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피너티와 24% 풋옵션 공방 여전…경영권 위협 가능성도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교보생명이 금융지주사 설립을 앞두고 비보험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교보생명은 대체투자 전문운용사 파빌리온자산운용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12월 파빌리온자산운용과 주식매매계약서(SPA)를 체결했다. 이후 지난달 금융위원회로부터 대주주 변경 안건 승인을 받았다. 교보생명은 이번 인수로 비보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금융지주사 설립 작업에 박차를 가한다. 새로운 사명은 '교보AIM자산운용'이다.
신창재의 승부수…비보험 포트폴리오 강화, 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생명보험 업황이 저출산과 고령화로 갈수록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금융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해 비보험사업군 확장 전략을 펼치고 있다. 현재 교보생명은 생명, 자산운용, 증권 등을 보유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현재 교보악사자산운용을 자회사로 운영 주이다. 그러나 오는 8월 악사그룹과 조인트벤처 계약(JV)이 종료된다. 교보생명이 악사그룹 지분을 추가로 인수해 교보악사자산운용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지만 단언할 수는 없다. 교보생명은 악사그룹과 JV 관련 논의 기한을 이달까지 연장한 상태다.
교보생명이 교보악사자산운용을 자회사로 편입할 경우 새롭게 출범한 교보AIM자산운용과 함께 부동산과 인프라 부문에서 운용자산이익률을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교보생명은 금융지주사 설립에 대비해 대체투자 자산을 선제적으로 확보가 중요하다. 생명보험사 중 유일하게 비상장사인 점과 경쟁사와 비교해 포트폴리오 규모가 적은 부분 등 한계와 우려가 상존한다. 교보생명은 지난 2월 오는 2024년 하반기까지 금융지주사로 전환하겠다고 공언했다.
2005년부터 금융지주사 설립을 논의해 온 교보생명이 2024년까지 모든 과정을 마무리한다면 약 19년 만에 금융지주사로 전환을 이루게 된다. 지주사 전환은 두 단계를 거친다. 교보생명이 보유한 자회사 주식 및 현금 등을 분할해 금융지주사를 신설한 뒤 교보생명을 금융지주사의 자회사로 편입한다.
경영권 방어 문제없나
신 회장은 2대 주주인 어피너티컨소시엄과 24% 지분을 두고 풋옵션 가격 공방을 벌이고 있다. 금융지주사 설립과 별도로 신 회장의 경영권이 위협 받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현재 교보생명은 신 회장이 33.78%로 최대주주다. 여기에 여동생들(신경애 1.71%, 신영애 1.41%)이 보유한 지분까지 합하면 지분율은 36.91%로 높아진다. 2대 주주인 어피너티컨소시엄은 신 회장 다음으로 많은 24% 지분율을 보이고 있다. 어피너티컨소시엄은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이 들고 있던 교보생명 지분 24%(1조2000억원)를 사들이며 2대 주주가 됐다. 당시 어피너티컨소시엄은 신 회장의 경영권을 방어해주는 대신 2015년 9월까지 교보생명의 기업공개(IPO)를 조건으로 신 회장과 풋옵션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교보생명은 기업공개에 결국 실패했고, 어피너티컨소시엄은 2018년 10월 약 41만원(40만9912원)에 풋옵션을 행사했다. 문제는 자금이다. 풋옵션 약 41만 원을 사들이기 위한 자금이 신 회장에게 없어 오히려 보유 지분 일부를 매각해야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신 회장이 보유한 지분이 줄면서 경영권이 위협받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신 회장은 어피너티컨소시엄이 책정한 풋옵션 가격 40만9912원이 안진회계법인과 공모해 만든 부적절한 가격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월3일 서울고등법원은 어피니티컨소시엄과 딜로이트안진 회계사 등 5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안진의 전문가적 판단 없이 어피니티컨소시엄의 일방적 지시로 가격이 결정됐다고 볼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2월 1심도 같은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 역시 딜로이트안진이 적용 가능한 여러 가치평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했을 뿐 어피니티컨소시엄에 유리한 방법만 사용하지 않았다고 봤다.
여기에 현재 진행 중인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 2차 판정도 변수다. 2021년 9월 ICC는 풋옵션을 인정하면서도 풋옵션 가격은 판결하지 않았다. 당시 ICC는 "어피니티컨소시엄의 풋옵션 권리를 인정하지만 딜로이트안진이 평가한 풋옵션 행사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할 의무가 없다"고 판결했다. 이를 두고 양측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해석을 내놨다. 교보생명은 '사실상 승소'로, 어피니티컨소시엄은 '풋옵션은 유효하다'고 봤다. 어피니티컨소시엄은 ICC에 풋옵션 가격을 산정해달라고 2차 중재를 요청한 상황이다. 향후 ICC가 약 41만원의 풋옵션을 신 회장이 강제 이행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리게 된다면 금융지주사가 설립된 뒤 신 회장의 경영권에 위협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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