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 뭘 남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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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 뭘 남겼나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4.0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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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 칼럼니스트] SM엔터테인먼트가 ‘SM 3.0’ 진입을 공식화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술렁이게 했던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이 지난 3월 31일 정기주주총회를 끝으로 막을 내린 것. SM엔터테인먼트는 이수만 창업주의 짙은 그늘을 벗어나는 한편 카카오와 한 식구가 되었다.

창업주의 후광, 혹은 창업주 리스크

SM엔터테인먼트가 ‘SM 3.0’을 표방한다는 건 과거에 ‘SM 2.0’과 ‘SM 1.0’ 시절이 있었다는 걸 의미한다. 

그런 기준에서 ‘SM 1.0’은 HOT·보아·동방신기·슈퍼주니어·소녀시대·샤이니 같은 1세대와 2세대 아이돌 그룹을 선보인 2010년까지를, ‘SM 2.0’은 엑소·레드벨벳·엔시티·에스파 등 3세대와 4세대 아이돌 그룹을 키워낸 2022년까지를 말한다. 그 중심에 SM엔터테인먼트의 창업주인 이수만이 있었다.

회사명부터 이수만의 이름을 딴 SM엔터테인먼트는 그만큼 창업주의 영향이 지대했고,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과정에서도 이수만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그의 영향력은 회사 구조와 자금 흐름에도 잘 나타나 있다.

2000년 4월 코스닥에 입성한 SM엔터테인먼트에 대해 당시 여러 신문 기사에서 창업주이면서 최대 주주인 이수만의 지분율이 높은 점을 지적했다. 코스닥 상장 당시 이수만의 지분율은 67%였으며 특수관계인 주식까지 포함한 최대 주주의 지분율은 74.3%였다. 

이 기사들에서 SM엔터테인먼트의 관계 회사 중 시장조사 및 음악 자문을 맡은 ‘라이크기획’에 관한 언급도 볼 수 있다. 이수만이 100% 지분을 가진 라이크기획이 SM의 음반 판매 수입 중 15%를 갖고 가는 점을 지적한 것. 

이는 SM엔터테인먼트가 이수만의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과 계약을 맺어 일감을 몰아주는 등 사익편취로 인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계기가 되었다. SM엔터테인먼트의 등기이사이면서 총괄 프로듀서인 본인이 법인을 통해서 할 수 있는 일을 자기가 소유한 개인회사에 상당한 금액으로 용역계약을 맺게 해 많은 금액을 받아 가고 있었다. 

이수만은 2010년에 SM엔터테인먼트의 등기이사직을 사임한 후에도 라이크기획을 통해 SM을 지배했다. SM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하는 가수 프로듀싱을 맡고 수수료를 가져가는 방식이었다. 2092년까지 SM의 음반·음원 수익에 대해 로열티를 받는 계약도 존재했다. 이수만은 2021년 한 해에만 240억 원, 같은 해 SM엔터테인먼트 영업이익의 3분의 1에 달하는 금액을 받았다.

이러한 창업주 이수만의 과도한 영향력과 이상한 구조의 이익 배분은 이번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의 도화선이 되었다.

SM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지배구조개선에서 촉발된 경영권 분쟁

SM엔터테인먼트의 이상한 구조를 지적한 건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이었다. 2022년 12월 얼라인 측은 SM 측에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다. 또한 라이크기획과의 프로듀서 용역계약을 SM엔터테인먼트 지배구조의 신뢰성에 저해되는 요소라 보며 '라이크기획'과의 계약 해지도 요구했다. 

2023년 1월 이수만의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 계약이 종료됐다. 2월 3일에는 SM 경영진이 ‘SM 3.0’ 계획을 발표했다. SM엔터테인먼트의 향후 계획에서 이수만의 흔적이 지워지기 시작하는 한편 김민종 등 이수만을 지지하는 측의 반발이 일어나기도 했다.

2월 7일 SM 경영진이 카카오와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의 지분 9.05%를 확보하게 되었다. 이에 반발한 이수만 측이 백기사를 동원하는 계기가 되었다.

2월 10일, 하이브가 이수만이 보유한 지분 14.8%를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이수만과 하이브가 손잡고 SM 경영진에 대항하는 전개로 된 것. 하지만 세 대결이 한창이던 2023년 3월 12일,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 사업 협력안을 통해 플랫폼 협력 등 실익을 챙기는 대신 경영권을 카카오에 넘기고 분쟁에서 빠지겠다고 밝혔다.

결국 3월 24일 하이브가 이수만에게서 사들인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카카오 측에 매각하면서 사실상 카카오가 SM의 경영권을 차지하게 되었다. 

3월 31일 정기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도 표 대결 양상 없이 새로운 대표를 선임했다. 이로써 SM엔터테인먼트는 1995년 회사 설립 후 28년 만에 창업자인 이수만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카카오 및 얼라인이 참여하는 새 지배체제를 출범하게 되었다.

경영권 분쟁, 원만하게 마무리 된 걸까

주식이 공개된 회사의 경영권 분쟁은 결국 돈을 두고 벌어지는 전쟁이다. SM 측은 지배구조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얼라인 측 또한 주주로서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카카오와 하이브도 SM엔터테인먼트가 보유한 아티스트들과 그들이 발표한 수많은 앨범, 즉 IP와 플랫폼을 확보하거나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듯 이번 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 분쟁은 이해 당사자들 모두가 만족해하는 원만한 해결 과정으로 보인다. 

그런데 기업의 이익만 침해받지 않으면 아무 문제없는 걸까?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아티스트들과 이들 스타만 바라보는 전 세계 팬덤에 대한 배려는 볼 수 없었다. 새로운 경영진이 발표한 SM 3.0에도 향후 사업 추진 계획이 담겼을 뿐이다. 결국은 이익 창출 경로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었던 것. SM엔터테인먼트의 관심은 글로벌 팬덤의 지갑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6일 검찰이 카카오를 압수수색했다.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카카오 측의 시세 조정 의혹이 일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천문학적 자금을 투입한 하이브 측이 돌연 물러난 점에 의혹을 제기하는 측도 있다. 

어쩌면 아직 끝난 게 아닐지도 모른다. 꺼진 불씨가 다시 살아나듯 앞으로 어떻게 번질지 모르는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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