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앞두고 커지는 '주주 행동주의'...."자사주 소각·배당 확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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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앞두고 커지는 '주주 행동주의'...."자사주 소각·배당 확대하라"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3.03.10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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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주주총회 시즌 앞두고 주주 행동주의 확대
올해만 61개 상장사가 자사주 매입 공시
"국내의 경우 자사주 매입만으로는 주주가치 제고 효과 의문 발생"
"자사주 소각해 적극적 주주환원 이뤄지면 코스피 3000 재달성 가능"
주주총회에 입장하는 주주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주주총회에 입장하는 주주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최근 국내에서 주주 행동주의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주주환원을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는 현금·현물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이 꼽힌다. 

자본시장 선진화를 목표로 하는 정부의 배당정책 개선 요구, 행동주의 펀드들의 적극적 움직임 그리고 주주환원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개선이 맞물려 나타난 흐름으로 해석된다. 

증권가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계속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가 해소되고 주식시장의 공정가치도 동반 상승할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이 나온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자사주 매입을 공시한 상장사는 61곳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44곳(72%)은 공시 이후 주가가 상승했으며, 17곳(26%)은 오히려 주가가 하락했다.

자사주 취득 이후 10% 이상 주가가 오른 곳은 원준(11.94%), 국도화학(14.57%), 국보디자인(12.42%), 아세아(16.67%), 기아(10.63%) KG케미칼(13.39%) 등으로 집계됐다. 특히 라파스의 경우 30.13% 상승하기도 했다.

반면 콜마비앤에이치(-12.46%), 셀트리온(-15.37%) 셀트리온헬스케어(-10.61%), 케이옥션(-17.29%) 등은 자사주 취득 공시 이후에도 주가가 하락했다.

지난해 이후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주식 소각 공시 건수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자료=한국투자증권

통상 상장사의 자사주 취득은 투자자에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인식된다. 유통주식수를 감소시켜 주가 하락을 방어하는 한편, 현재 주가가 저평가된 상태라는 신호로 해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자기주식을 취득할 만큼 운영자금에 여력이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다만 국내의 경우 주주가치 제고 효과는 약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나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상장기업이 올해 2월 말 보유 중인 미소각 자사주 규모는 34억주(74조원)에 달한다"며 "자사주 취득에 대한 인식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국내 기업의 경우 취득 기간이 길거나 공시 물량의 일부만 취득해 주주가치 제고 효과에는 의문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자사주 취득은 그 활용 특면에서 주주환원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는 자연스럽게 자사주 매입의 기대효과를 약화시키고 주주환원이 소극적이라는 신호를 발생시켜 외국인 투자자들의 인식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주주환원정책인 현금·현물배당의 경우 올해 초부터 지난달 18일까지 계획을 공시한 국내 증시 상장기업은 모두 574개사로 유가증권 상장기업이 331개사, 코스닥 상장기업이 243개사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시장별로 각각 2.8%, 38.1% 상승했다. 

이 연구원은 "한국기업들의 배당성향은 대만, 홍콩 등 인접 국가보다 약했으며, 올해는 배당성향이 높음에도 여전히 타국보다 열외에 있다"며 "배당성향이 올라가기 위해선 자금 유출을 지원할 높은 수익성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올해 한국의 자기자본이익률(ROE)를 감안하면 자연적 배당성향 개선은 힘들기 때문에 자사주 처리 방법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이 자사주를 매입 후에 소각하는 방법이 배당성향을 높이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주주행동주의 분위기가 강해지는 최근 환경에서 이사회는 자기주식 소각을 통해 주주가치를 손쉽게 제고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유발하는 요인은 다양하나 가장 대표적인 것이 취약한 기업지배구조"라며 "지배주주의 사적이익 추구는 소액주주 이익을 침해하고 기업가치를 훼손시키며, 투자자의 주주환원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시 주주환원 목적이라고 공시를 통해 밝히고 있지만 실제로 소각으로 이어지는 건 일부여서 실질적 의미의 주주환원으로 이어지지 못하기 때문에 자사주 매입 후 소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정책 등이 가시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에서도 자본시장 발전과 일반주주 보호를 위해 지난해부터 다양한 제도 개선방안을 도입하고 있다.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관련 일반주주의 권익을 제도화하고, 의무공개매수를 도입해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식이다. 또한 올해 금융위는 자사주 취득과 처분 공시 강화 등을 포함한 자사주 관련 제도 개선도 발표할 예정이다. 

이처럼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면서 최근 국내에서는 주주 행동주의 캠페인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2020년 10개였던 주주 행동주의 캠페인은 지난해 47개까지 늘어났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주 행동주의 펀드들이 내세우는 캠페인의 목표는 개별 기업의 운영 효율성 개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 환원"이라며 "이사회 구성 변경이나 CEO 퇴진 등 경영권 확보 중심의 과거 행동주의 캠페인 대비 달라진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타 소수주주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 주주 행동주의 펀드가 받아들여질 만한 명분을 중요시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개별 기업의 운영 효율화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 것으로 해석해도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8일 골드만삭스 역시 보고서를 통해 "그동안 한국 시장은 낮은 배당률로 인한 낮은 주주수익률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보여왔다"며 "최근 한국 기업의 거버넌스 개선과 주주제안들은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암시하는 고무적인 신호"라고 평가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향후 자사주 소각과 같은 적극적인 주주환원이 이뤄진다면 코스피는 재차 3000포인트 고지를 밟을 수 있다"며 "자사주를 매입할 수 있는 기업에 관심을 두는 것도 기대수익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이와 관련해 총자산 대비 현금비율, 부채비율, 매출액 대비 잉여현금흐름 비율 최대주주지분율, 외국인지분율, 지배구조점수 등으로 종목을 선별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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