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종교의 대립점을 소설화한 「천사와 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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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종교의 대립점을 소설화한 「천사와 악마」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8.03.11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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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물질, 일루미나티의 허구 도입…로마를 배경으로 흥미진진한 미스터리

 

댄 브라운(Daniel Brown)의 소설 「천사와 악마」(Angels and Demons)는 두 가지 허구를 현실의 세계에 등장시켜 지어낸 미스터리 소설이다. 그 두 가지는 반물질(反物質, anti-matter)과 일루미나티(Illuminati)라는 비밀결사단체다.

소설에서 헤어날 때 두가지 의문에 대한 궁금증이 커진다.

 

▲ 소설 ‘천사와 악마’(Angels and Demons)의 앰비그램

 

① 과연 반물질이 존재하는가.

소설에는 유럽 입자물리 연구소(CERN)의 가속기에서 만들어진 반물질이 범인에게 탈취되어 바티칸시의 상공에서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며 사라진다.

물질(matter)은 양성자와 중성자, 전자의 소립자로 구성된다. 이에 비해 반물질은 물질의 상대적 존재로, 물질과는 반대의 전기적 성질을 지니고 있다. 반물질과 물질이 합쳐질 때 대단히 강력한 에너지를 발생시킨다. 핵융합의 에너지 효율이 1.5%인데 비해 반물질의 에너지원 효율은 100%다. 반물질 1그램은 20톤의 핵폭탄의 에너지와 맞먹는다. 공해나 방사능도 발출하지 않는다. 하지만 극도로 불안해 어떤 물질과 접촉해도 타오른다.

댄 브라운이 「천사와 악마」를 출간한 시기는 2000년. 10년후 2010년 CERN 연구진이 반물질의 대칭성을 측정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반물질을 하거나 실용화하지 못했다. CERN은 소설이 나온 후 “반물질은 만드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가 생산되는 에너지를 초과하므로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1920년대 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해 반물질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된후 반물질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지속되고 있다. 소설이 한참 앞서간 것이다.

 

▲ 일루미나티(illuminati) 앰비그램

 

②일루미나티는 존재하나

일루미나티는 중세 시대 때 조직된 비밀 결사단체로, 소설에서 반물질을 입수해 바티칸을 파괴하려고 한다.

중세기에 이탈리아에서 뛰어난 지성을 갖춘 물리학자, 수학자, 천문학자들이 비밀 회합을 갖고, 과학을 억누르는 교회의 탄압에 저항해 비밀 결사를 만들고 스스로를 '계몽된 사람들'(일루미나티)이라고 불렀다. 소설에는 갈릴레이가 창시했으며, 소속 과학자 네 명이 체포되어 가슴에 낙인이 찍히는 고문을 받으며 잔혹하게 살해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실제 일루미나티가 조직된 시기는 1776년으로, 갈릴레이의 사망년도(1642년)보다 100년 후여서 소설은 허구로 드러났다.

 

▲ 책 사진

 

소설은 미스터리로 시작한다.

유럽 최대의 과학연구소 CERN에서 우주 탄생을 재현하는 빅뱅 실험이 진행된다. 물리학자 레오나르도 베트라와 딸 비토리아 베트라는 빅뱅 실험을 통해 강력한 에너지원인 반물질 개발에 성공하지만, 아버지 레오나르도가 살해당하고 반물질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하버드대 종교기호학 교수 로버트 랭던은 CERN으로부터 의문의 사건과 관련된 암호 해독을 의뢰받는다.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는 고대의식인 콘클라베가 집행되기 전, 유력한 4명의 교황 후보가 납치되고 교황청에 일루미나티의 상징인 앰비그램이 나타난다. 일루미나티는 지동설을 주장하다 종교 재판을 받았던 갈릴레오등 과학자들이 모여 결성한 비밀조직이다. 500년만에 부활한 일루미나티는 4명의 교황 후보를 한 시간에 한 명씩 살해하고 마지막에는 CERN에서 탈취한 반물질로 바티칸을 폭파시킬 것이라며 카톨릭 교회를 위협한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로마 바티칸에 도착한 로버트 랭던은 비토리아와 함께 곳곳에 숨겨져 있는 일루미나티의 단서를 파헤치며 그들의 근거지로 향하는 ‘계몽의 길’ 추적에 나선다.

 

▲ 고대 신비의 4요소, 흙(earth), 공기(air), 불(fire), 물(water)의 앰비그램

 

추리소설은 다 읽은 후 거꾸로 정리하는 재미가 있다.

소설에서 악마는 카를로 벤트레스카(Camerlengo Carlo Ventresca) 궁무처장이다. 그는 교황이 젊은 시절에 사랑하는 수녀와 사이에 낳은 아들이었다. 교리에 배치하지 않고 사랑하는 여인에게서 아이를 낳는 방법으로 인공수정이 선택됐다. 소설에서는 궁무처장은 마지막까지 이 사실을 모르는 것으로 되어 있다.

궁무처장은 아버지인 교황을 살해했다. 그리고 차기교황을 선출하는 선거회의를 소집한다. 소설 끝부분에 그는 모르타티 추기경으로부터 자신이 죽인 교황의 친아들임을 알게 되어 충격을 받고 스스로 몸에 불을 질러 자살한다.

궁무처장은 암살자에게 야누스(Janus)라는 이름으로 살인을 지시한다.

암살자는 이슬람교도다. 그는 '야누스'의 지시를 받아 CERN의 핵심 과학자로 반물질을 개발한 레오나르도 베트라, 스위스 근위병의 올리베티 사령관, 네명의 교황후보 추기경들을 살해한다.

암살자의 추기경 살해방법은 일루미나티의 원리에 입각한다. 흙(earth), 불(fire), 공기(air), 물(warter)의 고대 네가지 물질을 상징하며, 살해자의 가슴에 앰비그램(ambigram)을 찍고 살해한다.

① 흙(earth)…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에브너(Ebner) 추기경은 입에 먼지와 흙이 채워져 질식사당한다.

② 공기(air)…프랑스 파리의 라마세(Lamassé) 추기경은 폐에 구멍이 뚫려 살해된다.

③ 불(fire)…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가이드라(Guidera) 추기경은 천정에 매달려 불에 태워져 죽임을 당한다.

④물(warter)…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온 바치아(Baggia) 추기경은 교황 선출이 유력시되는 후보. 물에 잠겨 익사한다.

암살자는 네 추기경을 모두 살해한 다음 카스텔 산 안젤로(천사의 성)에서 주인공 로버트 랭던에게 떠밀려 추락해 대포알 더미에 등을 부딪혀 죽는다.

주인공 로버트 랭던(Robert Langdon)은 하버드 대학 기호학 교수다. 레오나르도 페트라 신부 살해사건의 조사를 돕기 위해 CERN에 불려온다.

랭던과 함께 등장하는 또다른 여주인공은 비토리아 베트라(Vittoria Vetra). 베트라 신부의 수양딸로, 양아버지와 마찬가지로 CERN에서 일하며, 아버지와 함께 반물질 연구를 해왔다.

소설은 비토리아의 아버지 레오나르도 베트라(Leonardo Vetra) 신부의 피살로 시작된다. 그는 CERN의 과학자이자 신부로, 암살자에 의해 살해되기 직전에 상당량의 반물질을 확보해 두었다.

CERN의 책임자 마시밀리안 콜러 (Maximilian Kohler)는 장애자(마비)로, 친구인 레오나르도 베트라 신부를 살해한 범인을 찾기 위해 랭던을 부른다. 그는 신앙심이 깊은 그의 부모가 어린 그에 대한 의료행위를 거부했기 때문에 자신에게 장애가 온 것이라 생각하여 교회에 반감을 갖게 되었으며, 그 반감으로 과학자가 된다.

콜러 소장은 마지막에 바티칸을 방문해 궁무처장에게 레오나르도 베트라 박사를 죽인 이유를 듣고 자백시키려 하였으나 궁무처장의 비명소리에 달려온 스위스 근위병들의 오해로 인해 사살당한다. 하지만 콜러 소장이 자신의 휠체어에 숨겨둔 비디오 카메라로 궁무처장의 비밀을 녹화해 사건을 반전시킨다.

사베리오 모르타티(Saverio Mortati)은 교황 선거인단의 최고 추기경으로 발탁 추기경 네명이 살해된 후 차기 교황으로 선출되어 종교와 과학의 화해를 시도하며 소설의 대단원을 마무리한다.

 

▲ 4원소의 다이어몬드 앰비그램

 

▲ 영화 포스터 /네이버영화

주인공 로버트 랭던은 댄 브라운의 후속 소설 「다빈치 코드」(The Da Vinci Code)에서도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천사와 악마」, 「다빈치 코드」는 후에 영화화되었다. 두 영화에서 주인공 랭던 역에는 톰 행크스가 동시에 주연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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