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외풍' 부는 KT, 경영 공백 우려 커져
상태바
'정치권 외풍' 부는 KT, 경영 공백 우려 커져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3.03 1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T 숏리스트에 대통령실까지 나서 '반기'
오는 7일 주총 최종 후보 선임 난항 예상
경영공백 장기화 우려 속 기업가치 추락
KT 대표이사 최종후보 선정 과정에 정치권의 외압이 작용하며 난항을 겪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정치권에서 불어오는 외풍에 KT가 흔들리고 있다. 오는 7일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에서 최종후보가 선발될지 불투명하다. 

KT는 통상 매년 11~12월 정기 조직개편과 함께 인사를 단행했다. CEO 교체 시기에도 차기 대표 후보를 미리 정한 뒤 비슷한 시기에 인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구현모 KT대표의 연임이 결정된 후 국민연금과 여당, 대통령실까지 나서 연거푸 문제 제기를 하면서 대표 선임이 늦어졌다. 그 여파로 KT는 물론 계열사까지 모든 인사와 조직개편이 현재 멈췄다. 

지난 2일 대통령실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은 KT가 자사 전현직 임원들로 구성된 숏리스트를 발표하자 날을 세웠다.

대통령실까지 나서 "공정하고 투명한 지배구조가 이뤄져야 한다"며 "조직 내 도덕적 해이가 일어나고 손해는 국민이 볼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최근 KT는 전현직 임원 4명으로 구성된 대표 후보 면접대상자(숏리스트)를 확정했다. 앞서 KT 대표 공모에 내부 인사 15명과 외부 인사 18명이 지원했다. 여권 출신 정치인을 비롯해 김종훈 전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 등 정관계 인사들이 대거 지원했지만 모두 탈락했다.

일각에서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윤진식 전 장관이 대표 인선에서 탈락한 것이 윤석열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KT는 여권과 대통령실의 비판에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다만 내부적으로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제 관심은 이달 말로 예정된 주주총회로 쏠린다. KT 대표이사가 선출되더라도 이번 주총에서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찬성이 필요하다.

숏리스트 명단에 이름을 올린 후보들에 대해 정치권과 대통령실까지 강한 거부감과 반대 의사를 전달한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새 대표이사 선임 안건에 동의할지 미지수다.

KT의 2대와 3대 주주인 현대자동차와 신한은행도 국민연금이 각각 1대와 2대 주주로 있는 만큼 국민연금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숏리스트 후보 중 누가 선출되더라도 낙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만약 대표이사 선임이 원점으로 회귀한다면 KT의 인사와 조직개편은 전면 멈추게 된다. 정치권의 외풍에 KT의 경영 공백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구 대표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디지털플랫폼 기업(디지코)으로 변신과 디지털 전환(DX) 사업은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경영 공백 우려 속에 KT의 기업가치도 추락하고 있다. KT 주가는 3일 종가 기준 3만450원으로 마감하며 1년 내 최저가(52주 신저가)인 2만9800원에 근접하고 있다. 지난해 8월 기업가치 10조원 벽을 넘어섰던 KT의 3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7조9500억원으로 8조원 아래로 추락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