대,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책은 천하의 패자를 둘러싼 고구려와 수나라의 싸움에서 시작한다. 고구려 영류왕이 요서(遼西)지역을 공격하다 실패한다. 수나라 문제에 이어 양제가 고구려를 침공하지만 고구려인들의 철벽 방어에 무너진다.

수나라는 고구려 원정과 대운하 건설로 인한 노동 착취과 강제 징용은 백성들이 등을 돌리면서 망국의 길을 걷는다. 도처에서 반란이 일어나고 농민과 귀족이 거병을 한다. 태원의 유수 이연과 함께 아들 이세민은 무모한 도전을 벌인다. 이연과 이세민 부자는 마침내 장안을 함락하고 왕세충, 두건덕, 설인고, 유무주 등을 격파하여 당나라를 개국한다. 뛰어난 장군이자 정치가, 전략가인 이세민은 형 이건성과 동생 이원길을 몰아내고, 권력을 장악하고 당 태종에 즉위한다.

당 태종 이세민은 고구려 원정에 나서지만 고구려 정벌에 실패한다. 일본에선 백제에서 건너간 세력이 아스카문화를 형성하고 권력을 장악한다. 쇼오토쿠 태자라는 걸출한 인물이 등장한다.

신라에 김춘추라는 인물이 등장해, 가야계 김씨인 김유신과 손을 잡는다. 김춘추는 철천지 원수 백제를 정벌하기 위해 당나라, 고구려, 왜국을 다니며 외교활동을 벌인다.

나당 연합군이 형성돼 백제를 토벌하고, 백제 부흥군에 왜군 5만이 참전하지만 백강에서 전멸한다.

당나라에 의해 고구려가 망하고 나당 전쟁에서 최종적으로 신라가 승리한다는 내용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이덕일은 우리나라의 「삼국사기」는 물론 「삼국유사」, 일본의 「일본서기」, 중국 사서등을 광범위하게 설렵해 책을 썼다. 각국의 사서는 자기나라 중심으로 역사를 서술할 수밖에 없다. 이덕일도 우리의 입장에서 글을 정리했다.

그는 책의 서문에서 그동안의 답사과정을 설명했다.

1993년 중국 장춘(長春)을 방문하면서 “가슴 속에 잠재해 있는 고향에 대한 원초적 그리음 같은 것”을 느꼈다고 했다.

2001년에는 요동반도 남쪽 비사성을 방문하고 심양을 거쳐 만주지역을 돌아다녔다. 그는 “그 겨울 장춘에서 나는 고구려의 힘을 느꼈다. 한 겨울에는 영하 30도까지 내려간다는 그 대륙의 추위는 나폴레옹과 히틀러를 무릎 꿇게 했던 러시아 대륙의 추위와 같은 것이었다. 그 힘 때문에 1천3백년전 수당의 수많은 전사들은 요동벌판에서 얼어 죽어가야 했던 것이다. 그런 혹한은 생존의 조건으로 받아들였던 나라가 바로 고구려이고, 그것은 그만큼 강인했던 우리 선조들의 나라였다.”고 했다.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이덕일은 “오사카에서 전철을 타고 나라(奈良)에 도착한 순간 일본은 우리나라가 되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나라공원은 나를 타임머신을 태워 1천5백년전의 백제로 데려다 놓았다. …… 공주나 부여에서도 느끼는 어려운 백제의 원형질이 나라에는 있었다”고 했다.

저자는 당나라 수도였던 중국 시안(西安)을 방문했을 때 신라인 김춘추(무열왕)이 아들 법민(문무왕)을 데리고 온 마음이 신라의 원동력이라고 느낌을 적었다. 저자는 위기에 처할 때마다 서슴없이 자신의 몸을 승부수로 던지는 신라화랑들의 희생정신이 신념과 열정을 만들어낸 우리 역사의 정화(精華)였다고 평가했다.

이덕일은 서문 말미에 이렇게 정리했다.

“신라가 백제와 고구려를 향해 쏟아 부었던 신념과 열정을 우리는 세계를 향해 분출시켜야 한다. 좁은 반도의 남쪽을 동서로 갈라 원수처럼 싸우는 이 내분(內紛)의 정력을 대륙과 해양을 향해 분출한다면 …… 후손에게 떳떳한 선조가 될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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