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인플레 잡기와 금융시스템 안정" 놓고 우선순위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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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준, "인플레 잡기와 금융시스템 안정" 놓고 우선순위 고심"
  • 이상석 기자
  • 승인 2023.03.1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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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준이 SVB 파산 사태로 '인플레이션 잡기'와 '금융 시스템 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사진=로이터/연합
미국 연준이 SVB 파산 사태로 '인플레이션 잡기'와 '금융 시스템 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사진=로이터/연합

[오피니언뉴스=이상석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SVB 파산 사태로 연준이 '인플레이션 잡기'와 '금융 시스템 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40년만의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이 지상과제였지만 연준의 또 다른 존재 이유는 미국의 금융시스템 안정이라는 사실이 새삼 부각됐다는 것이다.

프랑스계 투자은행 소시에테제네랄의 미국 금리 분야 대표 수바드라 라자파는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현재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선 금리를 올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라며 "다만 그럴 경우 금융 시스템의 약점이 노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향후 연준이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지금껏 금리 인상으로 충격을 받은 다른 미국 은행의 현실까지 고려하지 않으면 추가적인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라자파 대표는 연준이 인플레이션 대처와 금융 시스템 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기가 무척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긴축정책을 고수할 경우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증폭되는 모순적인 상황에 처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특히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SVB 등에 예금보험 한도를 넘는 예금도 전액 보증하고, 연준에 새로운 대출 프로그램을 도입한다고 발표한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같은 긴급 조치를 취한 것은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한 것인데, 기준금리 인상은 스스로 발목을 잡는 결정이라는 이유에서다.

지난 2021년까지 보스턴 연은 총재를 지낸 에릭 로젠그렌은 "미국 경제 시스템의 불안정성을 걱정하면서 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연준이 오는 21일부터 이틀간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융 시스템 안정이라는 목표에 더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당초 시장은 연준이 이번 달 FOMC에서 '빅스텝'(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것)을 밟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SVB 파산 이후엔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의미하는 '베이비 스텝'을 유지하면서 숨을 고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아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이번 달 회의 때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이날 오전 8시30분 기준으로 89.3%에 달해 0.5%포인트 인상 확률 10.7%를 크게 앞섰다.

골드만삭스는 한 걸음 더 나가 연준이 이번 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긴축 기조는 유지하겠지만, 이번 달에는 일단 쉬어 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당초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던 골드만삭스는 전망치를 변경한 이유에 대해 "향후 경제의 불확실성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바클레이즈도 기준금리 동결로 입장을 바꿨다.

SVB 파산 사태가 정리된 이후엔 긴축정책으로 복귀할 수 있지만 이번 달 인상은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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