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보호주의 온다….K-전기차·배터리 영향은
상태바
유럽발 보호주의 온다….K-전기차·배터리 영향은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3.13 16: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럽, CRMA로 공급망 재편·탄소중립 동시 추구
정부와 업계, EU 당국 설득과 사업역량 강화 나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지난해 무역 수지 적자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역시 상황이 좋지 않다. 1월과 2월에 이어 3월도 무역수지는 적자를 기록했다. 수출이 큰 폭으로 줄어든 여파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이어 EU(유럽연합)에서도 역내 공급망을 바탕으로 생산한 제품에만 혜택을 주는 '핵심원자재법'(CRMA)'를 발표한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리튬과 니켈 등 주요 금속 공금망에서 중국을 제외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산 광물 의존도가 높은 국내 전기차 및 배터리 업계의 부담이 될 전망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오는 14일(한국시각) CRMA 법안 초안을 발표한다. 집행위는 지난해 9월 연례 정책연설에서 CRMA 입법을 예고한 데 이어 지난해 11월 일반 공개의견 수렴 절차도 완료했다. 

핵심원자재법(CRMA)와 유럽형 IRA

EU발 IRA로 불리는 핵심원자재법(CRMA)은 EU가 육성하려는 클린 테크 분야에 필수 원자재인 리튬과 희토류 등의 수출국을 다양화하고 나아가 자급자족을 목표로 한다. 

로이터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EU는 역내에서 최소 10%까지 원자재를 직접 생산하고 원자재를 기반한 필수 전략물자 수요의 최소 40%를 역내에서 조달한다. CRMA 초안에는 "추출, 가공, 재활용을 포함한 핵심 원자재 공급망 모든 단계에 EU 연합국의 영향력을 강화해 증가하는 공급 위험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명시될 전망이다. 

EU 집행위는 더 높은 목표를 구상하고 있다. 앞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9월 연례 정책연설에서 오는 2030년까지 주요 광물 원자재 수요가 500%까지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CRMA 추진을 공식화한 바 있다.

또 EU는 핵심원자재위원회를 설립해 원자재 구매에 공동 대응한다. 회원국끼지 원자재 구매 경쟁에 나서지 말고 EU 차원에서 대응 기관을 설립해 가격 협상력을 높인다는 취지다. 

EU는 핵심원자재법 이외에도 미국 IRA에 맞서는 EU의 친환경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프랑스는 독일과 함께 친환경 산업 보조금 등이 포함된 '유럽형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추진한다. 프랑스는 IRA에 따른 자국 친환경 산업 유출 방지 및 리쇼어링 촉진을 위해 막대한 규모의 친환경 산업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인센티브엔 친환경 수소, 배터리, 원자력 및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산업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핵심원자재법'…K-배터리 부담

EU가 준비 중인 CRMA는 표면적으로 IRA처럼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 산업의 이탈을 막는 걸 목표로 한다. EU는 2011년부터 3주기로 핵심 원자재를 지정하고 있다. 2020년 지정된 30개 중 마그네슘과 희토류 등을 포함한 19개 핵심 원자재의 주요 수입국이 중국이다. 

중국산 원자재 사용 비중이 높은 국내 전기차·배터리 업계로선 부담스럽다.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원자재 8대 품목의 중국 의존도는 수입액 기준 58.7%에 달한다. 

한국무역협회는 "미국이나 EU의 규제 강화로 중국산 원자재를 사용하는 배터리는 국제 시장에서 외면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에 의존하는 배터리 공급망은 한국 배터리에 위협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리튬을 직접 채굴해 제련하거나 공급망을 다변화하지 않으면 중국발 리스크에 취약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성훈 한국무역협회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EU가 핵심 원자재 비율을 40%까지 올린다고 하더라도 나머지는 역외에서 조달해야 한다"며 "공급망의 완전한 자율성은 장기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EU는 국제적 협력을 통해 원자재 공급망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면서 "한국은 EU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정책 불확실성을 극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럽발 보호주의 무역 강화 기조 속에 국내 기업의 타격이 예상된다. 사진=연합뉴스

유럽형 IRA, 국내 전기차 업계 긴장

국내 완성차 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미국의 IRA에 이어 유럽형 IRA로 풀어야 할 숙제가 더 생겼다. 

미국 IRA의 경우 북미에서 최종 조립한 전기차에만 최대 7500만 달러(약 96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올해부턴 전기차 제조에 사용된 핵심광물과 주요 부품 역시 일정 비율을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조달해야 한다. 한국자동차연권의 조사에 따르면 국산차의 미국 수출량이 지난해보다 4.2%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형 IRA도 타격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경우 유럽은 최대 전기차 수출기지다.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체코와 슬로바키아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다. 현대차는 체코공장에서 코나EV를 생산하고 있지만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는 생산하지 않고 있다. 기아의 슬로바키아 공장은 2025년은 돼야 중·소형 전기차를 유럽 현지서 생산한다. 유럽형 IRA가 시행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EU의 CRMA는 자동차에 들어갈 배터리가 어떤 원료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하나하나 따지겠다는 건데 대기업은 대비할 가능성이 있지만 중소 협력사들은 대비가 어렵다"며 "정부가 나서 국제 관례에 어긋나는 불합리한 부분들을 미국과 EU에 설득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EU 설득 총력…기업, 통상 전문가 영입

현재 상황으로선 EU가 CRMA 초안에 어떤 내용을 담을지 지켜볼 수 밖에 없다. 

정부는 기존 국제 규범과 CRMA가 합치되도록 하고 한국 기업이 부당하게 차별받지 않도록 EU와 파트너십 구축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유럽한국기업연합회(KBA 유럽)와 한국무역협회 브뤼셀지부는 지난해 11월까지 이어진 CRMA 의견수렴 절차 기간에 공동 명의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의견서에서 양측은 "자국 기업에 유리하게 차별하는 법과 규제로 촉발된 보호무역주의 추세에 우려를 표한다"며 "CRMA로 EU와 EU 외 지역에 각각 위치한 기업들이 지나치게 영향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민긴 기업은 통상 전문가를 영입하며 대비하고 있다. 현대차는 세계무역기구(WTO) 출신 장승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배터리 산업의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출신 박진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