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케이팝은 과연 위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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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케이팝은 과연 위기일까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3.1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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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 칼럼니스트]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케이팝이 위기일 수도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 이유 중 하나로 'BTS의 부재'를 들었다. “K팝보다 방탄소년단이 훨씬 외연이 넓고, 방탄소년단을 빼면 시장이 좁아지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지난 15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포럼에서 내놓은 발언이다. 

한편 지난 12일에 공개된 BTS 멤버 RM과 스페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기자는 RM에게 ‘K라는 수식어가 지겹나?’ ‘K팝 아이돌 시스템이 아티스트를 비인간적으로 만드나?’ 등의 질문을 던졌다. K팝에서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 BTS의 멤버 RM이 조롱 섞인 질문을 받은 것. 기자의 편견이 담긴 것일 수 있지만 어쩌면 주류 팝 음악계에서 ‘K’와 ‘K팝’을 바라보는 시각일 수도 있다.

한국인의 자긍심을 불러일으킨 K팝을 두고 내부에서는 위기론이 솔솔 일고 있고, 외부에서는 냉소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과연 K팝의 신화가 흔들리는 신호일까?

K팝, 한국 아이돌 음악의 현재는

지난 14일 KBS에서 방영한 <시사기획 창>에서도 K팝을 주제로 다뤘다. 제목은 ‘이상한 나라의 K팝’. 전체적인 내용은 K팝이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아진 요인을 분석한 것이다. 

이 다큐에서 한 전문가는 "음반 회사의 관심이 노래와 춤을 출 줄 아는 가수를 뽑는 것이 아니라 노래와 랩이 가능한 댄서를 키우는 걸로 바뀌었다"고 설명한다. 이 말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에게 K팝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무엇인지 물어보면 아마도 ‘칼군무’, 즉 퍼포먼스라고 대답할 것이다. 

K팝에 퍼포먼스가 중요한 요소로 대두된 것에서 보듯 춤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요한 일정이 되고 있다. 다큐에 출연한 한 안무가는 회사들이 예전에는 단순히 멋진 안무로 주문했다면 지금은 앨범 콘셉트에 맞춘 구체적인 요구 사항을 제시하고 있다고 했다. 필요하다면 여러 안무가에게 발주해 좋은 요소만 뽑아서 하나의 퍼포먼스로 만든다고도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아이돌의 퍼포먼스는 한국은 물론 전 세계의 팬덤을 불러 모으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 이들 팬덤은 한국 아이돌이 해외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을 무렵에는 자발적 모임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팬들이 모이자 힘을 발휘했고, 매출과 수익으로 연결됐다.

전 세계에 퍼져 있는 팬덤이 매출로 연결되는 것을 목격한 회사들은 팬들의 모든 활동을 공식적인 장으로 유입시켰다. 이른바 플랫폼을 만든 것이다. 공식 아티스트 사이트 혹은 공식 팬클럽 등.

K팝 이슈를 다룬 KBS 시사기획 '창'

KBS 다큐에서 한 전문가는 "우리나라 (음반) 산업의 변화는 갈수록 팬덤을 플랫폼화하는 데 있다"고 설명한다. 팬과 아티스트의 만남을 플랫폼 안에서만 이뤄지게 하는 것. 물론 플랫폼화는 회사의 수익 증대에는 효과가 있겠지만 팬들에게 플랫폼은 간혹 장벽으로 작용해 규제나 다름없다는 불만이 나오는 요소가 되고 있다.

이 다큐에서는 현재 걸그룹이 K팝 대세가 된 현상도 분석한다. 강렬한 퍼포먼스가 아니라 따라 하기 좋은 안무와 노래로 팬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는 것. 이는 그동안 K팝 인기의 중심에 있었던 보이그룹의 성장세가 멈췄다는 걸 보여주는 한편 K팝이 퍼포먼스뿐 아니라 음악의 본질로 다가가야 한다는 걸 보여주는 성찰이기도 하다.

빅데이터로 본 아이돌 인기의 흐름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낸 걸그룹과 보이그룹의 브랜드 평판지수를 비교하면 아이돌에 대한 인기 양상을 알 수 있다. 

브랜드 평판지수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서 만들어진 지표이다. 걸그룹과 보이그룹 브랜드 평판지수는 이들 그룹에 대한 긍부정 평가, 미디어 관심도, 소비자들의 관심과 소통량 등을 측정해 종합한다. 이러한 빅데이터 분석으로 인기의 흐름을 수치로 판단할 수 있다.

이번 3월 브랜드 평판지수 분석 결과 걸그룹은 1위 뉴진스, 2위 블랙핑크, 3위 하이키, 4위 아이브 순이었다. 보이그룹은 1위 방탄소년단, 2위 NCT, 3위 세븐틴, 4위 엑소 순이었다. 

2023년3월 걸그룹 브랜드 평판지수. 자료=한국기업평판연구소

그런데 분석 결과를 보면 걸그룹과 보이그룹의 인기 양상이 다르다. 걸그룹은 블랙핑크를 제외하면 이른바 4세대 걸그룹들이 상위권에 올랐고, 보이그룹은 3세대 그룹들이 모두 상위권에 올랐다. 이런 결과가 나온 요소들을 분석하면 걸그룹의 인기는 최근에 히트한 노래에 힘입었고, 보이그룹의 인기는 굳건한 팬덤에 힘입은 덕분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수치가 아니더라도 지난 2022년은 걸그룹의 해로 기억될 것이다. 아이브, 뉴진스 등 갓 데뷔한 걸그룹들이 히트곡을 내며 큰 인기를 끈 것과 비교해 보이그룹의 성적은 상대적으로 소소했다. 분명 보이그룹들은 인기가 있지만 지난해에 발표해 대중들에 널리 기억되는 노래를 남긴 그룹은 없었다. 올해에도 걸그룹의 인기 역전 현상은 계속될 걸로 보인다.

그렇다면 보이그룹의 인기는 어디에서 오고 있을까? 굳건한 팬덤이다.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는 한국의 보이그룹들은 음반을 냈다 하면 밀리언셀러를 넘어 멀티 밀리언셀러를 기록하기도 한다. 그런데 대중이 기억하는 히트곡은 드물다.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음반은 많이 팔렸는데 히트곡은 없다니. 

전문가들은 이런 역설을 두고 음악적 구성보다는 퍼포먼스를 강조한 것에 원인이 있다고 본다. 사실 퍼포먼스는 팬덤이 좋아하는 요소이기도 했다. 그래서 음반사들은 팬덤을 바라보고 콘셉트에 치중한 앨범들을 제작했다. 팬덤의 지갑에 힘입어 매출은 좋았겠지만 히트곡이 없어 인기가 확장되지 않은 K팝은, 정확히는 보이그룹의 성장세는 둔화하는 모습이 되어버렸다.

2023년 3월 보이그룹 브랜드 평판 지수. 자료=한국기업평판연구소

눈앞의 인기에 안주하는 K팝이 되지 않기를

여전한 한국 아이돌 그룹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K팝의 위기가 언급되는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원인은 단순한 데에 있다. 걸그룹이 대세가 된 거에서 보듯 음악의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 

위에서 언급한 BTS 멤버 RM을 향한 스페인 매체의 질문들도 편견이나 조롱으로만 받아들이지 말고 K팝을 바라보는 주류 팝 음악계의 시각 중 하나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한국적 스타일에 집착하는 경향과 마치 공장에서 제품을 찍어내듯 아이돌 그룹을 만들어내는 현실을 지적한 거라고. 

영웅들은 극한의 위기에서도 출구를 찾고 기회를 엿본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K팝 위기론에는 전 세계에 K팝 신드롬을 퍼뜨릴 슈퍼스타를 계속 탄생시켜야 한다는 다짐이 담겨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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