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자기복제' 냄새 풍기는 봄 예능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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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자기복제' 냄새 풍기는 봄 예능 프로그램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4.01 09:3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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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 칼럼니스트] 봄꽃 소식과 함께 새 예능 프로그램 소식이 들린다. 그것도 예능 장인들이 출연한다. 그런데 새로 시작하는 프로그램인지, 지난 시즌에 이어지는 후속 시즌인지, 아니면 재방송인지 헷갈린다. 제목은 분명 새것이지만 서사는 왠지 익숙할 거 같기 때문이다. 자기복제의 냄새가 솔솔 풍기는 예능 방송가의 봄 풍경이다.

예능 장인들의 새 예능 프로그램

유명 셰프 이연복은 JTBC에서 <한국인의 식판>을 새로 시작했다. 해외로 대한민국 식판을 들고 날아가 K-급식을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을 표방한다. 지난 25일 방영된 1회에서는 국가대표 축구 선수 황희찬의 소속 팀인 영국의 울버햄튼FC에 가서 선수들과 팀 관계자들에게 한국식 급식을 제공하는 과정을 선보였다.

요리연구가 혹은 요식업 개발자인 백종원도 4월 2일 tvN을 통해 <장사천재 백사장>을 새로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한국에서는 외식 경영 전문가로 알려졌지만, 해외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지를 흥미 포인트로 내세웠다. 그래서 한식 불모지에서 직접 창업부터 운영까지 본업에 등판하는 백종원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며 홍보하고 있다. 

이른바 ‘뭉친’ 패밀리가 출연하는 예능도 봇물이다. 지난 3월 7일부터 JTBC에서 김용만, 김성주, 안정환, 정형돈이 출연하는 여행 예능 <뭉뜬 리턴즈>를 방영하고 있고, 4월 19일부터는 MBCevry1에서 이들 네 명이 그대로 나오는 <시골경찰 리턴즈>를 새로 시작할 예정이다.

이렇게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들이 시작했거나 등장할 예정인데 어쩐지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제작진들은 분명 예전과 다른 콘셉트로 기획했을 텐데 말이다.

뭉뜬리턴즈. 사진제공=jtbc

어디서 본 듯한 기시감이 드는 프로그램들

이연복과 그를 보조하는 여러 연예인이 해외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모습은 2018년과 2019년에 tvN에서 방영된 <현지에서 먹힐까>를 연상시킨다. 푸드트럭을 이용해 수십 명에게 음식을 제공했던 과거 프로그램의 콘셉트와 배경과 규모 측면에서 크게 다르지만, 에피소드 구성이 비슷하다는 느낌이 드는 건 어떤 이유일까. 

백종원 또한 연예인들과 함께 음식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에 종종 출연해 왔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SBS에서 방영된 <맛남의 광장>과 2022년 tvN에서 방영된 <백패커>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장사천재 백사장>의 예고편을 보면 우호적인 한국과는 다른 현지 반응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장사 실패가 염려되지 않는 건 왜일까.

김용만, 김성주, 안정환, 정형돈은 2016년에 JTBC의 여행 예능 <뭉쳐야 뜬다>를 시작으로 2019년에는 축구 예능 <뭉쳐야 찬다>에 함께 출연했다. 이후 이들 네 명이 함께 등장하는 예능이 많아지더니 2021년부터는 기획사 ‘뭉친 프로젝트’에 함께 속하며 뭉쳐 다니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패키지로 묶여 출연한 새로운 프로그램들의 흐름이 예상되는 건 어떤 이유일까.

이렇게 단정하는 건 이들이 같은 서사를 반복해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들은 보통 다섯 단계 구조를 가진다. ①과제에 도전 → ②시행착오 → ③문제 발생 및 갈등 고조 → ④문제 해결 및 갈등 해소 → ⑤모두가 만족한 결말. 

이는 대부분의 문학이나 영상에 적용되는 전통적인 이야기 구조이기도 하다. 다만 문제와 갈등이 신선하고 그 해결 과정이 흥미로운 콘텐츠에 대중의 관심이 쏠린다. 

그런데 문제와 갈등 요소가 뻔하고 그 해결 과정까지 예측된다면, 그 예능 프로그램은 시청자의 눈길을 잡아두기 어렵다. 그런 면에서 위에서 언급한 출연진들이 나오는 프로그램들은 그 흐름이 예측된다. 한때 신선하고 흥미로웠던 서사라도 반복된다면 대중들은 식상한 콘텐츠라고 느낄 수밖에 없다. 

요리를 매개로 한 프로그램의 도전 과제는 언제나 음식 장만이었다. 출연진들이 버거워할 정도의 규모와 종류로. 그래서 요리에 서툰 연예인 출연진들은 시행착오를 일으킬 수밖에 없고 이는 갈등으로 연결된다. 하지만 우리의 영웅 셰프가 등장해 모든 문제를 싹 해결한다. 그래서 모두가, 제작진과 출연진이 만족하는 결말을 맞이한다. 

그렇다고 해서 시청자들까지 만족해할지는 의문이다. 제목과 배경이 달라졌다고 해도 비슷한 패턴의 이야기를 보여준다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까. 이연복이나 백종원이 나오는 프로그램이 거의 그러해 왔다. 여러 연예 미디어에 이들 셰프가 출연하는 프로그램들의 자기복제, 혹은 상호복제를 지적하는 기사가 올라오고 있다. 

뭉친 아저씨 네 명은 일종의 ‘패거리’ 문화를 방송 콘셉트처럼 보여준다. 친한 선후배끼리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한편 나이와 위계를 희화한 아저씨의 모습을 그려낸다. 항상 그래왔다. 프로그램 소재가 축구라거나 해외여행이어도 방송 콘셉트는 이들의 관계성이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으면 싫증 나듯 네 명 간의 역학 구도를 반복해 보여주면 식상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유럽으로 떠난 프로그램이 동남아로 갔던 프로그램과 크게 다르지 않게 보여지는 이유다. 그러니 시골 경찰로 등장한다고 해서 이들의 관계가 신선하게 다가올까? 어설픈 형을 타박하는 동생들의 모습을 또 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장사천재 백사장. 사진제공=tvN

새로움은 배경과 제목이 아니라 인물에서

식상하다는 세평에도 예능 스타들을 기용해 그들의 이미지에 기댄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건 안전하기 때문이다. 어떤 과제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의 출연진은 제작진에게 큰 힘이 된다. 다만 대중이 익숙하게 여긴다거나 프로그램 흐름까지 예측한다면 기획이 치밀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예능 프로그램 측면에서 새로움이란 방송 콘셉트를 새로 짜는 의미도 있겠지만 대중에게 낯선 인물을 발굴하는 작업을 포함하지 않을까? 지난 3월 27일 tvN에서 새로 시작한 <아주 사적인 동남아>가 좋은 사례이다. 

새로 시작한 많은 여행 예능 프로그램 사이에서 대중의 관심을 얻은 <아주 사적인 동남아>는 낯익은 이선균과 장항준이 출연하지만, 예능에서는 낯선 배우 김도현과 김남희도 출연한다. 첫 회에 이들이 보여준 돌발 상황과 그 대처는 신선한 웃음을 주었다. 카메라 각도까지 의식하며 연출 의도에 충실한 기존 예능 스타들과 차원 다른 낯선 재미를 준 것.

신선한 즐거움은 다음을 기대하게 만든다. 하지만 익숙함에 머무는 용기 없는 자들이 예능 프로그램들을 자기복제라는 식상한 냄새를 풍기게 했다.

한국인의 식판. 사진제공=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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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2023-05-06 11:27:50
드라마엑스트라뽑는다고했는데
우리동내에서

드라마 2023-05-06 11:28:37
드라마엑스트라뽑는다고했는데
우리동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