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발견] 2.1. 봄dassana 앎ñāṇ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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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발견] 2.1. 봄dassana 앎ñāṇa
  • 주우(宙宇)
  • 승인 2018.03.0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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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을 보고서 아는 과정⦶이 있고, 알고 보는 과정⦷이 있다.

⦶과정은 대상을 통해 주체의 모습을 반영해주는 연기된 현상을 보고서 주체의 존재상태ārammaṇa를 아는 것이고, ⦷과정은 주체가 앎을 어느 정도 얻었을 때 그 앎을 제대로 입증하고 체득해서 체화하도록 있는 그대로 보는 기회가 제공되는 것이다.

연기된 현상을 ‘보고 아는’ 적중법的中法인 연기緣起를 통해 정견을 얻음으로써 수행인은 적중로的中路인 팔정도를 걷기 시작한다. 정견을 현실에서 실천하고 정정진正精進, 정념正念을 거쳐서 바른 삼매samādhi三昧를 통해서 안목cakkhu眼과 앎ñāṇa知을 갖춤으로써 이제는 어떤 현상이 벌어질지를 ‘알고 볼’ 수 있는 반야를 갖추게 된다.

알고 보려면 먼저 자신이 구성한 현상을 보고 아는 과정을 제대로 밟음으로써 자신이 현실을 구성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믿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테면 수학에서 먼저 기초가 되는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고, 실제에 적용하도록 공식을 암기하며, 실전을 대비해서 기본 문제를 풀어보면서 훈련하는 기초를 닦아야 한다. 먼저 정견正見의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고, (외부 목소리가 있어야 하나 외부를 조건으로 하지 않는다는) 공식을 암기하며, 기본 문제를 풀어보면서 수행의 기초를 닦아야 한다. 이 과정을 밟아야만 담마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알고 보려’ 하면 아직 정견正見조차 시작해보지 못한 분들은 그림의 떡이 되기 쉬우나 미리 앎의 상태를 맛보는 방법이 있다. 만일 알고 보려면 자신이 지닌 개념의 비슷한 실례를 찾아내서 적용하는 방법이 유력하다. 이를테면 ‘죽음’에 대한 앎을 얻으려고 육체적 죽음 대신 ‘정신적 자살’의 실례를 자신에게 적용하거나, 가상으로 유서를 쓰고 관에 들어가 보는 체험을 해보는 것도 도움된다. 이렇게 적용해보면 알고 가는 죽음이 두렵지 않게 된다.

알다시피 우리는 ‘보는 그대로 믿는 것이 아니라 믿는 대로 본다’고 한다. 물론 ‘우연히 벌어지는 것은 없다’는 점에 대한 믿음saddhā이 없으면 매사 우연히 벌어지는 것을 증명해주는 사건이 주로 벌어질 것이다. 믿음 없음이 자성예언처럼 결국 자신에게 전혀 믿음을 주지 않는 현실을 만들어낸다는 뜻이다.

이를테면 가을이 ‘오리라고 믿는 이’와 ‘온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다르듯이 번지점프대 위에서 낙하준비를 하면서 떨어져도 안전하리라고 믿는 이와 안전함을 아는 사람은 다르다. 불신이 있어서 결과에 대해 걱정하는 ‘믿음’과 설사 줄이 끊어지더라도 안전하다고 확신하는 상태인 ‘앎’은 다르다. 이런 점에서 앎이란 ‘절대 믿음’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우주가 우연히 벌어지게 하는 것은 없다’고 체험으로 알므로 상반된 현상이 벌어져도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 제대로 치료한다면 병이 악화하는 듯한 호전好轉현상으로 보고서 오히려 기뻐한다. 자신에게 가장 적절한 귀결이 오리라는 것을 알므로 특정 현상을 기대하지 않는다.

신神을 믿는 이는 신이 자신의 특정 소망을 들어주리라고 기대하나, 신을 아는 사람은 자신이 아직 소망을 이룰 자격을 갖추지 못한 점을 성찰한다. 붓다를 믿는 이들은 붓다에게 의존하거나 붓다의 가피加被에 집착하나, 붓다를 아는 사람은 자신이 아직 결과를 이뤄낼 정도로 담마를 행하지 않은 점을 되새길 뿐이다.

가을이 오리라고 기대하거나 믿지 않고 그냥 알듯이 절대 상태인 앎ñāṇa은 일련의 사건들이 벌어지면 틀림없이 자신에게 교훈을 주려는 특정 메시지가 들어있음을 확신하는 존재상태다. 바로 칠각지bojjhangā覺支가 ‘앎과 봄’을 갖추게 한다.

 

연기緣起 과정과 인식認識 과정은 비슷한 점이 있는 듯이 보이나 사실 다른 메커니즘이다. 즉 연기되는 현상이 벌어지는 과정마다 주체는 대상이나 현상을 인식하고서 정로正路나 오로誤路를 선택할 기회를 맞이한다. 눈앞에 펼쳐진 연기된 현상을 무명상태에서도 (비록 무의식적일지라도) 인식하고, 위爲 상태에서도 인식하며, 식識 상태에서도, 명색名色~~노사老死에서도 언제나 인식할 기회를 맞이한다. 이런 점에서 연기의 과정 그리고 연기된 각각의 현상에 대한 인식과정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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