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세상읽기] 자율주행차 타고 놀란 빌 게이츠와 로봇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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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세상읽기] 자율주행차 타고 놀란 빌 게이츠와 로봇세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4.02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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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츠 "자율주행차 PC만큼 혁명적"
노동의 질 악화, 초양극화 시대 위협
게이츠 로봇세 주장 '공존의 길' 모색
빌 게이츠는 최근 자율주행차량이 PC만큼 혁명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불과 40년전 노트북은 공상과학 영화의 소품 정도였다. 20년전 스마트폰은 먼 미래의 상징일 뿐이었다. 이제 인류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에 버금가는 이동 수단의 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이르면 10년 후 늦어도 20년후 세상을 또 한번 바꿔 놓을 ‘모빌리티’. 아직도 모빌리티에 대한 개념은 모호하다. 모빌리티는 인류가 육·해·공을 통해 이동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의미한다. 자동차에만 국한되지도 않는다. 모빌리티를 준비하는 글로벌 자동차·IT업계 동향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PC만큼 혁명적인 일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자율주행차를 'PC혁명'과 동일선상에 두며 감탄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빌 게이츠는 런던 시내에서 영국 스타트업 웨이브가 개발한 자율주행차 체험기를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조수석에 동승한 빌 게이츠가 탄 차량은 완전 자율주행차다.

그는 '환상적'이라고 언급한 뒤 "이 차는 운전 환경이 가장 좋지 않은 곳 중 하나인 런던 시내에서 우리를 태워줬고, 모든 교통 체증을 피해갔다"며 "이런 차 안에 있다는 것이 약간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고 놀라워했다. 

게이츠는 "자율주행차 기술이 향후 10년 이내 '티핑 포인트'(극적인 전환점)에 도달할 것"이라면서 "자동차가 진정한 자율주행이 되면 PC가 사무실 업무를 바꾼 것처럼 자율주행차는 운송 수단을 극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또 "자율주행차가 사람의 시간을 절약하는 것은 물론, 노인과 장애인들도 돌아다닐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그는 장거리 트럭이나 배달, 택시, 렌터카용이 개인용 차량보다 먼저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개인용 자율주행차 보급까지는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동차 생산라인에서 차량 용접을 하고 있는 로봇팔들. 사진=연합뉴스

로봇세 필요할까

자율주행 자동차가 대세가 되면 게이츠의 예상처럼 당장 버스나 택시 같은 대중교통수단의 운전기사가 인공지능(AI)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안전 문제만 놓고 봐도 그렇다.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축적한 자율주행 주행 데이터만 봐도 에어백이 터질 만큼 큰 사고가 발생할 확률은 인공지능이 운전하는 경우가 졸음운전이나 난폭운전을 하는 사람보다 현저하게 낮다.

자율주행차가 가져올 파장 중 하나는 자동차 산업의 구조조정이다. 자율주행차가 일반화되면 수요는 어떨까. 하루 종일 주차장에 서 있는 수많은 자동차가 말 그대로 '자율주행'으로 쉼없이 움직인다. 차량 한 대로 여럿이 공유할 것이다. 소유에서 공유의 개념으로 자동차의 패러다임이 전환된다.

많은 전문가들은 자율주행 차량이 자동차 산업의 위축을 가져올 것으로 본다. 그럼 자동차 제조 업체에 고용된 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를 잃게 된다. 실제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이뤄지는 상당수 작업을 현재 로봇이 대체하고 있고, 그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규모 실업, 4차 산업혁명의 그늘이 된다는 말이다. 물론 낙관론도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테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일자리의 질이다. 가령 롯데월드나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 매장이 로봇으로 자동화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10, 20대 아르바이트생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이 대목에서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재앙이 숨어 있다. 의사, 변호사, 애널리스트 등 전문직에 더해 현대차 생산직과 같은 '로또'에 비교되는 고임금 블루칼라 노동까지 로봇이 대체할 경우 높은 소득이 보장된 일자리를 차지하는 극소수 로봇과 로봇의 대중화로 저임금을 감수한 채 육체노동과 감정 노동을 감내하는 '절대 다수'로 뚜렷하게 나뉜다. 한마디로 '초(超)양극화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 안정된 중산층이 몰락하고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소득불평등이 고착화되는 현실이 일상이 될 수 있다. 

'노동의 시대는 끝났다'(2020)의 저자 대니얼 서스킨드의 진단은 이렇다.

'인공지능이 모든 직업에서 인간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특정한 성격의 업무 또는 세부 작업에서 인간보다 나은 능력을 보여줄 것이다. 현재의 노동자를 보조하는 보완적 수단에서 벗어나 더 많은 인간의 업무를 대체해 일자리가 부족한 기술실업 시대가 본격화될 수 있다.' 

휴먼로이드 로봇이 서빙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빌 게이츠, 로봇세 도입 주장하는 까닭

공교롭게도 자율주행차에 감탄했던 게이츠는 로봇세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는 왜 로봇세 도입을 주장할까. 

20세기 자본주의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대량 생산-대량 소비'다. 하지만 초양극화 시대가 도래하면 가난한 대다수는 기업이 생산한 상품을 소비할 여력이 없다. 상품은 넘쳐나는데 소비할 사람이 없는 상황, 말 그대로 '공황'이다.

게이츠가 로봇세 도입을 강력하게 외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로봇세는 인공지능 로봇, 정확히 말해 그것을 사용해 높은 이익을 얻는 기업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임금 노동자가 소득세와 각종 사회보장 비용을 지불하는 것처럼 로봇에도 비슷한 수준의 세금을 책정하는 것이다. 

로봇세로 마련한 재원은 어떻게 쓸까. 예를 들어 모든 시민에게 조건 없이 상당한 액수를 나눠주는 '기본 소득'이 될 수도 있다. 로봇세로 기본 소득 액수를 현실적 수준까지 높일 수 있다. 또 아동 보육이나 노인 부양에 종사하는 노동자 임금을 현대차 공장 노동자만큼 높일 수도 있다. 100만 원대인 어린이집 교사 월급을 300만 원대로 높인다면 보육의 질은 개선되지 않을까. 

이미 로봇은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2013년 옥스퍼드대학 칼 프레이와 아이클 오즈번은 자동화로 미국의 직업 약 47%가 2033년즈음 사라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매켄지 역시 2015년 보고서에서 지금의 기술로도 당장 45%의 인간 일자리를 로봇이 담당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게이츠는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시각보다 '함께 공존하는 문제'에 방점을 찍고 로봇세를 주장한다고 볼 수 있다. 

게이츠는 로봇세를 찬성하면서 "우리가 로봇을 원하는 이유는 노동의 고통을 줄이고 우리가 원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더 효과적으로 만들어 내기 위함"이라면서 "그렇게 해서 우리는 고령층, 교육이 부족한 계층으로 눈을 돌리고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도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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