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월가, "TINA는 끝났다"···TARA·TAPAS·TIARA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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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월가, "TINA는 끝났다"···TARA·TAPAS·TIARA 등장
  • 이상석 기자
  • 승인 2023.03.06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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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이머징마켓·원자재 주목
 수년 만에 처음으로 이머징마켓 자산과 국채, 현금 등을 포함한 주식 이외의 자산이 매력적으로 보인다고 월가는 분석했다. 사진=월스트리트저널
 

[오피니언뉴스=이상석 기자] 뉴욕 월가가 'TINA'와 작별을 고하고 있다.

미국 증시는 지난해 크게 떨어지면서 채권 수익률은 10여 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오르는 흐름이 나타나면서 많은 투자자가 TINA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미국시간) 보도했다.

TINA는 'There Is No Alternative'의 줄임말로 '다른 투자 대안이 없다'는 뜻이다. 대체로 주식 말고는 투자할 곳이 없다는 의미로 쓰인다. 

지난 2008년 이후 채권 수익률이 바닥을 치고 일본이나 유럽에서는 마이너스(-) 영역까지 떨어지면서 나온 말이다. 주식시장 가운데 미국 주식이 견조한 수익을 낼 수 있는 최적의 투자처라는 것이다.

수년 만에 처음으로 이머징마켓 자산과 국채, 현금 등을 포함한 주식 이외의 자산이 매력적으로 보인다고 월가는 분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지난 2월 펀드매니저 조사에서는 주식에 대한 투자 비중이 장기 평균보다 2.2 표준편차 낮게 나타났다. 이들은 대신 보통 때보다 채권과 신흥시장, 현금, 원자재 등에 포트폴리오 투자를 확대했다.

골드만삭스는 'TARA'를 들고나왔다. '합리적인 대안이 있다'(there is reasonable alternatives)가 있다는 뜻이다. 도이체방크는 'TAPAS' 즉, '대안이 무척 많다'(there are plenty of alternatives)고 평가했다. 

인사이트 인베스트먼트는 'TIARA'를 꺼내 들었다. 주식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이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S&P 500지수는 19% 하락한 이후 올해 5% 반등했다. 10년물 미국채 금리는 지난주 3.962%를 나타냈으며 한때 작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4%를 웃돌았다.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의 데이비드 레프코위츠 미국 주식 헤드는 "지난 수년 동안 미국의 성장주가 유일하게 괜찮았다"면서 "이제 여러분은 픽스드 인컴에서 실질적으로 수익률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UBS는 고객들에게 미국 이외의 주식을 살피고 투자금을 이머징마켓 자산과 투자등급 채권으로 옮기는 것을 고려하라고 조언해왔다.

또한 채권 수익률은 지난해 수년 만에 최고치로 올랐지만 채권 시장에서 자금을 회수하는 투자자들을 막지 못했다. 주요 채권 지수는 사상 최대 하락률을 나타냈다.

투자자들이 주식의 대안으로 생각한 투자처 역시 올해 초 랠리를 보인 후에 고꾸라지는 모습이다. 2월 구리 가격은 작년 7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으며 MSCI 신흥시장 지수는 작년 9월 이후 가장 크게 떨어졌다.

다수의 투자자는 다른 자산에 비해 주식이 덜 매력적이라는 진단을 고수하고 있다.

주가 상승의 견인차 구실을 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기업 실적은 이미 감소하고 있다. 또 밸류에이션 역시 저렴한 편이 아니다. S&P 500지수의 향후 12개월 예상 주가배수는 17.5배로 10년 평균인 17.2배를 웃돌았다.

인사이트 인베스트먼트의 고탐 칸나 헤드는 "주가배수는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지 못했다"면서 그는 미국 투자등급 채권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S&P 500지수의 평균 배당수익률은 1.71%에 불과하지만 6개월물 미국채 수익률은 5.129%이다. 연초에는 0% 수준이었다. 주요 브로커리지의 머니마켓펀드 수익률은 4%를 웃돌고 있다.

투자자들은 미국 경제가 결국 침체로 귀결되면 주식이 다른 자산보다 더 취약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 경제가 예상대로 둔화하지 않고 활황을 지속한다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적인 긴축이 결국 경착륙을 불러오는 시나리오에서 주식시장이 안전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조지메이슨 경영대학의 데릭 호스트메이어 교수는 과거 50년간의 침체 역사에서 단기 채권과 장기채권, 그리고 고수익 채권이 모두 미국의 대형주보다 양호한 투자 수익률을 나타냈다고 분석했다.

레프코위츠는 경제가 어떻게 돌아갈지 알 수 없지만 지금 투자자들에게 리스크는 미국 증시가 하방으로 치우쳐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말 연착륙이 이뤄진다면 미국 증시는 내년에 10% 오를 수 있지만 경착륙에 빠진다면 20%는 쉽게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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