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칼럼] 바보야, MZ세대는 주 69시간 아닌 주 4일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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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칼럼] 바보야, MZ세대는 주 69시간 아닌 주 4일제야!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 승인 2023.03.20 17:3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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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근로시간 주 69시간제가 된서리를 맞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하고 난 이후 MZ세대를 비롯한 거의 모든 직장인들이 들끓고 있다.

현실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정부가 6일 입법 예고한 근로시간 개편 안은 언뜻 새로운 방향의 노동 개혁처럼 들린다. 주 평균 69시간이 아닌 주 최대 69시간이므로 바쁠 땐 최대 시간까지 일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은 시기에 휴가를 몰아서 갈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바로 상식적인 현실의 벽에 부딪친다. 하루에 10시간씩 주 6일을 일해야 60시간인데 이보다 최대로 일을 더 많이 한다는 것은 과로에 준하는 업무 시간을 의미한다. 게다가 일 년에 20일 이상을 몰아서 휴가를 다녀올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하는데 실제로 그럴 수 있는 회사가 몇이나 될까. 현실 감각이 없어도 너무 없다.

이렇게 현실 감각이 없어서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더 큰 현실 착오를 일으켰다. 근로시간제 개편안을 포함한 입법 예고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MZ세대들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장 나와라. 이대로라면 일 못하겠다’라며 당당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칠 수 있는 세대이므로 휴가를 가고 싶을 때 가거나 근로 시간을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주장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보았다.

천만의 말씀이다. 부당한 노동 요구에 저항할 수 있을지 몰라도 회사 내의 업무와 휴가는 다른 직장 동료와 다 연관되어 있는 일이다. 그런데다 실제로 직장에서 시도 때도 없이 MZ세대 직원들이 부서장이나 임원들에게 자기 요구를 마음껏 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될까. 현실적으로 많지 않다. 이정식 장관은 노동계 출신이면서 이런 현실을 몰랐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2030 MZ세대들은 본인들이 적응하지 못하는 직장 생활에 힘들어 하면서 ‘조용한 사직’을 선택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MZ세대를 모르면서 아는 척 하는 것이야말로 위험천만한 일이다. 

69시간제에 대한 국민 여론은 싸늘하다 못해 얼어붙었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지난 14~16일 실시한 조사(전국1003명 유선포함 무선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9%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정부는 근로시간 관리 기준을 주간에서 월간/분기/반기/연간 등으로 확장하는 개편안을 내놓았습니다. 해당 기간 평균 일하는 시간은 주당 52시간으로 제한하되 특정 주에는 최대 69시간까지 일하게 있게 하는 안입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바쁠 때 몰아서 일하고 길게 쉴 수 있어 찬성’이라는 의견이 36%, ‘불규칙 장시간 노동, 삶의 질 저하 우려되어 반대’라는 응답이 56%로 반대 답변이 20%포인트나 더 높았다. MZ세대와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높은데 20대(만18세 이상)는 반대 59%, 30대와 40대는 반대 의견이 각각 67%, 68%로 압도적으로 더 높았다. 사무직 근로자인 화이트칼라는 정부의 근로시간제 개편안에 대한 반대 의견이 68%로 나타났다. 70대 이상은 69시간 근로시간 변경안에 대한 찬성 의견이 오차 범위 내 더 높았다.

국민 여론은 한마디로 69시간 근로제도가 ‘생뚱맞다’는 반응이다. 그렇다면 이런 여론을 몰랐을까. 왜 이런 충돌을 야기하며 전개되는 것일까.

한국노총을 비롯한 노동계 인사들이 지난 1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주69시간 노동시간 개편안 폐기 촉구 긴급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숙한 정책이 문제의 발단

첫째로 ‘미숙한 정책 출발 지점’에 기인한다. 기본 노동 시간을 재설정하는 접근이 문재인 정부 정책의 폐기와 연관되어서는 곤란하다. 문재인 정부의 ‘주 52시간 제도’에 대한 불편한 시선에만 집중되어서는 안된다. 객관적으로 다른 선진국가들과 비교할 때 우리의 기존 근로 시간이 합리적인지 따져보아야 한다. 이론적 검토와 현장의 경청을 통해 부족한 지점을 보완하고 우리 산업 구조와 취업자 구조에 맞는 시간표를 구성하면 될 일이다. 

두 번째로 ‘충분한 숙의 및 경청 과정’을 가져야 한다. 지난 해 7월말 빚어졌던 ‘만 5세 취학 연령’ 정책도 유아 학부모들의 집결 사이트인 ‘맘카페’ 등에서 반대하는 여론이 불거졌음에도 불구하고 신속하게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 결과 부정 여론이 치솟았고 결국 담당 장관은 물러나고 말았다. 근로 시간제에 대한 보고서가 발표되기도 했다는데 어쩐 일인지 최종 발표에 반영되지 않았다. 

마지막 ‘메시지 전달의 어수룩함’이다. 정부의 근로 개혁안을 보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필수적인 개념이 없지 않다. 특정한 주의 경우에 6일 동안 최대 69시간 제도인데 마치 매주 69시간씩 일을 해야 하는 것으로 이해되는 점도 있다. 덧붙여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게임업계 120시간’ 등 발언 사례들이 잘못 전달되어 오해를 사는 부분 또한 적지 않다.

1992년 미국 아칸소주 주지사 출신에서 일약 민주당 대선 후보로 혜성처럼 등장해 대통령 자리에 오른 빌 클린턴은 대선 판세를 좌우하는 슬로건으로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Stupid, it's Economy.)’를 꺼내들었다.

민심 파악이다. 근로 시간제와 관련해 지금 꺼내 들어야 할 카드라면 ‘바보야 주 69시간 아닌 주 4일제야!’라고 외쳐야 한다.

 

●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주된 관심은 대통령 지지율과 국정 리더십이다. 한국교육개발원·국가경영전략연구원·한길리서치에서 근무하고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을 거친 여론조사 전문가다. 현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을 맡아 리서치뿐 아니라 빅데이터·유튜브까지 업무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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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 2023-03-24 23:28:52
진보 세월호 천안함 서해교전 이태원참사 음모론...... 보수
깨시;김어준 주진우 김용민 가세연

근로시간 2023-03-24 23:32:49
120시간 발언 69 시간 60시간 45 시간 직장인선호
36.7 시간 저녁있는하루 꿈꾸며 .....X세대 M 세대 Z 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