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리는 반도체주…외인, 삼성전자 '담고' 하이닉스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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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리는 반도체주…외인, 삼성전자 '담고' 하이닉스 '빼고'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3.04.06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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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달간 외인 삼성전자 1.7조 순매수
SK하이닉스는 9324억원 순매도
삼성전자 외국인 보유비중 51.09%…1년 만에 최고치
"SK하이닉스 교환사채 발행으로 자금조달 우려 커져 외인 빠져나가"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1분기 반도체시장 불황으로 역대급 어닝쇼크를 기록할 전망인 가운데 양사에 대한 외국인의 수급이 엇갈리고 있다. 외인은 지난 한 달 동안 삼성전자를 순매수한 반면, SK하이닉스는 대거 내다 팔았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초부터 전날까지 약 한 달 동안 삼성전자를 1조7099억원 순매수했다. 전체 종목 중 삼성전자를 가장 많이 순매수한 것이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외국인 순매도 2위를 달성했다. 외국인은 포스코홀딩스(-1조2601억원)를 가장 많이 순매도한 데 이어 SK하이닉스(9324억원)를 두 번째로 많이 순매도했다. 

이에 따라서 각 종목의 외국인 보유비중도 달라지고 있다. 전날 기준 삼성전자 외국인 보유비중은 51.09%로 지난해 4월 22일 이후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초(49.67%)와 대비하면 1.42%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과거 10년간 삼성전자 외국인 보유비중 최고치는 2019년 7월 30일 58.01%, 최저치는 2016년 1월 25일 48.97%를 기록한 바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의 삼성전자 보유비중 증가에 대해 "하반기부터 고객사의 재고 건전화와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공급축소 효과가 반영되며 점진적 수급개선이 전망되고, 최근 9개월간 70% 하락한 D램과 낸드 가격이 현금원가에 근접하며 2분기에 추가 가격하락 이후 가격바닥 근접이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삼성전자 밸류에이션 매력도(12개월 선행 PBR 1.24배)가 높아지고 있으며, 2분기에 분기 실적이 저점을 형성하며 상저하고의 이익패턴이 전망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SK하이닉스의 외국인 보유비중은 49.64%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4일 하루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2427억원어치 팔았는데, 이는 2021년 8월 이후 외국인 매도량 최대 수준이다. 외국인들은 지난 3월 이후 단 4거래일을 제외하고는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일부터 이달 5일까지 외국인 순매수 상위 5종목과 하위 5종목. 이 기간 동안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1조7099억원 순매수하고 SK하이닉스를 9324억원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한국거래소

증권가에서는 외국인들이 SK하이닉스를 대거 순매도한 이유가 자금 조달 리스크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앞서 지난 3일 SK하이닉스는 2조2000억원대의 해외 교환사채(EB)를 발행했다. 교환사채는 투자자가 보유한 채권을 일정 기간 후 발행사가 보유한 회사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사채다. 

이후 해외 교환사채 발행 소식이 부각되면서 SK하이닉스의 공매도 물량은 지난 4일 1000만6643주가 쏟아졌다. 거래대금은 8362억원으로 지난 3일 공매도 거래대금(96억원)의 87배에 달했다. 지난 3일 SK하이닉스의 전체 거래량 중 공매도 거래량 비중은 59.53%에 달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4일 3.10% 하락했으나 5일에는 전거래일 대비 0.12% 상승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전날 SK하이닉스를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하고 정규시장과 시간외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공매도 거래를 금지한다고 공시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해외 교환사채를 사고 난 뒤 포트폴리오 균형을 맞추기 위해 위험회피 차원에서 공매도에 나섰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같은 업황을 겪고 있음에도 외국인 수급이 엇갈리는 이유로는 SK하이닉스의 자금 조달 이슈를 꼽았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SK하이닉스의 경우 해외 교환사채 발행 등 최근 불거진 자금 조달 이슈가 외국인 투자자들 입장에서 리스크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최근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1분기 동안 28% 가량 올라 반도체주를 가져가야겠다는 심리가 확산된 가운데 한국에서는 삼성전자가 첫손에 꼽혀 순매수 1위를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상대적으로 SK하이닉스는 여러가지 재정적 이슈가 계속 우려가 되는 상황이라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오는 7일 올해 1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하는 가운데 양 사가 어느 정도의 어닝쇼크를 기록할지도 관심이 쏠린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전망한 삼성전자의 연결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2.92% 급감한 1조1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도체 부문의 손실 규모가 3조8000억원에서 4조7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되면서 증권사들이 전망한 1분기 영업이익 수준이 각자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키움증권은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을 1조4000억원으로 추정한 반면 IBK투자증권은 2570억원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SK하이닉스 역시 분기 영업손실 규모가 최대 4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증권은 SK하이닉스의 1분기 매출액이 2조6800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66% 감소하고 영업손실은 4조120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할 것으로 전망했다. 

NH투자증권 역시 SK하이닉스가 1분기 매출 3조9600억원과 영업이익 -4조200억원, 순이익 -4조21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데이터센터 투자와 스마트폰 판매 부진 및 높은 수준의 재고를 줄이기 위한 메모리 업체의 공격적인 저가 출하 전략이 업황의 부진 심화 요인"이라며 "메모리 가격 하락으로 인한 재고평가손실 규모 확대도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실적 반등은 올해 3분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2분기부터 진행된 고객사의 공격적인 재고 조정으로 재고 수준이 1분기 피크를 치고 2분기부터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며, 메모리 수급 반전을 위해 업계 전반적으로 2023년 투자 축소와 감산이 진행 중인 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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