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칼럼] 윤 대통령이 김대중·노무현에 빙의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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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칼럼] 윤 대통령이 김대중·노무현에 빙의해야 하는 이유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 승인 2023.04.17 15:1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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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윤석열 대통령의 위기 국면이다. 아직 임기가 채 만 1년이 되지도 않았지만 윤 대통령은 온갖 우여곡절을 다 겪고 있다.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지난 11~13일 실시한 조사(전국1002명 유선포함 무선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8.2% 자세항 사항은 조사 기관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지 아니면 잘못 수행하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 27%,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65%로 나타났다. 한국갤럽 조사 기준으로 올해 들어 긍정 평가는 최저치, 부정 평가는 최고치로 나왔다.

내용은 더욱 치명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 기반은 ‘대륙주(대구경북 60대 주부층)’인데 대륙주에서 부정 평가가 긍정보다 더 높았다. 특히 보수의 심장, 아성으로 불리는 대구경북에서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가 53%로 긍정보다 9%포인트나 더 높았다. 지지층 핵심 기반이 무너졌다는 의미다.

尹, 지지층 핵심 기반도 흔들

취임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 추이를 분석해 보면 대통령의 지지율은 주로 이념, 정책, 사람과 집중적인 관련이 있다. 이념은 윤 대통령의 정치적 성향과 지지층 사이에 큰 차이가 없으므로 지지율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 정책은 대통령의 지지율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변수다. 취임 이후 교육, 노동, 외교 관련 정책이 나오고 있지만 노동을 제외하고 그다지 국민 여론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다.

노동은 분야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노조의 불법 파업에 대한 윤 대통령의 단호한 대응은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 국면에서 빛을 발했다. 윤 대통령의 주무기인 ‘법과 원칙’을 강조했고 일관된 불법 파업 철회 의지를 피력하면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중도층까지 흡수하며 수직 상승했다.

그러나 교육과 외교는 달랐다. 지난해 7월 말경 박순애 당시 교육부 장관이 ‘만 5세 취학연령’ 제도 추진에 나섰다가 분노한 학부모들로부터 된서리를 맞았다. 외교 정책은 대통령 지지율에 더욱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몇 차례의 해외 순방이 있었지만 대통령 지지율 상승에 인상적인 보탬이 되지 못했다. 대통령 자신의 발언 파문과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논란이 문제가 되었다.

대통령 지지율에 가장 치명적인 영향을 준 변수는 ‘사람’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뼛속까지 검사라고 불릴 정도로 검찰 내에서 분명하게 자기 족적을 만들었다. 특유의 친화력과 돌파력으로 많은 후배들이 따르는 선배 검사였다고 한다. 그렇지만 정치는 정치다. 윤 대통령은 정치권에 친구가 많지 않다. 검찰이라는 조직과 정치에 있어 사람 관계의 큰 차이점은 ‘동질성’과 ‘이질성’이다.

검찰은 주로 동질성에 따른 인간 관계가 기본이겠지만 사회는 그렇지 않다. 이질적인 수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교감하고 성장해야 하는 무대가 정치다. 그렇게 되지 않고 사람들과 충돌하면 부작용과 역효과만 고스란히 남게 되는 게 정치판이다.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에도 오롯이 반영된다.

한국갤럽 조사 기준으로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사람’에 달렸었다. 지난해 8월 2~4일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긍정 지지율은 24%로 취임이후 최저치로 곤두박질쳤다. 이 전 대표와 윤핵관 사이 돌아오지 못할 관계마냥 극한 대립이 벌어졌고 급기야 30대 당 대표가 당원권 정지로 사실상 당에서 쫓겨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리고 불과 한 달 여 뒤 윤석열 대통령은 9월 추석 명절 직후 엘리자베스 여왕 추모식에 참석하는 조문 외교와 UN총회 연설을 위해 출국했다. 순방 도중 미국 뉴욕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이 파장을 빚었다. 이른바 ‘바이든-날리면’ 사태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다시 주저앉았고 대통령의 파장 발언을 앞서서 보도했던 MBC와 대립하며 지지율(2022년 9월 27~29일)은 다시 24%로 내려갔다.

이때도 원인은 사람 문제로 볼 수 있고 이번 대통령 지지율 하락도 국민의힘 내부 사람들의 설전이 주요 원인이다. 대통령 지지율 하락 추세 속에서 집권 여당의 경쟁력이 나오기는 커녕 홍준표 시장, 김재원 최고위원, 조수진 최고위원, 태영호 최고위원, 전광훈 목사, 김기현 당 대표의 이전투구로 ‘사람’ 문제가 되어 버렸다.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사람과의 관계를 재설정해야

사람과 관계 효과를 극대화한 역대 대통령으로 손에 꼽히는 인물은 ‘김대중’이다. 1997년 대선에서 초반 판세는 집권 여당 후보인 이회창이 앞서 나갔다. 이때 김 전 대통령이 선택한 획기적인 카드는 DJP(김대중+김종필+박태준)연합이다. 경쟁자와 충돌하거나 갈등을 빚는 게 아니라 같은 세력으로 끌어안고 자신의 전국구 영향력을 극대화시켰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통령 재임 시에도 많은 언론들과 소통했지만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난 후 고향인 봉하마을에서 진솔하게 많은 유권자들과 접촉하며 진정한 소통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면목을 보였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의 서재로부터 가져와야 할 교훈은 바로 ‘사람’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DJP 연합‘으로 대선 후보 지지율을 극대화시켰고 노 전 대통령은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이후 더 많은 국민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결국 국정 수행이나 대통령 지지율이나 ’사람‘과 관계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반전을 위해 김대중 또는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빙의해야 하는 까닭이다.

 

●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주된 관심은 대통령 지지율과 국정 리더십이다. 한국교육개발원·국가경영전략연구원·한길리서치에서 근무하고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을 거친 여론조사 전문가다. 현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을 맡아 리서치뿐 아니라 빅데이터·유튜브까지 업무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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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자 2023-06-15 21:29:24
윤석열 박근혜 이명박 친일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