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등정②…천지에 올라 세상을 내려다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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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등정②…천지에 올라 세상을 내려다 보다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8.02.2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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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상 최대 분화가 만들어 낸 하늘 연못…해란강 들러

 

천지(天池). ‘하늘 연못’이란 뜻이다.

가이더의 말대로 우리는 천운(天運)을 받았다. 그는 이렇게 맑은 날이 1년중 며칠 없다고 했다. 하늘도 푸르고, 천지도 푸르렀다. 저 건너 북한 땅이다. 장군봉이 보인다.

면적 9.17㎢, 둘레 14.4km, 최대너비 3.6km, 평균 깊이 213.3m, 최대 깊이 384m, 수면 고도는 2,257m이다.

해발 2,000m 이상 높은 곳에 이런 거대한 호수가 있다는 것이 경이로웠다. 그야말로 하늘이 주신 선물이다. 천지는 또다른 말로 용왕담(龍王潭)이라고도 한다. 용왕이 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백두산 천지. 오른쪽 하단에 보이는 물줄기가 달문이다. /사진=김인영

 

천지는 칼데라(Caldera)호다. 대규모 화산이 폭발해서 둥그런 산맥을 형성하고, 그 안에 물이 고인 것이다. 우리나라 유일의 칼데라 호수라 한다.

저 큰 호수가 만들어지려면 화산의 폭발력은 얼마나 컸을까. 백두산 분화는 946년에 발생했다. 화산폭발지수 7에 달하는, 인류 역사에서 가장 강력했다고 한다. 세기말에 불을 뿜었기에 밀레니엄 분화라는 말도 있다. 946년의 10월에서 12월 사이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분화로 45 메가톤의 황이 분출되었다고 한다. 화산재와 화산가스 기둥이 대기 상층에 25km 이상 치솟았고, 주변에 100㎦ 이상의 화산재를 배출했다고 한다. 일본의 홋카이도와 혼슈 북부에 5~10cm 두께로 퇴적된 백두산 화산재 지층을 남겼다. 그린란드 빙하 속에서도 백두산 화산재의 유리조각이 발견되었다.

고려 정종 원년(946년)에 ‘이 해 천고(天鼓)가 울리므로 사면령을 내렸다’는 기록이 있고, 일본 사서인 흥복사연대기에 천경 9년(946년) ‘밤에 하얀 화산재가 눈과 같이 내렸다’라고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발해 멸망이 백두산 분화 때문이란 주장도 있다. 발해 멸망은 926년으로, 20년이나 차이를 보이고 있다.

 

▲ 물가에서 보는 천지 /사진=김인영

 

천지 둘레에는 장군봉(將軍峰)을 비롯해 화구벽 오봉(火口壁五峰)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다. 호반 일대에 약간의 평탄한 땅이 있다. 달문을 지나 우리가 서 있는 곳이다.

 

▲ 달문을 흐르는 물줄기 /사진=김인영

 

중국인들이 네스호 괴물을 세워 놓았다. 천지에 그런 괴물이 살고 있다는 루머성 정보를 근거로 만든 것인데, 유치하기 짝이 없다. 이 신령스런 호수에 엉뚱하게 괴물 구조물을 만들어 놓다니, 중국인들의 미적 감각이 수준 이하다.

 

▲ 중국인들이 볼품 없이 만들어 놓은 네스 괴물 /사진=김인영

 

여름에는 사슴·곰 등의 짐승이 물을 마시기 위해 이곳에 모여든다. 호수의 수온은 10℃ 내외이고 식물성 부유생물·작은 곤충류·물속 이끼류가 살고 있다. 어류나 파충류는 서식하지 않는다.

 

▲ 천지의 물이 흐르는 길 /구글지도

 

호수 북쪽의 한 곳이 터져서 물이 흘러나가는데, 그곳이 우리가 지나왔던 달문(闥門)이다. 이 물줄기는 북쪽으로 가파르게 내려가다가 장백폭포를 이루고, 쑹화강[松花江]으로 유입된다. 그후 중국과 러시아를 가르는 아무르강(흑룡강)과 만나 연해주를 지나 사할린섬 맞은편 태평양 해안에 도착한다.

 

▲ 화산벽 타기 /사진=김인영

 

우리는 다시 천문봉으로 올라갔다. 화구벽을 타고 30분쯤 올라가야 한다. 1천여년 전에 불탄 돌들이 화구벽에 여기저기 굴러다닌다. 그 틈을 비집고 우리는 올라갔다. 능선을 밟고 오른쪽엔 천지를, 왼쪽엔 우리가 올라왔던 길을 내려다 보았다. 저 멀리 만주의 넓디 넓은 평원이 보인다.

 

▲ 능선에서 우리가 등반한 곳을 내려다 보다 /사진=김인영
▲ 천문봉으로 향하는 능선길 /사진=김인영

 

천문봉(天文峰)은 해발 2,622.2m로, 최고봉인 장군봉보다 100여m 낮다. 버스로 백두산을 관광하는 사람들은 천문봉 아래 주차장에 내려 50m쯤 걸어오르면 천지를 만나게 된다.

천문봉에서 우리는 다시 천지를 내려다 보았다. 물가에서 보는 천지와 위에서 내려다보는 천지는 달랐다.

 

▲ 천문봉에서 본 천지 /사진=김인영

 

천지는 주변에 여러 봉우리가 병풍처럼 둘러 싸고 있다. 2,500m 이상 봉우리가 16개나 된다고 한다. 향도봉(2,712m), 쌍무지개봉(2,626m), 청석봉(2,662m), 백운봉(2,691m), 차일봉(2,596m) 등이 있다. 여기서 한반도로 마천령(摩天嶺山脈)이 흐르고, 백두대간을 형성한다.

 

▲ 천문봉 아래에 주차장과 기상관측소 /사진=김인영

 

내려갈 때엔 버스를 이용했다.

그리고 한군데 더 들렸는데, 해란강(海蘭江)이다. 강원도의 조그마한 내와 다를 게 없다. 한국사람들이 백두산 관광을 와서 해란강을 꼭 들르는 이유는 가곡 ‘선구자’ 때문이다.

하란강은 연변(延邊) 조선족자치주 용정(龍井) 부근을 흐르는 두만강의 지류다. ‘선구자’ 가사에 나오는 일송정은 용정 시내에서 4km 정도 떨어진 비암산의 낮은 언덕 위에 있었다고 한다. 본래 일송정에는 정자 모양을 한 수려한 자태의 소나무가 있어 그 이름이 붙었으나, 이곳이 민족정신을 고양시키는 곳이라 하여 일제가 나무에 약을 투여해 고사시켰다고 한다. 지독한 인종이다.

우리는 다음 일정 때문에 용정은 들르지 못했다.

해란강 강가에서 우리는 선구자 노래를 한곡조 불렀다. 노래라도 불러야 시원할 것 같았다.

 

▲ 해란강 /사진=김인영

 

일송정 푸른솔은 늙어 늙어 갔어도/ 한줄기 해란강은 천년두고 흐른다/ 지난날 강가에서 말 달리던 선구자/ 지금은 어느곳에 거친꿈이 깊었나

용두레 우물가에 밤새소리 들릴 때/ 뜻깊은 용문교에 달빛고이 비친다/ 이역하늘 바라보며 활을 쏘던 선구자/ 지금은 어느곳에 거친꿈이 깊었나

용주사 저녁종이 비암산에 울릴 때/ 사나이 굳은마음 길이새겨 두었네/ 조국을 찾겠노라 맹세하던 선구자/ 지금은 어느곳에 거친 꿈이 깊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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