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談談打打 打打談談’ 전술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핵폐기까지 경제지원 말아야 김인영 기자l승인2018.03.09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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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타타 타타담담(談談打打 打打談談)’이란 전술이 있다. 중국 공산당 마오쩌둥(毛澤東)이 쓰던 유명한 전술이다. 힘이 약할때는 대화를 하면서(談談) 상대방의 허를 찔러 공격을 하고(打打), 적과 전쟁을 할때에도(打打) 다른 한편에선 대화를 제의해(談談) 상대방을 교란시키는 전술이다.

이 전술로 마오쩌둥은 장제스(蔣介石)의 국민당군을 대만으로 몰아내고 중국 본토를 차지했다. 국민당에 비해 힘이 약할 때는 협상을 통해 항일투쟁을 명분으로 두 차례의 국공합작을 했고, 국민당이 대일투쟁에 힘을 쏟는 사이에 공산당은 농촌을 장악해 도시로 포위해 들어갔다. 오늘날 중국은 이 전술의 결과로 세워진 나라다.

이 전술은 중국에서 성공한 후 전세계 공산당이 애용하는 통일전선전술이다. 가장 잘 활용한 정권은 바로 북한이다. 김일성에서 김정일을 걸쳐 김정은까지 조금도 변함 없이 이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

 

2년반 전인 2015년 8월, 지뢰 도발로 남북간에 군사적 긴장이 일촉즉발의 상태에 도달했을 때(打打), 그들은 대화를 제의했다(談談). 북한이 먼저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비서를 보내겠다면서 우리 측의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을 초대했다. 판문점에서 회담이 이뤄졌다. 무박 4일간 무려 43시간의 마라톤협상을 진행한 끝에 남북은 합의를 이끌어냈다. 북한은 ‘타타담담’ 전술을 사용했던 것이다.

직후에 김정은은 남북 합의가 이뤄진데 대해 “남북 합의가 결코 협상테이블에서 얻어진 것이 아니라, 핵 억지력을 동반한 막대한 군사력에 의해 달성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핵무기가 있었기 때문에 남한이 겁을 먹고 합의에 이르렀다는 주장이었다.

그후 어찌 되었나. 남북 고위급 회담 합의서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북한은 '담담'에서 '타타'로 전술을 급선회했다. 합의 이후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담담), 북한은 또다시 장거리 로켓과 핵 위협 수위를 높였다.(타타).

그해 9월 북한 원자력연구원 원장이라는 자는 “우리는 미국과 적대세력들이 무분별한 적대시정책에 계속 매여달리면서 못되게 나온다면 언제든지 핵뢰성으로 대답할 만단의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핵뢰성이란 핵실험을 의미했다.

그후 2016년, 2017년 북한은 두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단행했다. 미사일은 무수히 쏘아대 횟수를 세기조차 힘들다.

 

북한은 한국의 허점을 너무나도 잘 안다. 한국의 재래식 군사력은 북한보다 월등히 우세하다. 이 점은 그들도 인정한다. 북한은 전투기와 탱크, 전함을 움직일 기름도 모자란다. 그래서 그들은 재래식 무기가 아닌 핵전력에서 우위를 유지함으로써 늘 남쪽을 위협해 왔다. 핵 우위를 통한 이른바 '비대칭전력 강화'다. 미국과 역대 한국 정부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면 경제적 원조를 하겠다고 얘기하지만, 북한이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았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 일본의 역학적 구조속에서 핵무기 보유를 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그들은 잘 안다. 하지만 북한은 열강의 요구를 무시하며 핵전력을 강화해 왔다. 그들의 유일한 생존 수단인 셈이다.

북한의 '담담타타' 전술은 오래된 방식이다. 한국에는 북한과의 대화를 주장하는 세력이 상당하게 존재한다. 그 세력이 정권을 잡을 때 햇볕정책이니, 유화정책이니 하면서 남북간 경제교류가 활성화됐다. 1990년대 후반 수백만명의 북한 주민이 굶어 죽을 때 때 김정일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손을 벌렸고, 엄청난 지원을 챙겼다. 이른바 ‘담담’ 전술이다. 그 시기에도 북한은 핵실험을 했고, 핵무기를 양산했다. 이명박 정부 시기엔 천안함, 연평도 도발을 저질렀다. ‘타타’ 전술을 서슴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에선 지뢰사건으로 대화의 물꼬를 트는 듯 하다가 다시 ‘타타’ 전술로 전환했다.

 

▲ 정의용 대북특사단장이 5일 김정은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전문가들은 2016년, 2017년 두차례의 핵 실험으로 북한의 핵 개발이 완성단계에 와 있다고 평가한다. 미사일도 ICBM 수준으로 진화해 미국 영토를 사정권에 두고 있다. 이에 대응해 미국을 비롯해 한국, 일본이 북한에 대해 경제 재재를 가했다. 머뭇거리던 중국도 가세하고 있다.

이번엔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왔다. 평창올림픽 참가라는 명분으로 김여정을 보내더니, 그 답방으로 평양에 간 한국 특사단에 김정은이 정리한 유화의 메모가 전달되었다. 일촉즉발의 한반도 긴장상태가 급반전하고 있다. ‘타타’에서 ‘담담’의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이 4월 중에 열리고, 북미 정상회담도 그 다음달에 열린다고 한다.

우리는 과거 북한과의 평화협상에서 여러차례 속았다. 그들의 ‘담담타타 타타담담’ 전술을 알고도 속은 것이다.

과거의 사례를 들추면 한두가지가 아니다. 2005년 9·19 합의에서 북한은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약속했다. 그렇게 합의해 놓고 1년만에 북한은 핵실험을 했다. ‘담담’ 전술, 즉 평화회담이라는 속임수를 썼던 것이다.

김정은은 이번에도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고 밝히고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제의했고, 상대방 정상들이 모두 이에 응했다.

 

미국은 완전하고(complete), 검증가능하며(verifiable), 돌이킬 수 없는(irreversible) 핵폐기(denuclearization)를 요구하고, 우리도 같은 입장이다. 북한이 이 조건을 맞추지 않는다면 회담 자체로는 의미가 없다. 핵폐기, 비핵화라는 구두선도 필요가 없다.

북한 경제가 엉망이라는 분석들이 나온다. 국제적인 경제 압박이 강화되면서 북한에선 외환보유액이 바닥나고 물가가 폭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오는 10월쯤 보유외환이 바닥날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 말은 모라토리엄(대외지급유예), 즉 국가파산을 의미한다.

북한 경제가 파탄나는 시간이 반년 정도 남았다는 해석이다. 외환, 즉 달러가 바닥나면 기름도 사올수 없고 원자재를 구입할수 없다. 북한은 자급자족 경제를 한다고 하지만, 외국과의 교역이 끊어지면 조선시대의 농업생산 경제로 돌아가야 한다. 활성화되고 있는 장마당도 한계가 있다.

김정은 정권의 적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커져갈수 있다. 미국과의 군사적 대결 국면은 일시적으로 북한 주민을 하나로 묶어 정권을 튼튼하게 유지할수 있지만, 경제 파탄은 1990년대 대기근 때처럼 장기적으로 정권에 대한 인민의 불신임을 키우게 된다. 그들은 주민들의 반발이 심해지기 전에 대결국면에서 조성된 경제제재를 풀어볼 심산으로 대화국면에 나선 것으로 볼수 있다. 물자 구하기가 어려워지면 물가는 폭등하게 된다.

 

▲ 김여정이 평창올림픽에서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함께 응원하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대화가 순탄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대화만을 위한 대화는 의미가 없다. 외신에서 쏟아지는 보도를 보면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핵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말로는 북한도 선대의 유훈으로 핵 폐기라는 말을 던지고 있다.

분명한 것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가 이뤄질때까지 한푼도 경제적 지원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다급한 건 북한이다. 시간이 6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그때까지 국경이 풀려 교역이 성사되지 않으면 북한경제가 파산한다. 동서독 통일은 동독 경제의 파산에서 시작되었다. 동독의 국가부도로 삶이 어려워진 동독주민들이 서독으로 넘어갔다.

헤프게 북한에 퍼줄 생각은 아예 말아야 한다. 핵무기가 완전하게 폐기된 것이 검증된 연후에, 동족의 입장에서 지원하고 함께 살아갈 방법을 모색할수 있다. 그 이전에는 쌀 한톨, 기름 한방울, 돈 한푼도 주지 말아야 한다.


김인영 기자  inkim@opinio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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