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만에 세 곳 문 닫았다...美 SVB 여파에 떨고 있는 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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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만에 세 곳 문 닫았다...美 SVB 여파에 떨고 있는 월가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3.03.13 1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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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와 실버게이트 이어 시그니처 은행까지 폐쇄
지역 은행들에 대한 우려 확산
스타트업 등 일시적 자금경색 우려도 나와
연준 통화정책에는 어떤 영향 미칠지 주목
10일(현지시간) 실리콘밸리 지역의 기술 기업들에게 집중적으로 대출을 시행해 온 SVB의 파산 소식이 전해졌다. 사진=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실리콘밸리 지역의 기술 기업들에게 집중적으로 대출을 시행해 온 SVB의 파산 소식이 전해졌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실리콘밸리뱅크(SVB)와 실버게이트, 시그니처은행까지 일주일 만에 세 곳의 미 은행이 문을 닫았다.

미 금융당국이 예금 전액을 보증하기로 하는 등 빠르게 진화에 나섰으나, 월가에서는 SVB 파산 여파가 어디까지 확산될 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SVB와 실버게이트 이어 시그니처은행까지 폐쇄

지난 한 주간 미 월가는 그야말로 혼란 그 자체였다.

암호화폐 전문 은행인 실버게이트가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간) 자발적 청산을 발표한 이후 10일에는 실리콘밸리 지역의 기술 기업들에게 집중적으로 대출을 시행해 온 SVB의 파산 소식이 전해졌다.

이어 12일에는 실버게이트와 함께 암호화폐 거래 주요 은행으로 꼽혀 온 시그니처은행 또한 폐쇄됐다.

대형 가상 화폐 거래소인 FTX 파산 소식에 이어 실버게이트의 청산 소식, 여기에 SVB 파산 충격까지 더해지면서 시그니처 은행도 타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파산 여파가 여타 은행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미 재무부를 비롯한 은행 감독당국은 공동 성명을 통해 "SVB 고객들에게 적용된 것과 유사하게 '시스템적 위험에 따른 예외'에 따라 시그니처 은행 고객들도 예치금을 인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시그니처 은행의 모든 예금자 자산을 보장하겠다"고 발표했다. 

미 금융당국의 발빠른 진화 작업에도 불구하고 월가는 여전히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SVB 붕괴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우려 속에 지방 은행들의 주가가 폭락했다"며 "투자자들은 수십년만에 가장 빠른 금리 인상으로 인해 경제의 어느 한 쪽이 무너질 수도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주일 새 세 곳의 은행이 문을 닫으면서 여타 중소형 은행들의 건전성 또한 확신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미국 은행 시스템은 정말 안전하고 자본이 잘 갖춰져있다"고 강조하면서 "SVB 파산 소식으로 인해 도미노 효과를 우려하는 이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윌리엄 아이작 전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총재는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SVB 파산과 관련, "나는 더 있을 것이라는 데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얼마나 더 있을지, 얼마나 클 지는 모른다. 내가 보기에는 1980년대와 많이 비슷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아이작은 1980년대 초 광범위한 은행 파산과 높은 금리 속에서 FDIC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베어트랩스 리포트의 설립자인 래리 맥도널드 역시 CNBC에 출연해 "SVB 파산으로 인해 다른 지역 은행들이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투자자들은 미 실리콘밸리 인근 지역의 중소 은행인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유동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이 은행은 SVB 파산 소식 이후 10일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50% 이상 폭락한 바 있다.

퍼스트리퍼블릭의 주요 고객 또한 SVB와 마찬가지로 스타트업과 VC인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고객들이 은행 예금을 대형 은행 등 안전한 곳으로 옮기려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지인 데일리 메일은 "전염이 확산되고 있다"며 "사람들은 이 은행 앞에 줄을 서서 현금을 인출하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은 "미 연준과 JP모건으로부터 추가 유동성을 확보했다"며 "이번 펀딩을 통해 700억달러의 유동성을 확보하게 됐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스타트업 일시적 자금경색 우려도 확산

SVB의 파산 소식이 단순히 지역 은행 혹은 한 분야에 특화된 중소형 은행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WSJ은 "SVB 파산 소식은 예금자와 투자자들 뿐만 아니라 해당 은행의 고객들에게도 타격을 주었다"며 "SVB로부터 수년간 자금을 조달한 업체들은 더욱 위험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 금융당국은 SVB 보유 자산이 매각되면 예금 보험 한도를 넘는 예치금을 모두 돌려줄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자산 매각에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일부 기업들, 특히 스타트업은 일시적인 자금 경색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WSJ은 "SVB 파산 이후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의 자금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며 "벤처캐피털들도 스타트업 자금 조달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준 통화정책 기조 변경될 지 여부도 주목

SVB의 파산을 비롯한 은행들의 유동성 우려는 연준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WSJ은 "투자자들은 은행 부문의 문제가 경제 성장을 둔화시키고, 결국 금리 인하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베팅을 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사태 직후 연준이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38%로 전일 68.3%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다음주 22일 예정된 FOMC에서 파월 의장이 어떤 스탠스를 취할 지가 중요하다"며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인상 기조 자체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시장의 어려움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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