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달러대로 내려온 유가...전문가들 "더 떨어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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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달러대로 내려온 유가...전문가들 "더 떨어질 수도"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3.03.16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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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시장, 광범위한 시장 공포 수용 중"
유가 하락세 속 바이든 행정부 SPR 재비축 가능성도 
미국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15개월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70달러선을 무너뜨렸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15개월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70달러선을 무너뜨렸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미국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15개월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70달러선을 무너뜨렸다. 

연초까지만 하더라도 올 하반기 국제유가가 100달러대로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이와는 정반대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실리콘밸리뱅크(SVB) 등 미 일부 금융권에 대한 우려가 에너지 부문까지 전이되고 있다며, 추가적인 하락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5개월만에 WTI 70달러선 하회

지난 15일(이하 미 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일대비 3.72달러(5.22%) 내린 배럴당 67.61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지난 2021년 12월3일 이후 최저 수준이며, 배럴당 70달러를 하회한 것 역시 2021년 이후 처음이다. 

국제유가는 이번주 들어 3거래일간 10% 이상 급락했다. 

유가를 하락세로 이끈 것은 미 은행권에 대한 우려다. SVB에 이어 시그니처은행이 문을 닫고, 스위스 2대 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의 유동성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경기침체 가능성이 짙어진 것.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은행들에 대한 공포로 인한 스트레스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에 유가가 하락했다"며 "상품 트레이더들은 금융시장의 충격이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쳐 소비자 지출을 줄이고, 원유 수요를 둔화시킬 것을 전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연초와는 정반대의 분위기다. 

지난 1월까지만 하더라도 러시아에 대한 서방 국가들의 제재가 강화되면서 러시아 원유 수출이 감소하고, 중국의 경기회복에 따른 원유 수요 증가로 인해 유가가 상승 행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강했다. 골드만삭스는 올 하반기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대에 올라설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은행권 사태에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되자 순식간에 유가의 흐름이 뒤바뀐 것이다. 

핌코의 그레그 샤레나우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유가 상승에 대한 전망이 강했으나 아무도 은행권의 위기를 예상하지는 못했다"며 "지난주까지만 하더라도 은행권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 이들이 없었으나, 이제 유가는 모든 것이 은행권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유 재고 증가도 유가 하방압력 키워 

원유 재고가 증가하고 있는 점 또한 유가의 하방압력을 키운 요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원유 공급이 부진한 수요를 능가하는 교점에 있다"며 "재고는 18개월래 최고 수준으로 급증했으며, 이는 아직도 수요 부문에서의 활력이 부족함을 의미한다"고 언급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중국의 원유 수요 전망치를 상향조정하기도 했으나, 경기회복과 관련한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OPEC은 지난 14일 발표한 월례 보고서에서 올해 중국의 원유 수요가 전년보다 하루 71만배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지난 2월에는 중국의 올해 원유 수요가 59만배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으나, 중국의 리오프닝에 따른 경기회복을 예상해 수요 전망치를 상향조정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했다. 

OPEC은 "금리와 세계 각국의 부채 수준의 급격한 상승은 상당히 부정적인 파급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며 "세계 성장 동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유가 반등 쉽지 않을 듯...바이든 행정부 SPR 재비축 가능성도

전문가들은 당분간은 유가 반등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에너지 애스팩츠의 리서치 헤드인 암리타 센은 "이것은 원유 시장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원유는 더욱 확대된 시장의 공포를 수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10달러가 추가적으로 하락할 수 있을까?"라고 되물으며 "물론이다. 하방 요인은 상당히 많다"고 답했다. 

오안다의 수석 시장 분석가인 에드워드 모야는 "은행권의 혼란으로 인한 전이 위험이 남아있기 때문에 석유 시장은 상반기 동안 공급 과잉에 갇힐 것"이라며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금리인상을 멈춘다면 석유 공급과잉이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편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아래로 떨어지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전략비축유(SPR)를 다시 사들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유가 안정을 위해 1억8000만배럴의 비축유를 방출한 바 있다. 지난 2월에도 예산법 의무 조항에 따라 비축유 2600만배럴을 추가 방출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에 비축유 재고가 198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데다, 유가가 당초 백악관이 원유를 구매하겠다던 수준까지 하락하자 SPR 재비축에 대한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앞서 미 백악관은 지난해 12월 성명을 통해 "WTI 원유 가격이 배럴당 67~72달러 수준이거나 혹은 이를 하회하면 원유를 구매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FT는 "원유 가격 급락으로 미 정부가 지난해 에너지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SPR을 방출한 후 이를 다시 채워 넣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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