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칼럼] 윤석열-이재명 합의 없이 불가능한 ‘선거법’ 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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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칼럼] 윤석열-이재명 합의 없이 불가능한 ‘선거법’ 개정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 승인 2023.03.27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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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내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선거법 개정 논의가 한창이다. 그렇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담판이나 합의 없이는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선거법 개정의 출발은 '이대로는 안된다'는 유권자들의 절망과 분노로부터 출발했다. 첫째는 ‘국민들의 실망과 좌절’이다. 국민들의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하는 현재의 정당 즉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그 외 정당의 당리당략적 태도와 진영 간 대결로 싸움판이 되어버린 국회에 대해 유권자들의 적개심이 극에 치닫는 상황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정당에서도 그리고 국회에서도 유권자들의 이런 심리 상태를 모를 리 없다.

두 번째로는 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너무나 오랫동안 선거 제도가 ‘시대적 변화와 국민적 요구를 담아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계속해서 국회의원 숫자는 약 300여 명이고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대략적으로 약 50여 명이다. 21대 국회는 47명이다. 비례대표의 역할과 존재에 대해서도 의문은 더욱 커지는 추세다. 유권자들의 불만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는 이유는 낡은 제도에 대한 불만족이다. 30년이 넘도록 근본적으로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선거 제도는 수술을 회피한 채 심각해진 병을 숨기는데 급급해 왔다.

마지막으로 더욱 효율적인 ‘국회의원 선출 제도에 대한 고민’이다. 한 지역구에서 한 명을 선출하는 방식보다 더 확대된 지역구에서 2~3명을 선발하는 중대선거구제를 검토하고 있는데 사실상 물 건너가고 있다. 입법화를 통해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 적용시키려면 4월 초까지 법안이 통과되어야 하는데 감당 안되는 불감당 상태다.

국회에 대한 국민의 뿌리깊은 불신

정치권의 동향은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지 미지수인 가운데 동분서주하는 행태라면 국민 여론은 어떤 상태일까.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지난 21~23일 실시한 조사(전국1001명 유선포함 무선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8.4%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선거구 조정이나 비례대표를 확대하기 위해 국회의원 정수를 늘려도 되는지’ 물어보았다.

‘늘려도 된다’는 선거제도 조정기구와 같은 방향의 응답은 고작 9%에 그쳤다. 오히려 지금 숫자보다 더 줄여야 한다는 의견은 57%로 압도적이었다. 국회의 선거제도 조정기구에서 나오는 330명 또는 350명 확대안과 정반대로 국민들은 270명이든 280명이든 국회의원 정수를 더 줄이기를 바라고 있다. 바로 국회와 정당에 대한 대실망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국회의원들이 받는 세수 총예산을 동결한다면 의원 수를 늘려도 되는지 여부를 물어보았다. 세수 총예산을 동결하는 것이므로 국회의원 숫자가 더 늘어나더라도 한 명이 받는 국회의원 급여는 더 줄어들게 되는 구조다.

의원 숫자 확대에 긍정적인 국민들의 답변이 나왔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기존 국회의원 세수 총예산을 동결하더라도 국회의원 숫자를 늘려서는 안된다는 답변이 71%로 압도적이었다. 그러니까 국회와 정당의 역할에 실망한 국민 여론은 국회의원들이 받는 돈과 상관없이 더 늘려서는 안되고 오히려 그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21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선거제 개편방향과 전원위원회 운영계획' 정책설명회에서 선거제 개편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김진표 국회의장이 21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선거제 개편방향과 전원위원회 운영계획' 정책설명회에서 선거제 개편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표 국회의장이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선거제 개편방향과 전원위원회 운영계획' 정책설명회에서 선거제 개편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의원 숫자와 함께 가장 많이 논의되는 선거 제도 주제가 ‘선거구제의 개편 여부’다. 즉 지금처럼 지역구마다 한 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방식일지 아니면 더 확대된 지역구에서 2~3명을 선발하는 중대선거구제도로 전환할지 여부다.

대체로 중대선거구제를 선호하는 이유는 진영 간 대결에서 후보자의 능력보다는 이념적 선택에 매몰된다는 비판 의식과 실제로 낙선하는 2위 후보자와 당선자의 표가 별로 차이나지 않는다는 대표성의 문제도 담겨 있다.

과연 국민들은 소선구제와 중대선거구제 중 어떤 제도를 더 선호할까. 한국갤럽 조사에서 ‘현행 소선거구제와 중대선거구제 중 어느 쪽을 더 선호하는지’ 물어보았다. 소선거구제를 선호한다는 의견은 52%, 중대선거구제를 선택한 답변은 32%로 나타났다. 소선구제를 선택한다는 응답이 20%포인트 더 높았다. 보수와 진보 그리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두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첨예하게 나타나게 되는 배경이다.

낡은 선거제도 이대로 괜찮은가

국회의원 정수와 선거구제 개편에 대한 국민 여론을 분석해 보면 철저하게 그 배경에 깔려 있는 정서는 국회에 대해 깊게 드리워진 불만과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낡아 빠진 제도를 손 봐야 하는 절체절명의 중대 시기이지만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는 일은 전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고 중대선거구제 개편마저 기득권 정치인들의 욕심으로 치부되고 있는 실정이다.

선거법 개정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데다 국민들의 마음마저 얻어 내지 못한 국회와 정당의 처지라 선뜻 성사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그렇다고 시대에 뒤떨어지고 유권자들이 요구하는 서비스에 부응하지 못하는 구닥다리 제도를 그대로 방치할 수도 없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결연한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주된 관심은 대통령 지지율과 국정 리더십이다. 한국교육개발원·국가경영전략연구원·한길리서치에서 근무하고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을 거친 여론조사 전문가다. 현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을 맡아 리서치뿐 아니라 빅데이터·유튜브까지 업무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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