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와중에 기생과 희덕거리는 소설 「설국」(雪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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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와중에 기생과 희덕거리는 소설 「설국」(雪國)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8.03.02 18:1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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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첫 노벨 문학상 수상…사회문제 외면, 도덕성 논란 등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 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国境の長いトンネルを抜けると雪国であった. 夜の底が白くなった」と刻まれている. 信号所に汽車が止まった.」

 

소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일본 군마(群馬)현과 니가타(新潟)현의 경계를 잇는 시마즈(淸水) 터널을 지나 ‘눈의 나라’(雪國)에 도착했음을 표현한 이 첫문장은 너무나 유명하다. 배경은 니가타현 에치고(越後) 유자와(湯澤)온천이다.

 

▲ 유자와 온천의 설경 /일본 설국여행 홈페이지

 

일본소설가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가 1968년 일본 최초로 노밸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그 유명한 「설국」(雪國)이다.

소설의 유명함은 일찍이 들었지만, 읽지 못하다가 드디어 일독을 하게 되었다. 한번은 읽어 보아야지 하는 마음에 차분하게 페이지를 넘기면서 역시 일본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소설 첫문장에 나오는 시미즈 터널 /위키피디아

 

몇가지 의문점이 머리에 떠올랐다.

첫째, 1937년에 첫출간해 12년간의 수정작업을 거쳐 1948년에 완성했다는 소설은 격랑의 파도가 휩쓸려간 당대 일본의 역사과정이 흔적조차 없이 꾸며졌다는 점이다. 이 시기에 일본은 만주사변(1931년), 중일전쟁(1937년), 태평양전쟁(1941년)을 치르면서 젊은이들이 군대에 끌려가고 열도가 전쟁기지화되었을 때였는데, 소설엔 전혀 그런 냄새가 나지 않았다. 이 시대에 니가타의 눈속에 파묻혀 기생과 놀며 희덕거리는 어느 한량의 이야기다.

▲ 소설의 모델이 된 게이샤 /위키피디아

가와바타는 일본 최고학부인 동경제대 출신이다. 그 시대에 지식인들이 아파해야 할 세상의 고민을 그는 하지 않았다. 기생과 놀던 이야기로 세상을 등지려고 했던 것이다. 문학의 미명 하에.

남자 주인공 시마무라(島村)가 작가 가와바타였을 것이다. 도쿄(東京) 출신으로, 부모가 남겨준 재산으로 여행을 다니는 무위도식의 청년이 눈 덮힌 산골마을에 가서 게이샤와 연애놀음하는 얘기는 너무나 천연덕스럽다.

둘째, 한국적 관념으로 보면 너무나 부도덕하다. 도쿄에 아내를 두고 아이들까지 있는 유부남이 세 번이나 기생을 만나러 설국의 온천장을 찾아가는 것이 문학의 소재가 되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난봉꾼의 여자 관찰기다. 내면의 심리를 문학적으로 표현했다고 평론가들의 호평이 자자하지만, 이게 일본인들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루스 베네딕트는 「국화와 칼」에서 아름다움을 사랑하고 배우와 예술가를 존경하며 국화를 가꾸는데 신비로운 기술을 가진 게 일본인이라고 평가했다. 그들은 국화 뒤에 칼을 숨겨 놓았다. 칼을 감춘 일본인의 모습은 부드럽고 친절하며 섬세하다. 일본인의 전형적인 이중성이다. 가와바타의 「설국」은 일본인의 두 얼굴 가운데 칼을 거세한 단면을 그렸을 뿐이다.

 

▲ 일본판 ‘雪國’ 표지 /위키피디아

이런 근본적인 의문을 제거하고, 순수문학이라는 관점에서 「설국」은 좋은 평가를 받는다.

시마무라가 기생 고마코(駒子)에게 끌려 설국의 온천장을 3번이나 찾아 간다. 또다른 여인 요코(葉子)가 끼여들어 미묘한 삼각관계가 형성된다.

문장이 섬세하다. 사람의 마음을 읽는 표현 기법이 대단하다. 장편소설로는 좀 짧고, 단편소설로는 조금 길다.

 

소설은 마지막에 요코라는 여자가 죽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요코에서 시작돼 요코로 끝나지만, 여자주인공은 엄연하게 고마코다.

 

“몇 해 전인가. 시마무라가 이 온천장으로 고마코를 만나러 오는 기차 안에서 요코의 얼굴 한가운데 야산의 등불이 켜졌을 때의 모습을 문득 떠올리고, 시마무라는 다시 가슴이 떨렸다. 일시에 고마코와 함께 한 시간들이 환히 비쳐진 것 같았다. 뭔가 애절한 고통과 비애도 여기에 있었다.”

 

소설은 눈으로 시작해 불로 끝난다.

 

“정신없이 울부짖는 고마코에게 다가가려다, 시마무라는 고마코로부터 요코를 받아 안으려는 사내들에 떼밀려 휘청거렸다. 발에 힘을 주며 올려다 본 순간, 쏴아 하고 은하수가 사미무라 안으로 흘러드는 듯했다.”

 

작가 가와바타는 니가타현 유자와 온천에서 머물며 작품을 집필했다고 한다. 유자와 온천의 눈에 파묻힌 산골의 자연풍경, 그리고 눈 지방에서 찾아볼수 있는 독특한 서정적 분위기, 배경 등이 소설 속에 그대로 녹아 있다. 여자주인공 고마코는 가와바타가 온천에 머물 때의 게이샤 마쓰에이(松榮)를 모델로 했다고 한다.

일본 유자와 온천은 유명세를 탄 소설 「설국」을 마케팅의 소재로 삼고 있다.

(필자가 읽은 책은 유숙자씨가 번역한 2002년 민음사 간행판이다.)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

 

▲ 가와바타 야스나리(39세때) /위키피디아

1899년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어려서 부모와 조부모, 하나뿐인 누이와 사별했다. 1920년 동경제대 영국문학과에 입학한다. 졸업 후 신진작가 약 20명과 함께 「문예시대」를 창간했다. 「문예시대」는 일본문학계에 ‘신감각파’를 탄생시켰다.

대표작인 「설국」은 중편소설이며, 기고에서 완성까지 무려 12년의 세월이 걸린 작품이다. 발표 도중 「문예간담회 상」을 받았다. 시작은 1935년 「문예춘추」 1월호였고, 끝은 1947년 「소설신조」 10월호였다.

196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다. 1972년 3월 급성맹장염 수술을 받은 후 퇴원해 한달후인 4월 16일 그는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의 작품으로는 『이즈의 무희』, 『서정가』, 『금수(禽獸)』, 『천우학(千羽鶴』, 『산의 소리』, 『잠자는 미녀』, 『아름다움과 슬픔』, 『고도(古都)』등이 있다.

 

▲ 유자와 온천의 위치 /구글지도

 

▲ ‘설국’의 저자 가와바타의 자필이 적힌 시비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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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21-07-05 16:19:05
별 좆같은 비평이 다 있네요 그럴거면 걍 읽지마세요

최효준 2020-11-14 18:08:14
뭐이 그리 불만이 많으신가요? 자신도 노벨문학상을 받고서 위와 같은 글을 쓰면 더 좋았을 것이 아닌가 싶어서...............자중하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