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칼럼] 김기현도 이재명도 모두 다 싫다는 유권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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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칼럼] 김기현도 이재명도 모두 다 싫다는 유권자들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 승인 2023.04.10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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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국회가 그리고 국회의원들이 천덕꾸러기가 되고 있다. 제 역할을 하지 못해서다. 경제 논리가 적용되는 기업이었다면 몇 번은 망해도 망했을 조직이다. 왜냐하면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이라도 일어났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는 지난 전당 대회에서 윤심에 올라타 결선 투표 없이 당선되었지만 그 이후 행보는 무기력함의 극치를 보이고 있다.

지도부를 구성하고 있는 김재원 최고위원은 하루가 멀다 하고 전광훈 목사와 함께 논란이 되는 발언을 일삼았고 조수진 최고위원은 양곡관리법에 대해 여론을 무시한 태도로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태영호 최고위원은 전당 대회 기간 중에 ‘4.3 사태를 북한이 지령을 내린 것’이라고 평가해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전범 기업 강제 징용에 대한 ‘제 3자 변제안’과 한일정상회담 여진으로 각종 공세를 받고 있는 와중에 국민의힘에서 유발된 리스크는 더욱 치명적이었다.

국민의힘은 4.5 재보궐 선거 참패가 더 고통스럽다. 울산 남구 기초의원 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일 대 일로 맞섰지만 패배한 사실이 충격적이다. 울산은 바로 김기현 당 대표의 지역구이자 정치적 고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감 보궐 선거에서도 진보 후보가 당선되면서 김 대표의 체면은 구겨질 대로 구겨졌다. 김 대표는 전당 대회에서 당선 일성으로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성공으로 가는 밑거름을 강조했지만 탁상공론이 되어 버렸다.

유권자들의 기대에 부응 못하는 정치권

법안 처리에 있어서도 국회는 유권자들의 기대와 희망을 저버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여야 강 대 강 대치 국면에서 여당과는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양곡관리법을 파죽지세로 통과시켰고 국민의힘과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맞섰다.

앞으로 본 회의에서 표결을 거칠 ‘간호사법’, ‘의료법’, ‘노란봉투법’ 모두 더불어민주당은 표결 강행으로 통과시킬 작정이고 국민의힘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여 중재안을 만들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진영 간 대결 구도가 바닥에 단단하게 깔려 있는 상태다. 

유권자들의 분노는 폭발 직전이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지난 4~6일 실시한 조사(전국1000명 유선포함 무선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9.1%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내년 선거에서 귀하가 살고 있는 지역구의 현 국회의원이 다시 당선되는 것이 좋다고 보는지 아니면 다른 사람이 당선되는 것이 좋다고 보는지’ 물어보았다.

‘현재 지역구 의원의 재당선’을 원한다는 응답은 29%밖에 되지 않는다. 유권자 10명 중 3명이 채 되지 않는다. 실제로 지역구 선거에서 29% 득표율이라면 당선이 힘든 수준이므로 지역구 의원 전체에 대한 물갈이 요구나 다름없다. 쉽게 말해 21대 국회의원들이 유권자들의 기대와 희망에 전혀 부합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과 김기현 대표가 많은 지적을 받고 있지만 이재명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역시 국민들의 비판과 평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우선 당의 지지율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020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무려 180석이나 당선자를 배출한 거대 공룡 정당이다. 국정 운영의 한 축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안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 비율이 60%나 되지만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이를 거의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즉 윤석열 대통령이나 국민의힘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지는 않는 유권자들의 태도다.

두 번째는 이재명 대표 리스크다. 앞으로 몇 년 동안은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와 재판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왜냐하면 형사 재판은 항소나 상고를 통해 재판이 여러 해에 걸쳐 진행되기 때문이다. 사법 리스트는 이재명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의 경쟁력에 발목을 잡는 치명적인 변수가 되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내년 국회의원 선거의 구도’를 물어보았는데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되어야 한다’는 의견은 36%,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되어야 한다’는 응답이 50%로 나타났다.

정권 심판 성격이 더 두드러지는 구도다. 그런데도 같은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30%대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정치적 반사 이익조차 다 챙기지 못하는 국회 다수당의 현 주소이자 민낯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사진=연합뉴스

낙제점인데도 대안이 없다?

현재의 여의도 정치에 식상한 유권자들에게 김기현의 국민의힘과 이재명의 더불어민주당 모두 낙제점에 가깝다. 하지만 국민들의 혹독한 평가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국회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 TF팀을 구성해서 ‘국회의원 정수’와 ‘선거구제 개편’을 논의하고 있다. 정작 투표권을 행사할 유권자들은 관심조차 없는데 국회는 제 밥그릇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그렇다고 기존의 정당을 대체할 만한 선택지는 없다. 대안 인물이나 대안 정치 세력이 없더라도 기존 정치권은 혐오하는 유권자들이다. 어쩌면 일반 유권자들이 마음을 모아 ‘국민 정당’을 창당해야할 판이다.

 

●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주된 관심은 대통령 지지율과 국정 리더십이다. 한국교육개발원·국가경영전략연구원·한길리서치에서 근무하고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을 거친 여론조사 전문가다. 현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을 맡아 리서치뿐 아니라 빅데이터·유튜브까지 업무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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