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자사주 매입을 보는 엇갈린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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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자사주 매입을 보는 엇갈린 시각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4.17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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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등 CEO 자사주 매입 이어져
자사주 매입 대비 소각은 소극적
버핏 vs 그랜섬, 자사주 매입 두고 설전
주요 기업 CEO의 자사주 매입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시각도 엇갈린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연이어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다. 주주환원과 책임경영 의지의 표명이라는 게 대내외적 이유다. 하지만 CEO의 자사주 매입을 바라보는 시각은 긍정과 부정으로 엇갈린다. 

삼성·SK·LG 등 경영진 자사주 매입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내용을 종합하면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은 지난달 22일 삼성전자 보통주 3000주를 주당 6만700원에 장내 매수했다. 금액으로는 1억8210만원어치다. 이번 주식 취득으로 경 사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은 2만1050주로 늘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과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도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지난달 말 자사주를 사들였다. 조 사장은 지난달 29일 LG전자 보통주 2000주를 장내 매수했다. 매입가는 주당 11만3600원이며 전체 매입 규모는 2억2720만원이다. 조 사장이 보유한 자사주는 종전 2373주까지 더해 모두 4373주로 늘었다.

권 부회장도 지난달 30일 LG에너지솔루션 1000주를 주당 57만2800원에 장중 매입했다. 매입 총액은 5억7280만원이다. 권 부회장은 지난해 4월에도 회사 주식 1000주를 주당 42만원에 샀다. 

투자전문회사 SK스퀘어의 박성하 사장도 지난 5일 자사주 5000주를 장내 매수했다. 취득 금액은 주당 3만8675원이며 총 매입 금액은 1억9337만5000원이다. 지난달 30일 주주총회에서 SK스퀘어는 경상 배당 수입의 30% 이상을 자사주 매입에 사용했고, 연내 매입분 전량을 일시에 소각하는 등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주주총회에서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기업공개(IPO)와 연계해 두 회사 주식 교환을 검토하는 주주환원책을 발표했다. SK이노베이션이 공개 매수로 자사주를 취득하고 그 대가로 주주에게 SK온 주식을 교부한다. 취득한 자사주는 소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금융권에서도 자사주 매입 바람이 일고 있다. 김기홍 JB금융그룹 회장은 17일 자사주 2만주를 추가 매입했다. 김 회장은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자사주 2만주를 취득했다. 2019년 회장 취임 후 5번째 자사주 매입으로 모두 12만500주의 자사주를 취득한 김 회장은 국내 7대 금융지주 회장 중 발생주식총수 대비 가장 많은 자사주를 보유하게 됐다. 

최근 자사주 매입이 속도를 내고 있지만 매입한 자사주 소각은 소극적이다. 사진=연합뉴스

자사주 매입 적극적…소각은 소극적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이 발표한 자사주 취득 규모는 1조4000억원 규모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8647억원) 65%가량 많다. 올해 자사주 취득 규모가 급증한 이유로 행동주의 펀드를 중심으로 투자자의 입김이 강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취득한 자사주 소각에는 소극적이다. 

통상 기업의 자사주 취득은 유통 주식 수 감소로 이어져 주가엔 호재다. 그러나 올해 자사주 취득을 발표한 코스피 기업 24곳 중 단 4곳만 자사주를 소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주가 안정화를 위해 자사주를 매입한다는 기업은  16곳으로 가장 많았으며 그 뒤를 임원 성과 보상 2곳, 이익 소각과무상수증이 각각 1곳이었다. 소각하지 않는다면 향후 잠재 매도물량(오버행) 부담이 주가 발목을 잡기 마련이다. 

현재 금융 당국은 자사주 제도 개편안을 검토 중이다. '자사주 매입 후 소각 의무화'와 '인적분할 때 자사주에 대한 신주 배정 금지' 등이 핵심 내용이다. 금융투자업계와 개인투자자들은 주주권리 개선을 기대하며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달리 재계에선 경영권 방어 수단 중 하나가 사라질 수 있다고 반발한다. 그럼에도 당국의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당국은 자사주 매입이 소각으로 연결되지 않는 국내 자본시장의 관행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를 유발한다고 보고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월가를 대표하는 투자자 워렌 버핏과 제레메 그랜섬이 자사주 매입을 두고 엇갈린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버핏과 그랜섬의 설전

월가의 전설적 투자자 제레미 그랜섬과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이 '자사주 매입'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미국 포춘지에 따르면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인 엘리자베스 워런은 기업의 자사주 매입에 대해 '상장 기업의 사실상 불법에 가까운 시장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기업이 주당 수익을 늘리기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행위는 해당 기업의 혁신을 잠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로운 공장 건설과 연구개발, 신입사원 채용에 투자할 돈이 단순히 주가를 끌어 올리고 부유한 주주와 내부자들을 풍요롭게 하는 데 사용한다고 비판했다.

이런 주장에 버핏은 "모든 자사주 매입이 주주나 국가에 해롭다거나 특히 CEO에게 이익이 된다는 말은 경제 문맹자나 말 잘하는 선동가의 말"이라면서 "자사주 매입은 모든 소유자에게 이익이 된다"고 주장했다.

미국 보스턴의 자산운용사 GMO의 공동 설립자이자 수석 투자전략가인 그랜섬은 버핏의 말에 반기를 들었다. 그는 "자사주 매입이 주가 조작을 용이하게 하고 있다"며 "당연히 불법이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자사주 매입이 '배당금'과 다르지 않다는 버핏의 주장을 비판했다. 그랜섬은 기업이 배당금을 지불할 때 주주간 이익을 균등하게 분배하지만 자사주 매입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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