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뉴스=이상석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이끄는 제롬 파월 의장이 7일(현지시간)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면모를 부각하며 시장을 떨게 했다.
당장 오는 21∼22일 열리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다시 금리 인상 가속페달을 밟을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은 물론 향후 기준금리 수준이 기존 예상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밝혀 연내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최근 들어 다수의 연준 고위 인사들이 잇따라 매파적 발언과 함께 기준금리 전망을 높였지만 평소 균형 잡힌 절제된 화법을 구사하던 연준 수장이 이례적으로 분명하게 추가 긴축을 예고했다는 점에서 시장에 미치는 파장은 비할 수 없었다.
지난주 후반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3월 0.25%포인트 인상을 공개 지지하며 '금리인상 종료가 멀지 않았다'고 발언한 여파로 잠시 안도의 한숨을 쉬던 투자자들로서는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월가에서는 지난해 여름 뉴욕증시를 비롯한 금융시장의 급반등 직후인 8월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당시 시장의 조기 통화정책 완화 기대를 무참히 짓밟았던 파월 의장의 '8분 연설'이 연상된다는 반응까지 내놨다.
파월 의장이 '매의 발톱'을 다시 세운 것은 작년 말 빠르게 가라앉는 듯했던 미국의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주춤해진 데다 예상과 달리 노동시장 과열이 여전하다는 경제지표가 2월 이후 잇따랐기 때문이다.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보다 6.4% 올라 12월(6.5%)과 거의 비슷한 상승세를 유지했고, 전월 대비로는 0.5% 급등해 12월(0.1%)보다 오히려 속도가 빨라졌다.
특히 연준이 가장 정확한 물가지표로 간주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1월에 4.7% 올라 12월(4.6%)보다 더 많이 상승, 인플레이션이 다시 악화하는 게 아니냐는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뿐만 아니라 1월 비농업 일자리 증가폭이 시장 전망치의 3배에 육박하고 실업률이 54년 만의 최저치를 찍은 것은 '노동시장 과열→근로자 임금 상승세 지속→인플레이션 장기화'의 악순환을 걱정하는 연준의 고민을 더했다.
지난 1년간 급격한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력한 노동시장은 역으로 기준금리 인상 여력이 충분히 남았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으로도 해석됐다.
파월 의장은 이날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최근 경제 지표들은 예상보다 더 강했다. 이는 최종금리 수준이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라며 이러한 경제지표들에 추가 긴축 결심을 굳혔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주택 가격과 식료품,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서비스 물가'에서 아직 완화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파월 의장은 우려했다.
그동안 한두 달의 경제지표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던 연준이 이처럼 빠르게 방향 선회 가능성을 공표한 것은 그만큼 각종 지표가 미국 경제의 힘이 지속적이고 광범위하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분석했다.
지난해 12월 빅스텝으로, 올해 2월 베이비스텝(한 번에 0.25%포인트 금리인상)으로 잇따라 속도를 늦췄던 연준이 만약 3월 다시 빅스텝을 결정할 경우 미국의 기준금리는 현재 4.5∼4.75%에서 단번에 5.0∼5.25%로 올라간다.
이는 지난해 12월 점도표(FOMC 위원들의 기준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도표) 상의 최종금리 전망치 중간값(5.1%)과 일치한다. 따라서 3월 FOMC에서 공개되는 새 점도표에서는 연준이 예상하는 최종금리 전망치가 상당폭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파월 의장의 발언 직후 투자자들의 금리 전망도 급상승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3월 빅스텝 확률은 67.5%로 전날 31.4%의 두 배 이상으로 뛰어올랐다.
투자자들이 예상하는 연준의 최종금리 수준도 5.5∼5.75%로 올라갔다. 2월 초까지만 해도 최종금리가 4.9%에 그칠 것으로 기대하던 시장은 이제 6% 금리 가능성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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