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SVB 충격 제한적일 듯…"소외된 반도체·완성차 업종 투자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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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SVB 충격 제한적일 듯…"소외된 반도체·완성차 업종 투자 시기"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3.03.13 1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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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미 연방 예금보험공사, SVB 폐쇄 결정
금융권 전반 리스크 확산 가능성 낮아
"다만 고강도 긴축으로 인한 금융 시스템 리스크 발생 가능성 주의"
"단기 급등한 고밸류에이션 기업보다는 소외된 대표 기업이 유리한 시점"
미 연방 예금보험공사(FDIC)는 12일(현지시간) 실리콘밸리은행(SVB) 폐쇄를 결정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국내 증시가 단기적인 충격에 빠질 수 있지만 이번 사태가 전반적인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우려는 낮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업종 전략을 단순화해 최근 증시에서 소외됐던 반도체, 완성차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13일 국내 증시는 대체로 소폭 상승 마감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67% 오른 2410.60으로 마쳤으며, 코스닥도 788.89로 0.04% 올랐다. 주말에 SVB 파산 소식이 전해지면서 두 지수 모두 약세로 시작했으나 장 후반 반발 매수세가 유입돼 보합세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지난 8일(현지시간) SVB가 재무구조 강화를 위한 자본 조달 계획을 발표하면서 주가는 60% 하락했다. 이후 10일 오전 증자 계획이 무산됐고 매각을 타진중이라는 소식이 나온 후 같은 날 미 연방 예금보험공사(FDIC)는 최종적으로 SVB 폐쇄를 결정했다. 

이에 12일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FDIC는 공동 성명을 내고 금융소비자가 SVB에 맡긴 돈을 보험 한도와 상관 없이 전액 보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SVB 구제금융 요구에는 선을 그었다. 이번 사태가 금융 시스템 전반의 위기로 확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 역시 SVB 사태가 전체적인 금융시스템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낮게 평가했다. 다만 이로 인해 취약해진 부분에 대해서는 주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문제는 고강도 긴축으로 인한 금융 시스템 리스크 발생 가능성이 제기됐고, 이로 인해 노랜딩까지 기대했던 투자자들의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는 점"이라며 "당분간 글로벌 금융시장은 2008~2009년 금융위기 악몽을 떠올리며 작은 기업과 은행들의 부도소식에도 예민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고금리로 유치된 예금이 대출이나 이자외수익 창출로 이어지지 못한 SVB만의 비효율적인 사업 구조 문제로 국한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주식시장에서는 다시 한번 구조적인 문제점이 부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만 연구원은 "현재 연준의 기준금리는 이미 너무 높은 수준에 있고, 향후 기준금리도 지금보다 더 높아질 것"이라며 "장단기금리차 역전 국면에서 기업 마진 하락과 설비 투자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SVB 사태가 국내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날 장이 열리자 국내 증시는 대형주와 중소형주, 우량주와 비우량주, 민감주와 기술주 간 상이한 주가 흐름을 보였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IT 대형주는 재고 조정 이후 2분기 기점으로 IT 제품 수요 회복 기대감과 대형주에 대한 선호가 작용했다"며 "민감주의 경우 중국 양회에 대한 실망감 이후 2월 기업 대출 서프라이즈에 따른 경기 회복 기대감을 반영하며 반등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엔터는 하이브의 인수 중단으로 공개매수 경쟁이 마무리되고, 이벤트 반영에 따른 차익실현 압력이 확대됐다"며 "금융의 경우 SVB 사태 영향이 국지적 수준에 그치고 긴축 부담 완화 재료로 해석되며 반등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날 은행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소폭 상승 마감했다. KB금융은 전 거래일 대비 600원(1.21%) 오른 5만300원에 마감했으며, 신한지주는 250원(0.70%) 오른 3만605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나금융(1.07%), 우리금융(0.88%), 카카오뱅크(1.88%)도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은행주 중심의 KRX 은행 지수는 SVB 파산 소식이 알려지며 장 초반 하락했으나, 이후
은행주 중심의 KRX 은행 지수는 SVB 파산 소식이 알려지며 장 초반 하락했으나, 이후 반발 매수세가 유입되며 소폭 상승 마감했다. 자료=한국거래소

전문가들은 한국 금융주가 미국 은행주에 동조화되는 특성이 있어 과거 일정 부분 동행성을 보였지만, 현재는 크게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융주 주가 하락은 한국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나 현재는 적정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며 "또한 SVB와 한국 금융기업 사업모델이 다르다는 점도 다소 민감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지하는 요소"라고 평가했다.

또 미국 기술주 펀더멘탈 약화에 대해서도 "미국 기업공개(IPO) 시장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겠으나 한국 주식시장에 민감하게 영향을 줄 지점은 아닌 듯하다"며 "환율과 밸류에이션을 경유해 한국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향후 사태 경로에 따라 동태적으로 달라질 수 있으나, 아직까지 영향력은 미국 내부에 집중되는 관계로 달러 강세를 강하게 자극할 요인은 아닌 듯하다"고 설명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FDIC 등 정책당국이 우발적 뱅크런 위험을 조기 차단하려 하고 있기 때문에 주식시장 시스템 리스크 반영은 아닐 것"이라며 "급락 시 매수 대응은 유효하다"고 전망했다. 

또 "미국 중소형 은행에 대한 검증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미국과 성장주의 상대적 부진, 미국 외 지역의 상대 강세가 전망된다"며 "3월 FOMC에서 연준의 빅스텝(금리 0.50%포인트 인상) 우려 완화 보다는 신성장 기업에 대한 현금 소진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사태 이후 오히려 약세로 전환되고 있는 달러화도 이러한 현상으로 풀이된다"며 "업종 전략을 단순화할 필요가 있고, 단기 급등한 고밸류에이션 기업보다는 소외된 대표 기업이 유리하며, 국내 증시에서 현 시점은 반도체와 완성차가 대표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날 증시에서 KRX 반도체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7.29포인트(0.68%) 상승한 2569.30에 마감했다. 다만 KRX 자동차 지수는 1.79포인트(0.10%) 하락한 1788.67에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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