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 레이다] 美 SVB 파산, 국내 은행주 하락세에 기름 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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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 레이다] 美 SVB 파산, 국내 은행주 하락세에 기름 부을까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3.03.12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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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예금보험공사, SVB 전지점 폐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이자 미국 역사상 두 번째 규모 은행 파산
KRX 은행 지수 이달만 6.33% 급락…하락세 강화 초점
지난달부터 4대 금융지주 주가 10% 이상 빠져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미국 은행업계의 불안정성이 증폭되면서 국내 금융기업 주가도 향후 동반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내 은행주에서 이미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던 중 주가 하락을 가속화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KRX 은행 지수는 654.70에서 613.24로 41.46포인트(6.33%) 하락했다. 같은 기간 KRX 타 지수들 중 가장 큰 폭으로 내린 셈이다. 이달 들어 코스피 지수가 18.26포인트(0.76%)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하락폭이 두드러진다.

실제로 은행주 주가는 지난달 초부터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KB금융은 5만5900원에서 4만9700원으로 11.09% 하락했다. 같은 기간 신한지주(-13.84%), 하나금융지주(-13.33%), 우리금융지주(-11.65%), 카카오뱅크(-11.62%) 역시 10% 이상 하락했다. 

정부가 지난달 중순 금융권 전반에 공적 역할을 요구하면서 주가가 하락세를 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대통령실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어 금융당국도 '은행 돈잔치' 논란에 5대 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를 완전 경쟁 체제로 바꾸는 등의 방안을 구체적으로 구상 중이다.

이러한 '관치 금융' 우려가 커지자 외국인은 지난달 초부터 꾸준히 은행주를 순매도하고 있다. 순매수가 이어지던 올해 초와는 다른 흐름이다.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외국인은 KB금융을 2570억원 순매도했으며, 신한지주는 1043억원, 카카오뱅크는 1282억원 순매도했다.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KRX 은행 지수에 포함된 종목들의 주가는 모두 하락했다. 자료=한국거래소

이러한 상황에 기름을 부은 것은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은행 파산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등 외신에 따르면 10일(미 동부시간)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SVB 전지점을 폐쇄하고 2090억달러(약 280조원)에 달하는 자산을 압류했다. 이날 SVB 채권 가격은 선순위의 경우 액면가 1달러당 45센트, 후순위의 경우 액면가 1달러당 12.5센트로 폭락했다. 

SVB는 미국에서 16번째로 큰 은행으로 1983년 설립돼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본사를 두고 있다. SVB의 파산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이자 미국 역사상 두 번째 규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1년간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리면서 기술기업들의 돈줄이 말라 SVB로 유입되는 신규 자금이 끊겼고, 이로 인해 과거 비싸게 샀던 채권을 낮은 가격에 팔아야 했다. 

이러한 소식이 발표되자 전날인 9일 주가는 60% 이상 폭락하고, 벤처캐피털 회사들의 경고가 나오면서 이용자들의 예금 인출이 가속화됐다. 결국 뱅크런(대량 예금 인출 사태)으로 14시간만에 은행이 무너졌다. 

이와 함께 미국의 4대 은행 주가도 하락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6.20%), 웰스파고(-6.18%), JP모걸(-5.41%), 시티그룹(-4.10%), BNP파리바(-3.50%) 등의 주가가 하락했다. 

특히 미국 4대 은행에서는 9일 기준 총 520억달러(약 68조6000억원) 규모의 시가총액이 줄어들었다. JP모건체이스(220억달러), 뱅크오브아메리카(160억달러), 웰스파고(100억달러), 씨티그룹(40억달러) 모두 주가가 급락해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SVB 사태가 대형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낮다며 과도한 위기 심리를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미국 국채와 금을 비롯한 안전자산으로 대피하는 추세다.

다우존스 마켓데이터에 따르면 2년물 미 국채 금리는 SVB 문제가 있었던 이틀간 총 0.478%포인트 하락했다. 2일 기준으로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9월 이후 최대폭 하락한 것이다. 

국내에서도 취약한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국제금융센터는 '미국 SVB 폐쇄 배경 및 영향' 보고서에서 "이번 사태가 미국 내 은행산업과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나, 구조적으로 취약한 일부 소형은행들은 물론 벤처캐피탈 산업, 해외 은행권 외에 연준의 통화정책 향방 등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최근 캘리포니아주 내 중소은행들의 잇따른 유동성 불안 사태는 자금조달과 투자가 편중된 일부 은행만의 문제일 수도 있다"며 "다만 경제와 금융 불확실성이 재차 확대될 가능성이 큰 만큼 구조적으로 취약한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신뢰도 문제가 산발적으로 재발할 수 있음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연준이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는 시각이 아직까지는 시장에서 더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국제금융센터는 "현재로서는 SVB보다 규모가 큰 은행들로 문제가 번지지 않는 한 현재의 통화긴축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선물시장의 6월 FOMC 기준금리 확률은 SVB 사태 발발 직후 급락했으나 예전 수준으로 다시 되돌아간 상태"라며 "현재(4.5~4.75%)보다 100bp(1bp=0.01%포인트) 높은 5.5~5.75%로 프라이싱돼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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