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윤경림 사의'...'외풍에 취약' 불안한 지배구조 한계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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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윤경림 사의'...'외풍에 취약' 불안한 지배구조 한계 드러내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3.24 1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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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림 대표 후보 사의 표명
여권 압박·검찰 수사 등 부담
KT 지배구조 외풍 한계 드러내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윤경림 KT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이 KT 대표이사 후보에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 사퇴가 공식화할 경우 KT는 차기 대표이사 후보가 세 번이나 확정됐지만 번번히 번복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하게 된다. 동시에 수장 없는 경영 공백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복수의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윤 사장은 지난 22일 KT 이사회 조찬 간담회에서 사의 의사를 전달했다. 지난 7일 최종 후보로 선임된 지 15일 만이다. 윤 후보는 "내가 버티면 KT가 힘들어질 것"이라며 대표이사 최종 후보를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진은 윤 사장이 마음을 돌리도록 설득했지만 윤 사장의 결심은 굳건했다는 전언이다. KT는 "공식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윤경림 KT 대표이사 최종 후보가 사의를 표명했다. 사진=연합뉴스

윤 사장 사의 표명 배경은

윤 사장이 대표이사 최종 후보에서 사퇴를 결심한 데는 여권의 압박과 검찰 수사 등에 대한 부담이 컸다는 게 업계 안팎의 공통된 시각이다. 윤 사장은 선임 직후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요청하고 대표이사로 선임되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는 등 지배구조 개선 등에 강한 의지를 내비췄다. 

대외적인 반응도 호의적이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와 글래스루이스, 국내의결권 자문사 한국ESG평가원과 한국ESG연구소도 윤 호부의 대표 선임 찬성을 권고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불어온 '외풍(外風)'이 윤 사장을 흔들었다. 여권에선 구현모 현 대표와 윤 사장을 비롯한 KT 현직 사내외 이사진을 '이익 카르텔'이라고 몰아부치며 차기 경영진 후보 인선에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또 구 대표의 '아바타'라고 윤 사장을 표현하기도 했다. 여기에 검찰 수사도 부담이었다. 시민단체 '정의로운 사람들'은 구 대표와 윤 사장을 배임 등 혐의로 고발했고,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KT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과 2대 주주인 현대차그룹이 윤 대표 선임에 사실상 반대하는 상황도 윤 사장을 압박했다. 주총을 통과한다고 해도 여권의 비판 기류 속에 정부 및 여당과 불편한 관계를 지속해야 하는 만큼 규제산업인 통신업을 제대로 이끌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영 공백 불가피

윤 후보가 사퇴하면서 KT는 대표이사 없이 4월을 맞이하게 된다. 구 대표의 임기는 이달 말 끝난다. 오는 31일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선임과 사내이사 선임 건은 제외됐다. 새 대표를 선임하려면 물리적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통신업계는 급변하고 있다. 챗GPT 등으로 촉발된 인공지능(AI) 고도화 경쟁 및 디지털인프라서비스 구축 등 갈길이 바쁘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KT는 올해의 4분의 1일 대표 선임 문제로 허공에 날렸다. 

'외풍' 논란도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두 차례 구 대표 연임이 국민연금을 비롯한 여권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어 이사회가 공개 경선 방식으로 선임한 윤 사장마저도 중도 낙마할 가능성이 매우 커진 상황에서 KT는 내우외환의 위기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KT정관은 대표이사 유고 시 직제규정이 정하는 순서에 따른 사내이사가 그 직무를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KT 사내이사는 구 대표와 윤 후보 두 명이다. 이들의 임기는 이달 말 정기 주총까지다. 

이번 주총 안건엔 서창석 KT 네트워크부문 네트워크부문장(부사장)과 송경민 경영안정화 TF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이 포함됐다. 만약 주총에서 이들이 사내이사로 선임되지 못하면 정관에 따라 직제규정이 정하는 순으로 대표이사 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일각에선 KT가 하루라도 경영 공백을 줄이기 위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어떤 경우건 KT는 1981년 창립 이후 최초의 대표 공백 사태를 맞이하는 건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KT의 이사회 중심 경영이 운영 측면에서 외풍에 취약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외풍'에 취약한 이사회 중심 경영

사상 초유의 대표 공백 우려 속에 KT의 부실한 지배구조가 다시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KT는 현재 이사회 중심 경영 형식을 채택하고 있지만 이번 사례와 마찬가지로 외풍에 취약한 구조다. 

KL는 2002년 대표이사외 이사회 의장 역할을 분리해 기업 경영에 있어 객관성과 독립적 지배체제를 확립했다. 이어 2007년에는 'KT 기업 지배구조 헌장'을 제정·선포하고 전 사적인 투명경영을 추진해왔다. 

이사회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서도 노력했다. 이사회 구성을 보면 사외이사 8명(현재 이강철 이사 사임으로 7명)으로 80%를 차지한다.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 중 이사회 결의로 선임되며 임기는 1년이다. 

사외이사의 경우 이사회 다양성과 직무적 연관성 등을 고려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주총에 추천한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엔 사외이사 전원과 사내이사 1명이 참여한다. 후보 조사 전문기관도 참여하는 등 다양한 분야의 최고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영입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럼에도 KT는 정권 교체기마다 외풍에 흔들렸다. 이유는 옛 정권의 흔적들이 남아서다. 

현재 KT 이사진의 면모를 보면 강충구 이사회 의장을 필두로 ▲이강철(사임) ▲김대유 ▲유희열 ▲표현명 ▲여은정 ▲김용헌 ▲벤자민 홍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중 가장 오래 이사진에 자리한 이강철, 김대유(2018년 3월 취임), 유희열(2019년 3월 취임) 이사는 공교롭게도 모두 과거 정권과 인연이 깊다. 

이강철 이사는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을 거쳐 대통령 정무특별보조관으로 일했다. '노무현의 왕특보'로 불리기도 했다. 김대유 이사 역시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정책수석과 통계청장을 지냈다. 이들은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2018년 3월 KT 이사진에 자리했다. 당시 '코드 인사'라는 비판이 따라붙기도 했다. 유희열 이사는 김대중 정부에서 과학기술부 차관을 지냈고, 노무현 정부 시절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을 지냈다. 2017년 문재인 캠프에 몸담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여권이 구현모 대표의 연임을 '깜깜이'·'셀프 인선'으로 몰아세운 배경에 친노·친문 인사 3명이나 포진한 이사회에 대한 불만이 작용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정권 친화적 인사 선임은 '양날의 칼'이라고 강조한다. 정권 교체 후 새 정부의 KT 지배구조 개입 명분이 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외부 인사에 문호를 개방한 KT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외풍의 빌미가 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번 대표이사 후보 공개모집 과정에서도 정권과 인연이 닿는 정치권 출신 인사들이 대표이사 후보로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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