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AI 반도체'는 왜 미래 반도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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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AI 반도체'는 왜 미래 반도체인가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3.30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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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 시장, 학습용→추론용으로 변모 중
3년 뒤 2배 급성장 전망…2026년 861억 달러
시스템 반도체 시장 확대 기회…설계기술 갖춰야
AI 반도체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바야흐로 '인공지능(AI)의 시대'다. 가전, 스마트 기기, 인터넷, 의료, 자율주행 등 산업과 생활 전반에서 AI의 활용폭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AI 없는 미래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다. AI 기술 확대와 함께 주목도가 증가하는 부문은 단연 반도체, 그 중 'AI 반도체'다. 기존 반도체 업계 강자를 비롯해 글로벌 빅테크 기업까지 앞다퉈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입하며 인수합병 등을 통해 AI 반도체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도체의 미래가 곧 AI 반도체라는 말까지 나온다.  

AI 반도체는 무엇

AI는 수 많은 데이터를 학습하고 이를 통해 추론한 결과를 도출한다. 학습 데이터를 단시간에 받아들이고 처리하기 위해서 필요한 게 AI 반도체다. AI 반도체는 대규모 연산을 초고속, 초전력으로 실행해 효율성 측면에서 특화된 비메모리 반도체로 AI의 핵심 두뇌 역할을 수행한다. AI 반도체는 이전 CPU(중앙처리장치)와 GPU(그래픽처리장치)의 영역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CPU와 GPU는 AI용으로 개발된 것이 아니다보니 비용이나 전력 소모 등에서 비효율이 발생한다. AI 반도체는 CPU나 GPU와 비교해 범용성은 다소 떨어지나 흔히 NPU(신경망처리장치)라 불리는 AI 딥러닝에 특화돼 있다. 

'학습용→추론용으로' 시장 변신 중 

업계 종사자의 설명을 종합하면 현재 AI에 사용하는 반도체 중 범용성이 높은 CPU나 GPU 시장은 기술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고, 최적화된 저전력, 고효율의 ASIC(애플리케이션 특성에 맞는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 제작된 주문형 반도체) 중심으로 성장 중이다. 향후 AI 반도체는 데이터 센터 등 고성능 서버에 활용 가능한 반도체를 비롯해 자동차, 스마트폰 등에 탑재되는 디바이스용으로 학습용에서 추론용으로 시장 비중이 확대될 전망이다. 초기 머신러닝 학습 목적은 '학습용'이었지만 장기적으론 학습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서비스를 구현하는 '추론용'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측이다. 

3년 뒤 2배 급성장 전망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AI 반도체 시장은 올해 343억 달러(약 44조5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이며 2026년에는 861억 달러(약 120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2030년에는 전체 시스템 반도체 시장의 31.3%를 점유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주요 기업들도 급성장하는 AI 반도체 시장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SK스퀘어·SK텔레콤·SK하이닉스 등에서 합작해 설립한 AI 반도체 기업 '사피온'은 올해 AI 반도체 '사피온 X330'을 출시한다. 사피온은 2020년 11월 국내 기업 최초로 AI 반도체 '사피온 X220'을 선보였다. X220은 추론에 최적화된 데이터센터 전용 제품이다. X330은 AI 모델 학습을 지원하고 자동차, 보안, 미디어 등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해진다. 

KT가 300억원을 투자한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은 최근 데이터센터용 시스템온칩(SoC) '아톰'을 내놨다. 자연어 처리, 이미지 검색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작업 범위의 효율화를 통해 엔비디아의 A100의 20% 수준으로 전력 소비량을 줄였다. 챗GPT는 A100을 1만개 사용한다. 

삼성전자는 네이버와 지난해 12월 AI 반도체 솔루션 개발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데이터 병목을 해결하고 전력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반도체 솔루션을 개발해 초거대 AI 시대에 대비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8일(현지시각) 미국서 열린 '멤콘 2023'에 참석해 프로세서와 메모리 간 병목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차세대 메모리 기술을 소개했다. 고성능 메모리에 연산 기능을 내장한 'HBM-PIM(지능형 메모리)',  연산 기능을 메모리 옆에 위치시킨 'PNM(프로세싱 니어 메모리), 시스템의 메모리 용량을 테라바이트(TB)급까지 확장할 수 있는 'CXL(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 D램' 등이다. 

업계 관계자는 "초거대 AI인 챗GPT가 활성화되면서 차세대 메모리 기술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면서 "자율주행과 휴먼 로봇, 음성인식, 메타버스 등 다양한 미래 기술이 융합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데이터 흐름이 복잡해지는데다 데이터 양이 폭증하고 있어 향후 AI 반도체의 주목도가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SK가 개발한 AI 반도체 '사페온'. 사진=연합뉴스

AI 반도체, 한국의 경쟁력은

업계에선 AI 반도체는 아직 초기 단계로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한국 반도체 산업을 시스템 반도체로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 반도체 업계의 장점으로 세계 최고의 반도체 제조 강국으로 신기술 선점에 유리한 환경을 갖추고 있으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꼽는다. 반면 약점으로는 AI 반도체는 고도의 기술력과 창의적 아이디어가 핵심으로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의 경쟁력은 아직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하 연구원)이 발표한 'AI 반도체 시장 동향 및 한국 경쟁력 분석' 자료를 종합하면 기회요인으론 인공지능 산업의 확대에 따른 AI 반도체 시장규모의 획기적 증가와 AI 반도체 시장의 용이한 신규 진입을 꼽았다. 위협요인은 글로벌 AI 반도체 선도기업의 과감한 인수합병 및 기술개발 투자를 통한 시장 점유 확대로 국내 기업의 해외 의존도 심화를 우려했다. 

혁신기술 선점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AI 반도체 후발국인 한국은 혁신적 차세대 기술을 창의적이고 선도적으로 도전 및 개발해 미래 신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연구원을 강조했다. 단기적으로 NPU 설계 기술을 확보하고, 장기적으로 AI 반도체의 혁신으로 부상하고 있는 뉴로모픽 기술에 선제적 투자가 필요하다. 

팹리스 역량 제고를 위해 AI 반도체의 핵심 경쟁력인 설계 역량 확보를 위해 고급인재 유치 및 육성이 중요하다. AI 반도체와 관련한 대학 교육을 강화하고 산·학·연 협력 연구개발과 수요기업-팹리스-파운드리의 가치사슬 구축이 필요하다. 또한 국내 수요기업(자동차, 가전, 클라우드 등)의 제품 및 서비스 개발에 최적화된 AI 반도체를 설계·개발 및 제조하는 가치사슬 및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연구원은 강조했다. 

한편 글로벌 반도체 기업과 IT 기업들은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데이터센터용 시장의 경우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IBM, 구글 등 엔비디아와 협업하고 있다. AI 반도체인 엣지 디바이스용 AI 반도체는 스마트폰과 자율주행차에 적용되는 구글, 퀄컴, 테슬라 등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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