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발견] 2.2. 인식 선택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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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발견] 2.2. 인식 선택 결정
  • 주우(宙宇)
  • 승인 2018.03.03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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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인식과정은 ‘인식대상 ⇒ 감각적 인상印象 ⇒ 느낌(규칙이 없고 가변적이며 때로는 통제되지 않는다.) ⇒ 지각知覺(규칙적이면서 대체로 신뢰할만하다.) ⇒ 상상력想像力(전형적으로 믿을만한 숙련공이나 가끔 예측 불가능한 순간에 유희적이거나 짓궂거나 통제가 불가할 수 있다.) ⇒ 영상映像 ⇒ 지성知性(항상 조용하고 냉정하며 예측 가능하고 통제되며 믿을만하다. 영상의 구조가 무엇인지 검토한다.) ⇒ 이성理性(좋은 판단을 내리며 냉정하며 통제되고 지혜로우며 전적으로 믿을 만하다. 입법자, 재판관, 집행자로서 행동한다.)’이라고 한다.

지성은 분류된 범주에 해당하는 명제命題들의 형태로 이성에 제시한다. 이성은 그중에서 (다양한 이유를 근거로) 선택하고 결정하며 행동한다. 창고지기인 기억은 대체로 규칙적이며 믿을만한 것으로 기대된다. 의지는 이성으로부터 무엇을 할 것인지에 관해 명령을 받으며 느낌으로부터도 압력과 소청을 받는다. (『몸의 철학』 p600~601 정리)

 

 

깨닫지 못한 보통 사람의 관점을 대변하는 제식연기의 시작 부분을 더 살펴보기 위해 외부현상을 인식하는 ‘P’ 과정을 제대로 알아보자. 인식에는 인식하는 주체 ‧ 대상 ‧ 도구 ‧ 방법이 있어야 할 것이다.

대개 사람들에게 설명하려는 방편으로 명색名色을 주로 명nama名(비물질)+색rupa色(물질)으로 얼버무려서 설명하는 경향이 있으나, 사실 명색名色이란 증장된 식識인 식취온識取蘊이 인식주체인 명名과 인식대상인 색色으로 분리한 상태이다. 즉 인식대상이 자신과 관련이 없다고 여기는 상태를 명색이라고 한다. 반면에 대상이 자신과 관련이 있다고 여긴다면 반야가 시작되는 삶의 대전환이 일어나는 셈이다.

이 실상을 깨닫지 못하면 무명無明상태를 조건으로 펼쳐진 위爲의 상태를 증명하려고 식識이 만들어낸 명색名色상태임을 모른다. 오히려 내심 아무도 모르게 자신의 의도를 뒷받침해주는 현상으로 여기면서 엄청나게 흐뭇해한다. 인식주체인 명名은 인식대상인 색色에 대해서 겉으로는 자신의 의도와 관계없이 우연히 자신에게 나타난 듯 시치미 떼고, 속으로는 자신의 의도를 실현할 절호의 기회로 여기는 오견誤見을 지니고, 하늘이 자신의 뜻을 들어주는 축복으로 여긴다면 이는 오로誤路의 길Ⓑ이다. 그리고 자신의 의도에 반하는 현상으로 여겨서 체험을 미룬다 해도 식識의 증장이라는 제식연기Ⓐ가 시작된다.

반면에 실상을 깨달은 상태에서 보면 식識이 차원을 달리해서 인식 주체인 명名과 인식대상인 색色으로 변신한 명색名色상태가 보인다. 그다음 제대로 된 식識인 정견正見Ⓒ을 갖추고서 수행해간다면 명색상태가 아니라 반야paññāⒹ의 길로 가게 될 것이다.

즉 인식주체의 정신적 요소인 명名이 인식대상인 색色을 자신이 주도해서 구성한 현상으로 알아본다면 팔정도八聖道의 정견正見Ⓒ이 시작된다. 이렇게 자신이 수행의 길에 들어서고, 의식해서 외부 상황을 구성한다는 것을 알아볼 때에야 절대 외부에서는 주어지지 않는 반야(혜慧paññā)를 얻게 하는 안목cakkhu과 앎ñāṇa知이 생겨나고 결국 Ⓔ의 명지vijja明知로 향하게 된다. 즉 의식해서 이 Ⓒ의 팔정도의 길로 갈 때 저절로 색色⇒수受⇒상想⇒위爲에서 식識이 아니라 Ⓓ의 반야로 향하게 된다.

 

(정확하지 않으나 이해를 위해) 의식의 흐름을 정리해본다면,

 

 

Ⓐ 현상에 대해 반응하지 않는 상태: 현상이 자신과 모종의 관계가 있다고 여기든, 아니면 전혀 없다고 여기든 체험하지 않고 미루기 ⇨ 제식연기 ①⇒②⇒③⇒⑤⇒①⇒②⇒③⇒⑤⇒①⇒~~~④⇒⑤⇒⑥

Ⓑ 현상에 대해 욕탐으로 반응하는 상태: 현상이 자신의 욕망을 채우라고 주어진 기회로 결정하기 ⇨ 촉觸 12연기의 오로micchāpaṭipadā誤路 ①⇒②⇒③⇒④⇒⑤⇒⑥

Ⓒ 현상에 대해 의식해서 반응하는 상태: 현상이 자신에게 다가온 이유가 있음을 깨닫기 시작하고, 현상에서 그 의미를 알아내려고 노력하기 ⇨ 사띠sati 12연기의 정로sammāpaṭipadā正路 ①⇒②⇒③⇒④⇒⑦⇒④⇒⑤⇒⑥

Ⓓ 현상을 통찰하는 상태: 현상이 자신과 관련 있음을 분명히 알고, 현상을 보고서 그 의미를 알기 ⇨ 반야paññā ①⇒②⇒③⇒⑦⇒④⇒⑤⇒⑥

Ⓔ 현상과 하나가 되는 상태: 현상이 자신이 지어낸 것임을 직관적으로 알고, 그 의미를 완전히 알고서 보기 ⇨ 명지vijja明知 ①⇒②⇒⑦⇒④⇒⑨

Ⓕ 의식하지 못하고 잠을 자면서 사는 사람들은 지각(마음)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반응을 무의식으로 선택한다. 바로 ①⇒②⇒③⇒⑤⇒⑥의 과정이다. 이들은 자극과 반응 사이가 없이 자동으로 선택한다. 사유하지 못하고 자동으로 반응하는 삶이 고착된 것이다. 의심하고 생각하며 따져보는 것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대다수 이것은 특정 문제를 제기했다가 오히려 손해를 본 과거의 상처 때문이다.

 

 

위의 도표는 불교의 인식체계고, 아래는 인간의식의 정보처리 모델이다.

 

 

다음은 박문호님의 강의를 참고해 정리한 뇌의 감각입력처리 과정이다.

 

 

위의 도표는 서로 대조해서 편집했으므로 일부 오류가 있을 것이다. 누군가 완성해주길 바란다. 그럼에도 여기에 나타난 공통분모에서 알아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물질적 구조로 되어 있지 않은 기관으로 마음, 즉 ‘mano’는 정보처리에서 오감 이외의 것을 인식하는 중요한 ‘제3의 눈’으로 기능indriya根하며, 인간의 동물적인 본능을 억제하고 사회성을 유지하게 하는 두뇌의 전전두피질(prefrontal cortex)에 해당하는 미간의 인당印堂혈이다. 그래서 제시되는 ‘현상에 대해 마음mano心을 일으켜서 정할’manasikāra 때마다 언제나 메시지dhamma가 주어진다.

 

위의 반응하는 방식을 단순화해서 정리한다면,

 

 

법구경 1, 2

담마보다 마음mano이 앞서고, 마음이 더 중요하며

담마는 마음에 따라 정해지므로

잘못된 마음으로 말하거나 행하면 괴로움이 마음을 따른다.

마치 수레가 황소를 따르듯이

깨끗한 마음으로 말하거나 행하면 즐거움이 따른다.

마치 그림자가 물체를 떠나지 않듯이

 

경(S35:95)에 “색色을 보고서{~법法을 알고서} 사띠하지 않아서 좋아하는 상相으로 ‘마음을 정하면’ 매혹된 생각으로 상相을 경험하고 상相에 묶여버린다. 색色{~법法}에서 형성된 온갖 감정이 커져서 생각을 어지럽히는 욕심과 애태움도 커진다.”고 한다.

우리가 있는 그대로 알아보는 분별력을 키우려면 눈에 보이는 현상이 아니라 배후에서 작동하는 보이지 않는 의도를 알아보는 바로 이 ‘마음의 눈’을 훈련해야 한다. 그러려면 눈에 보이는 대상에 마음을 뺏기지 말아야 한다. 현상에 대해 사띠sati하지 않아서 희락상喜樂相으로 마음을 정하면 상相에 묶여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명상定 자체보다 우선 ‘마음의 눈’인 분별력, 즉 정견正見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하며, 팔정도八聖道에서도 정견이 첫 번째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 알아보는 분별력을 키우려면 우리는 외부, 특히 언론에서 주는 정보에 휩쓸리지 말아야 하며, 눈에 보이는 현상의 배후에서 작동하는 법칙을 알아보려고 해야 하고,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양면을 통합해서 보려고 해야 하며, 원인을 놓으면 그 귀결이 틀림없이 있다는 믿음을 갖춰야 하고, 한 사건만이 아니라 관련된 여러 사건을 연결해 볼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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