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종 주가 들썩…2차전지에서 갈아탈 때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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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업종 주가 들썩…2차전지에서 갈아탈 때 됐나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3.03.31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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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달 동안 KRX 반도체 지수 13.19%↑
삼성전자 내달 7일 1분기 잠정실적 발표
업황 바닥 기대감에 오히려 낙관적 전망 이어져
2차전지는 고점 올라…"반도체 비중 확대해야"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반도체 업황이 저점을 형성했다는 기대감이 커지며 반도체 기업 주가가 상승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챗GPT 등 인공지능(AI) 산업 등이 호재로 작용할 전망인 데다가 2차전지가 고점에 와 있기에 이제는 반도체 비중을 확대할 때라고 조언했다.

31일 오후 14시 30분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600원(0.95%) 상승한 6만38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다만 SK하이닉스는 600원(-0.68%) 빠진 8만82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사모펀드 운용사 KCGI가 7%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DB하이텍 주가도 이날 1만4200원(23.24%) 오른 7만5300원을 기록 중이다. 앞서 DB하이텍은 지난 29일 소액주주들의 반발 속에서도 팹리스 물적분할 안건을 통과시킨 바 있다.

상승세를 타고 이달 2일부터 이날까지 KRX 반도체 지수는 2661.63에서 3012.62포인트로 350.99포인트(13.19%) 증가했다.

KRX 반도체 지수는 이달 한 달 동안 13.19% 상승하며 코스피 상승률을 상회했다. 자료=한국거래소

美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올해 26.7%↑

미국 뉴욕증시에서 반도체 종목들이 급등하며 국내 투자심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업종의 대표적 주가지수인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30일(현지시간) 1.62% 오른 3208.26으로 마감하며 약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전일도 3.27% 올라 상승 마감했는데, 올해 들어 26.7% 오르며 1분기 상승률이 2020년 2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마이크론의 경우 지난 28일 2023회계연도 2분기(2022년 12월~2023년 2월) 매출액이 36억9000만달러, 주당순손실은 1.91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3분기(2023년 3~5월) 매출 역시 지난해 동기에 비해 약 60% 급감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경영진이 긍정적 실적 전망을 내놓으면서 주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장기 전망에 자신감을 보이며 반도체 산업이 2025년 AI 매출 견인에 힘입어 시장 규모 면에서 기록적인 해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 반등은 지속되는 추세다. 마이크론은 이달 저점 대비 20% 반등했고, 인텔 역시 이달 들어 약 28% 가량 상승했다. 올해를 기준으로 했을 때 엔비디아(87.4%)와 AMD(51.1%)의 상승폭도 컸다. 

실적 전망과 챗GPT 호재로 낙관 가능성 커져

국내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다음달 7일에 올해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30일 기준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1조2300억원, 2분기 순이익은 1조원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각각 4조7000억원, 5조원에서 하향됐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적자를 기록하면 주식시장 참가자들은 메모리 사이클의 바닥을 확신할 것"이라며 "경험적으로 한 산업에서 1등 기업의 적자는 업황의 저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01년 이후 삼성전자는 2008년 4분기에 딱 한번 분기 적자를 기록했고, 2001년 3분기와 4분기엔 적자에 근접했다"며 "주가는 그때부터 반등했다"고 덧붙였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에 대해 "1분기 매출액은 4조6000억원, 영업적자는 4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2분기는 매출액 4조9000억원, 영업적자 4조원으로 전망한다"며 "메모리 가격 하락은 지속되겠으나 모바일 수요의 점진적 회복으로 출하의 반등과 가격 낙폭이 축소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지난해 4분기 시작된 감산 효과와 출하의 반등이 겹치며 재고의 안정화가 시작될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있는 시그널이 될 것"이라며 "출하의 반등과 재고의 안정화가 시작되는 2분기가 매수 적기"라고 분석했다.

실적이 저점을 통과하고 점점 나아질 것으로 기대되는 데다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이 앞다퉈 AI에 집중하는 것도 호재가 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챗GPT 등으로 인해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기대하는 추세다. AI 서비스 구현을 위해서는 고용량과 고대역폭을 갖춘 메모리 반도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세액공제율을 확대한 이른바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통과도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회는 전날 본회의에서 올해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에 기업이 설비투자를 할 경우 세액공제 비율을 확대하는 내용의 조특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세액공제율은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경우 현행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각각 확대된다. 국가전략 기술로는 반도체를 비롯해 2차전지, 백신, 디스플레이와 함께 수소와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형 이동 수단도 명시됐다.

"2차전지에서 반도체로 주식 비중 옮기는 것 고려해야"

지난 몇 달 동안 2차전지가 증시를 주도한 가운데 반도체는 상대적으로 다소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시장에서는 반도체가 2차전지가 같이 갈 것인지 또는 따로 갈 것인지에 대해 관심을 나타내는 추세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상승하는 구간에서 반도체와 2차전지의 시장 내 시가총액 비중이 동시에 상승했고, 주가가 둔화되는 구간에서는 방향이 상이했다"며 "두 개가 같이 간다면 코스피 상승의 연장을 의미할 수 있으나, 녹록지 않은 거치 환경은 지수 상승을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스권 상단인 코스피 2500~2550포인트에 가까워질수록 반도체와 2차전지는 따로 갈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2차전지에 작용하는 차익실현 압력과 미국과 동조화되는 국내 반도체 주가 흐름은 반도체가 주도주 지위를 이어받을 가능성을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박승영 연구원은 "주식시장에서 가장 경계해야 하는 말은 '사이클이 없어졌다'는 것인데, 최근 2차전지에서 사이클을 무시하고 계속 좋을 것이라는 기대가 읽힌다"며 "2007년 조선, 2011년 화학, 2015년 화장품, 2018년 반도체에서 그랬듯 실적이 예상을 웃돌고 주가가 오른 뒤 컨센서스가 큰 폭으로 상향될 때 주가도 고점을 형성하는데, 현재 2차전지의 컨센서스에서 비슷한 점들을 발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반도체와 2차전지 주가는 2021년 초 이후 반대로 움직여 왔다"며 "두 업종이 유사성이 많음에도 반대로 움직였던 건 수급적인 측면도 큰데, 반도체가 부진할 때 도망갈 수 있는 업종이 2차전지 정도를 제외하면 없다시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로 반도체와 2차전지의 시가총액 합계는 2021년 이후 큰 변화가 없었다"며 "2차전지에서 반도체로 주식 비중을 옮기는 것을 고민할 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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