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서울 시내서 만나는 일제의 흔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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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 서울 시내서 만나는 일제의 흔적들
  • 김현민
  • 승인 2018.03.01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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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본점 정초석, 지명 등…무심코 지나기 쉬운 잔재

 

3·1운동의 불길이 붙은지 올해로 99년이 지났다. 정부는 99주년 3·1운동 기념식을 일제가 독립운동가를 투옥하고 고문했던 서대문형무소에서 거행했다.

나라를 되찾으려는 운동이 시작된지 10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지만, 서울 시내를 다니다보면 일제의 잔재가 곳곳에 남아있다.

 

우선 서울시내 중심가를 돌아보자.

한국은행 본점 정문 앞 한켠에 '정초'(定礎)라고 쓴 머릿돌이 있다. 1909년 건물의 기초를 닦고 이를 기념해 설치한 돌이다. 이 휘호는 안중근(安重根) 의사에 의해 사살된 일제의 초대 조선통감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의 글씨다. 나중에 이토의 이름을 지우고 조선의 마지막 임금 순종의 연호가 새겨졌지만 이토가 쓴 '정초'라는 글자는 100년 넘게 그대로 남아있다.

1923년에 세워진 서울역에는 3·1운동 직후 제3대 조선 총독으로 부임한 사이토 마코토(齋藤實)의 글씨가 남아있다. 비슷한 시기에 건립된 서울시립미술관 건물에도 총독의 이름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 한국은행 정초석 /사진=김현민

 

남대문로에는 혹독한 일제강점 36년의 역사가 많이 남아 있다. 남대문로는 운종가(雲從街)라 불리던 종로길과 고무래정(丁)로 연결되어 조선시대에는 수많은 시전들이 열렸고, 길의 끝쪽에 있는 숭례문을 지나기 위해 사람들의 통행이 빈번하여 물산과 인파들이 홍수처럼 다니던 곳이다. 일제는 그 거리를 자기네 거리로 바꾸었다.

그 중심에 위치한 것이 지금의 한국은행이다. 당시엔 조선은행이었다. 조선은행 앞 광장은 센긴마에히로바(鮮銀前廣場)라고 해서 번화의 중심이었다. 본정통(本町通)이라 불리던 진고개(충무로) 길이 내려오고 조선의 중심로인 남대문로와 만나는 교차점이었다. 이 광장 앞으로는 숭례문을 출발한 전차가 지나갔는데, 멀리 남산 중턱의 조선신궁을 향해 승객들이 모두 일어나 차장의 구호에 따라 절을 했다.

한국은행 맞은편에 있는 신세계백화점은 지금의 시청 자리로 옮기기 앞서 경성부청(옛 서울시청)이 있던 자리다. 그 곳에 조선 최초, 최고의 백화점 미츠코시(三越)가 1930년 경성출장소 형태로 들어왔다. 영화 「암살」의 주요배경이 되었던 곳이다. 영화속 주인공 김윤옥(전지현 분)은 나선형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 가는데, 그 계단이 일제 때 만들어 진 것이다. 백화점의 옥상은 천재시인 이상이 날개 돋기를 염원하며 “날자꾸나! 날자꾸나!”를 외치던 곳이다.

그 옆의 SC제일은행은 조선저축은행 건물이다. 서민금융을 표방했지만 수많은 조선 민중의 고혈을 짰던 곳.

길 건너면 명동이다. 일제 강점기에는 명치정(明治町)으로 불리웠다. 조선시대에 명례방(明禮坊)이라 불리던 곳을 일왕 메이지(明治)의 이름을 가져다 붙였다. 롯데백화점 영플라자는 정자옥(나고야백화점) 자리이다. 지금의 중앙우체국은 경성우편국자리이니 조선은행과 미츠코시백화점과 삼각지대를 이루며 식민지 조선의 중심광장이었다.

명동길을 따라 가다 을지로 입구가 나온다. 구릿빛 진흙이 많은 땅, 조선시대에는 구리개라고 했다. 이를 일제 강점기에는 한자로 바꾸어 황금정(黃金町)이라 했다. 지금은 을지문덕 장군의 이름을 따라 을지로라 바꾸었다.

르네상스풍의 한국전력 사옥은 경성전기가 있던 곳이다. 지금은 하나은행이 된 외환은행 사옥이 보이는데 그 앞에 나석주(羅錫疇) 열사 동상이 있다. 이 자리가 과거 식민지 경제수탈의 중심지인 동양척식주식회사가 있던 곳이다. 1926년 나 열사는 롯데백화점자리에 있던 조선식산은행에 수류탄 1발을 투척하고 길을 가로질러 대각선 방향의 동양척식주식회사에 잠입, 권총으로 근무중인 일본인을 사살하고 수류탄을 던졌으나 불발되었고 일본 경찰과 시가전을 치루던 중 남은 한 발로 자결했다.

 

▲ 나석주 열사 동상 /국가보훈처 블로그

 

일상에 젖어 바삐 살다보면 우리 가까이에 있는 역사의 교훈을 잊기 쉽다. 내년은 3·1운동 100주년이다. 서울 시내를 걸으면서도 일제의 흔적을 다시 보면서 역사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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