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거리는 美 은행들...3월 빅스텝 가능성 낮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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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청거리는 美 은행들...3월 빅스텝 가능성 낮추나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3.03.10 12: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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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파이낸셜 매도가능증권 대부분 매각...주가 60% 폭락
WSJ "금리인상에 따른 부작용 점증" 
3월 0.50%포인트 금리인상 가능성 80%에서 58%로 낮아져
SVB파이낸셜 그룹은 지난 9일(현지시간) 매도가능증권의 대부분을 매각했다고 밝히면서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겼다.  사진=연합뉴스
SVB파이낸셜 그룹은 지난 9일(현지시간) 매도가능증권의 대부분을 매각했다고 밝히면서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겼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지난 밤 미 증시에서 실리콘밸리은행의 지주회사인 SVB파이낸셜 주가가 60% 이상 폭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한 주요 해외 언론들은 이것이 금리인상에 따른 또다른 결과물이라고 지적했다.

미 은행들이 휘청거리면서 오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공격적인 금리인상 또한 쉽지 않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SVB파이낸셜 주가 60% 폭락...4대 은행 시총 520억달러 증발

SVB파이낸셜 그룹은 지난 9일(이하 현지시간) 매도가능증권의 대부분을 매각했다고 밝히면서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겼다.  

SVB파이낸셜은 실리콘밸리 지역의 기술기업들에게 집중적으로 대출을 시행하는 은행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기가 빠르게 회복하던 2021년 당시 이 은행의 자산과 예금이 약 두 배로 증가했는데, 초과 현금의 대부분을 미 국채에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지난해부터 공격적으로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은행이 보유한 국채를 포함한 채권 가치가 빠르게 하락하기 시작했고, 채권의 평가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

여기에 스타트업 혹은 테크 관련 기업들이 SVB은행에 맡겼던 예금을 인출하기 시작하면서 대출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기 위해 만기까지 들고가려던 채권을 강제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WSJ에 따르면, SVB파이낸셜은 보유자산 매각으로 인해 1분기 18억달러의 세후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 20억달러 이상의 주식발행을 통해 자본 조달에 나설 계획임도 밝혔다. 

이에 SVB파이낸셜의 주가는 정규장에서 60% 이상 폭락했으며, 시간외 거래에서도 22% 하락세를 보였다.

여타 은행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WSJ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웰스파고 등 미국의 4대 은행은 이날 하루에만 시가총액 총 520억달러가 증발했다. 

S&P금융섹터는 이날 4.1% 급락, 2020년 6월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으며, KBW나스닥 뱅크 지수 또한 팬데믹 이후 최악의 날을 기록했다. 

주요 언론들 "공격적 금리인상의 부작용" 

주요 언론들은 이날 은행주의 폭락은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WSJ은 "금리인상에 따른 또다른 결과물"이라고 지적했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년간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은행의 보유자산 가치가 급격히 하락했다"고 언급했다. 

대형 은행들의 주가가 동반 하락한 점 역시 금리인상에 따른 부작용에서 대형 은행들도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대형 은행의 경우 훨씬 광범위한 자산을 보유한 만큼 SVB파이낸셜과 같은 유동성 우려가 확산될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금리인상에 따른 악영향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WSJ은 "SVB파이낸셜이나 전일 자발적 청산을 발표한 암호화폐 전문 은행 실버게이트와는 달리 대형 은행들은 다양한 자산을 보유하고, 경제 전반에 걸쳐 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한 산업의 침체가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위험을 최소화한다"면서도 "미 대형은행들 또한 우려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1일 기준 미 은행업계는 보유 증권에서 총 6000억달러 이상의 미실현 손실을 낸 것으로 추산됐다. 연준의 금리인상이 시작되기 전인 1년전에는 80억달러 수준이었으나 크게 늘어난 것이다. 

웰스파고의 분석가인 마이크 메이요는 "기술 분야에 특화된 한 은행의 충격이 전체 산업의 문제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심리에는 분명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스미드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회장 겸 최고투자책임자인 빌 스미드는 "금융 시스템에 어떤 종류의 균열이 있을 수 있다는 첫번째 징후가 나타났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3월 0.5%포인트 금리인상 가능성 낮아져

금리인상에 따른 영향으로 은행 업계가 흔들리기 시작하자 오는 3월 FOMC에서의 빅스텝 가능성은 눈에 띄게 낮아졌다. 금리인상 후폭풍이 한 산업 부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연준이 또다시 공격적인 금리인상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3월 기준금리를 0.5% 인상할 가능성은 58%로 낮아졌다. 전일에는 약 80% 수준이었으나 눈에 띄게 낮아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연준의 금리인상 폭이 경제지표에 달려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SPI애셋매니지먼트의 스테판 이네스는 "궁극적으로 데이터가 최종 결정권을 갖게 될 것이며, 경제지표가 예상만큼 뜨겁지 않다면 금리인상 폭을 0.25%포인트 수준으로 되돌리기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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