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주총 키워드는 '중고차'…업계 "골목상권 침해"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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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 주총 키워드는 '중고차'…업계 "골목상권 침해" 반발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3.20 1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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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 사업 목적 '중고차' 추가
중고차 업계 "골목상권 침탈행위" 반발
서울 장안평 중고차 매매단지 내 주차된 중고차량 모습.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하반기 인증주고차 사업 추진을 앞두고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을 추진한다. 

지난 17일 기아는 주주총회에서 사업목적에 '금융상품 판매대리·중개업'을 추가하는 정관 변경을 승인했다. 현대차 역시 오는 23일 주주총회에서 같은 안의 정관 변경을 추진한다. 올 하반기로 예정된 인증 중고차 사업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반면 기존 중고차 업계는 "골목상권 침해"라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핵심은 '상생'

현대차와 기아가 중고차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단연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시장이라는 점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중고차 판매량은 377만대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평균 380만2000대의 판매고를 유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국내 신차 판매량이 평균 178만대라는 점을 감안할 때 무시할 수 없는 큰 시장이다. 여기에 업계에선 향후 5년 이내 중고차 시장이 현재 약 30조원 규모에서 최대 2배 가량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국내 신차 시장 규모 추정치는 약 75조원 수준이다. 

이 밖에도 현대차와 기아를 비롯해 완성차 브랜드 입장에선 중고차 가격을 직접 관리해 신차 가격 하락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는 등 자사 브랜드 가치 제고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이다. 

또한 대기업의 시장 진출로 기존 대비 중고차 허위 매물이나 강매 등이 줄어들고 중고차 거래 투명성이 올라가 소비자 신뢰 및 편익 증대도 기대된다. 

문제는 기존 중고차 업계와 상생이다. 기존 중고차 매매업 종사자들은 현대차그룹의 시장 진출이 골목상권 '침해'를 넘어 '침탈'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기존 중고차 시장에 여러 문제점이 있지만 중소 중고차 협력업체들도 키워나가야 한다"면서 "골목상권 침탈이 아닌 상생과 협력 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중소벤처기업부 결정에 따라 오는 5월1일부터 내년 4월30일까지 전체 중고차 판매량 중 최대 2.9%를 판매할 수 있다. 이어 2025년 4.1%까지 시장점유율을 확대한다. 기아 역시 2024년까지 시장점유율 3.7% 이하를 지킬 방침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임박한 가운데 기존 업계의 반발 역시 거세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반발하는 중고차 업계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중고차 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시장 진출 자체는 감수하겠지만 '골목상권'까지 침해해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낸다.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이하 연합회)는 "현대차는 자동차매매업 골목상권 진출을 당장 철회하라"고 주장한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달 경기 용인의 오토허브 중고차 매매단지에 입주 계약을 맺었다. 현대차가 단독 매장이 아닌 중고차업계가 형성해 놓은 상권에 입주하는 것은 중소매매업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일이라는 게 연합회의 주장이다. 

연합회는 "기존 매매단지에 입주하려는 현대차의 행위는 '골목상권'에 진입해 자동차 매매업에 종사하는 30만 영세 소상공인 가족의 생존권을 빼앗는 상도덕에 어긋난 행위"라고 규탄했다. 또 연합회는 공정위를 비롯해 정부부처와 국회가 이 문제를 깊이 인식하고 '현대차의 불공정 영업행태'를 해결해달라고 강조했다. 연합회는 "매매단지 입주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인천에서 중고차 매매업에 종사하는 A씨는 "고금리와 경기침체 여파로 중고차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가격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면서 "원가도 받지 못하고 파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이 골목상권까지 진출하면 상황은 더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연합회의 주장은 터무니 없다는 입장이다. 매매단지에 입주하는 시설은 중고차 매장이 아닌 진단과 정비, 물류 등 상품화를 위한 시설이라는 설명이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까지 정관 변경 등 중고차 사업을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한 뒤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사업에 나설 예정이다. 인증 중고차 상품화를 위해 현대차는 물류시설을 갖춘 인증 중고차 전용센터를 구축하고 업계 최고 수준의 품질 검사 및 인증 체계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온라인 판매 플랫폼도 구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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