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우의 안전 코리아] 산업안전을 망가뜨리는 자들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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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의 안전 코리아] 산업안전을 망가뜨리는 자들 누구인가
  •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 승인 2023.03.03 11:08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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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으로 산업안전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그러나 산업안전이 실제로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깊숙이 들여다보면 망가지고 있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왜 그럴까. 과거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자원과 시간을 투입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한마디로 ‘가성비’가 형편없다.

방향성과 진정성이 올바르지 못한 것이 주된 원인이 아닐까 싶다. 방향성이 잘못되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못할 수 있다. 진정성이 없으면 겉포장으로 흐르고 정작 개선해야 할 것은 방치되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어제 오늘 이야기는 아니지만, 최근 몇 년 전부터 이 문제가 악화되고 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도대체 우리 사회의 산업안전이 왜 이 지경이 됐는가. 

무엇보다 정부기관의 비전문성과 무책임을 꼬일 대로 꼬인 산업안전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가장 큰 권한을 가지고 있는 만큼 책임도 가장 무거울 수밖에 없다. 산재예방선진국과 가장 극명하게 대비되는 허점이 법정책의 조악성과 공무원의 비전문성이다.

‘고비용 저효과’ 산업안전의 주범이라고 할 수 있다. 심각한 것은 산재예방선진국보다도 훨씬 많은 행정인력과 예산을 가지고도 이 문제가 오히려 악화되어 왔다는 점이다. 비전문성은 무책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법정책을 실효성 있게 정비하는 노력은 하지 않고 보여주기와 손쉬운 방법에 의존하는 일이 고착화되고 있다. 행정의 비전문성과 거친 정책이 계속되는 한 기업의 안전수준이 향상되는 건 기대난망이다.

정치권도 산업안전을 잘못된 방향으로 몰고 가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해왔다. 산업안전시스템 개선에 대해선 전문성도 없고 관심도 없는 이들은 자신들의 태만을 가리는 알리바이로 삼기 위해 대형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포퓰리즘 입법과 기업들 ‘군기 잡기’에 ‘몰빵’해 왔다. 자신들이 2023년 1월에 설치한다고 공언한 산업안전보건청도 언제 그랬느냐는 입장이다. ‘먹튀정치’가 따로 없다. 무책임의 극치를 보는 것 같다.

엉터리 산업안전 입법을 하고 나서 많은 부작용이 나오고 있는데도 이에 대해 반성하거나 성찰하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아니면 말고 식이다. 자신들에게 돌아올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위해 사고의 모든 책임을 사고를 낸 기업에 돌리는 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전문성이 없다 보니 관료들에게 ‘호통’만 칠 뿐 실질적으로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은 역부족이다. 세금이 아깝다는 조롱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자료=연합뉴스
자료=연합뉴스

안전학계도 책임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 바람직한 모습과의 간극을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우리사회의 관계부문에서 가장 큰 문제를 갖고 있다. 안전철학, 안전원리 등 안전의 기본에 대해 무지하고 무관심하다 보니, 그들이 그나마 갖고 있는 공학지식과 접목조차 시키지 못하고 있다. 안전 논문이 아니라 자신들의 원래 전공분야 논문을 쓰는 데 급급하다. ‘안전’공학자는 허울뿐이다. 안전에 대한 전문성이 없으니 안전에 대한 글과 발언은 찾아보기 어렵고, 있다고 하면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거나 되레 선무당이 사람 잡는 꼴이다.

학계의 비전문성은 산업안전 발전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학생들에게 많은 ‘민폐’를 끼치고 있다. 안전(관리)의 학문적 개념과 안전관리자의 구체적인 역할과 같은 학생들의 초보적인 질문에 대해서조차 답변하지 못하거나 엉뚱하게 답변하는 일이 공공연히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러한 난맥상을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교수 자리는 용역을 따기 위한 간판이자 생계수단일 뿐이다. 

대기업들은 상당수가 형사처벌 회피에만 관심을 가질 뿐 안전역량을 올리는 일은 소홀히 하고 있다. 로펌의 공포마케팅과 안전컨설팅기관의 상술에 편승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로펌과 안전컨설팅기관에게 ‘묻지마’ 아웃소싱을 하고 ‘땅 짚고 헤엄치는’ 식의 돈벌이를 보장해 주고 있다. 심지어는 안전보건관계법규 준수 진단을 스스로는 할 생각을 하지 않고 통째로 외부기관에 의뢰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안전컨설팅 시장은 크게 확대되고 있지만 기업의 안전역량과 컨설팅 수준이 올라가기는커녕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하향평준화가 조장되고 있는 이유다. 정의에 반하는 일이다. 대기업들조차 안전역량이 부족해 정부기관의 부실한 정책에 대해서도 아무런 필터링을 하지 않고 덥석 받아들인다. 질보다는 양으로 승부하려고 한다. 산업현장에 맞지 않는 생색용 대책이 양산되는 이유이다.  

우리사회의 산업안전이 겉멋을 부리거나 무늬만 화려한 모습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산업안전이 발전하기는커녕 퇴행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우려된다. 문제는 산업안전에 책임이 있는 자들의 잘못된 관행이 뿌리 깊어 이들 스스로는 개혁하지 않을 것 같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국민들이 이들을 견제하고 채찍질하는 수밖에 없다. 한 나라의 정치수준은 그 나라 국민들의 수준에 달려 있듯이, 국민들의 산업안전에 대한 올바른 생각만이 산업안전을 망가뜨리는 자들의 꼼수와 무책임에 제동을 걸 수 있다. 

정진우 교수는 행정고시 합격후 고용노동부에서 19년 6개월간 근무했다. 일본 교토대학교에서 법학석사학위 취득 후 고려대에서 법학박사학위를 받았다. 2015년부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에서 안전관계법, 안전관리 등 안전에 관한 연구와 강의를 하고 있다. 기재부가 주관하는 공공기관 안전관리등급 심사단 민간위원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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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진 2023-05-07 06:42:01
안전이 왜필요한지 알고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의식구조를 변화시켜야 한다. 처벌은 나만아니면 된다는 생각에 피할생각만한다. 그래서 해답이 될수없다. 법도중요하고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근자들이 실천할수 있도록 방법이 필요한것같다.

전국정신의료기관진료환자 2023-03-05 23:28:05
*정신병적장애양극성행동장애
한번이상치료받은중즌정신질환자기준
자료:보건복지부"국가정신건강현황보고서"
(단위:명)
50만 59만9956 62만7256 62만5603 65만1813 집계

전국정신의료기관진료환자 2023-03-05 23:27:28
*정신병적장애양극성행동장애
한번이상치료받은중즌정신질환자기준
자료:보건복지부"국가정신건강현황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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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정신건강의학과 병원병상 현황 2023-03-05 23:22:56
(단위:개)
입원병상
자료:더불어민주당서영석의원실보건복지부
병원 입원병상
403 404 398 399 392
7만 6439 7만6145 7만5995 7만3546 7만3023

전국정신건강의학과 병원병상 현황 2023-03-05 23: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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